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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로핀] 기부가 안들어오니, 기분이 안드로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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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셔터스톡]

[타로핀’s 코린이 개나리반] 익명성이 최우선 덕목인 분야가 있다. 도박ㆍ마약ㆍ음란물 되겠다. 익명성과 블록체인은 영혼의 단짝이라 해당 분야를 노리고 갖가지 코인들이 등장했다. N번방 사태 이후 모네로의 입지가 더 올라가긴 했지만, 전통적으로 ‘야동’ 코인 하면 의례 버지(XVG)가 떠오른다.

버지가 야동 코인으로 자리 잡은 건 2018년 4월이다. 버지 개발사에서 누구나 알고 있는 세계 최대 기업과 파트너를 체결했다며 호들갑을 떨었다. 단, 파트너와 공동 마케팅을 진행하는 조건이며, 이를 위해서 7500만개의 버지 코인이 필요하며 모금을 요청했다. 모금에 실패하면 파트너 체결은 무산된다며 배수의 진을 쳤다.

버지 커뮤니티에선 파트너를 두고 설왕설래를 했다. ‘최대 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이다’, ‘아니다, 최대 도메인 등록 업체인 고대디다’ 등. 예상은 달라도 돌아가는 행복회로 속에 즐거운 마음으로 선뜻 기부했다. 커뮤니티 외부에서도 큰 호재로 판단하고 매수에 들어갔다. 0.039 달러였던 버지 코인은 0.113달러까지 치솟았다. 그리고 뙇! 공개된 파트너는 세계 최대 불법 촬영물 사이트 ‘폰허브‘ 되겠다. 투더문을 기대했던 버지 코인의 가격은 고투헬을 향해 달려갔다. 이후 폰허브는 비트코인, 테더, 라이트코인, 트론, 호라이젠, 퓨마페이 까지 파트너를 넓혔지만, 그 어느 곳도 마케팅을 해야한다며 모금은 하지 않았다.

#에어드랍 말고 모금

개발사가 생태계 구성원을 늘리기 위해 에어드랍을 하는 건 너무나도 쉽게 볼 수 있다. 반대로 개발사가 프로젝트의 성장을 위해 모금을 요청하는 사례는 손에 꼽을 정도다. 버지 이외에 모금을 진행한 곳으로는 젤루리다 재단의 엔엑스티(NXT), 아더(ARDR), 이그니스(IGNIS)가 있다. 2018년 7월 ‘사는데 거저 되는 건 없습니다’며 각 10만달러씩 상장을 위한 모금을 진행했다. 

이후 2년이 지난 2020년 10월. 레이븐(RVN)은 컨트렉트 코드 검사를 받아야 한다며 4만달러의 모금을 시작했다. 프로젝트의 생존과 발전을 위해 필수적이라며 모금을 시작했다.

통상 모금에 대한 커뮤니티 외부의 시선은 곱지 않다. 반대급부로 모금은 커뮤니티 내부를 똘똘 뭉치게 하는 구심점이 된다. 개발사가 따로 돈을 빼돌리지 않은 청백리라며 측은해 한다. 코인의 가격이 10토막이 났을지라도 이전의 찬란한 ‘펌핑 재림’의 시발점이라며 희망에 부푼다. 측은지심과 행복회로는 지갑을 선뜻 열게 만들어야 하지만 이상하게 레이븐은 그렇지 않았다. 모금 달성이 부진하다며 마감일은 2차례 연기했다. 부정적인 코멘트를 남기는 멤버는 ‘영구 강퇴’ 진행한다며 겁박했다.

암호화폐가 전체적으로 침울하던 2018년 하반기부터 2019년 상반기까지 이어진 하락장을 기억해 보자. 그 시기에 가장 돋보이는 가격 상승을 보여준 코인이 레이븐 아니던가. 다른 프로젝트와 달리 변변찮은 끼니 대접도 없었지만, 국내에서 열린 밋업에서 1000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한 레이븐이었다. 티제로와 메디치벤처스가 지원해 준다며 으스대던 레이븐이었다. 썩어도 준치이건만 레이븐의 가격이 폭락했다는걸 감안하더라도 분명 이상했다.

#기브 미 더 머니

통상 코드 감사는 거래소에 상장되기 전에 진행된다. 레이븐처럼 바이낸스와 업비트 같은 대형거래소에 상장된 상태에서 코드 감사를 받는 경우는 드물다. 그런데도 레이븐이 코드 감사를 받아야 하는 이유는 올해 7월에 터진 해킹 사건 때문이다. 채굴하지 않고도 코인 발행이 되는 코드 취약점으로 3억1500만개가 무단 발행됐다. 개발사의 대응이 늦었기에 해킹 물량은 거래소를 통한 세탁이 완료됐다. 이후 회수 후 소각한 물량은 고작 390만개뿐이었다. 소는 잃었지만, 다시 소를 키우려면 외양간이라도 고쳐야 했던 거다.

재단이 없는 탈중앙 프로젝트의 코드 개선은 개발자 커뮤니티를 통해 이루어진다. 복수의 개발자가 각자 코드를 작성하고 서로 평가를 통해 최선의 코드를 적용한다. 레이븐은 메디치벤처스 소속의 개발자인 트론 블랙이 개발을 주도했다. 이는 선동을 하고 가격이 오를 땐 약이었지만, 개발자 커뮤니티가 형성되지 못한 건 독으로 돌아왔다. 취약점을 보완했지만, 내부 개발자가 커뮤니티가 아닌 외부 업체에 코드 감사를 맡겨야 했다.

외부 업체를 통한 코드 감사에는 돈이 필요했다. 패트릭 번이 오버스탁의 대표로 있던 시절에는 레이븐의 개발과 비용을 후원받았다. 오버스탁이 설립한 블록체인 개발사인 메디치벤처스와 오버스탁이 개발한 STO 거래소인 티제로와 연관 지으며 선동했던 연결고리다. 다만, 패트릭 번과 러시아의 스파이와의 연문이 터지고 이로 인한 주주들 압박에 밀려 패트릭 번이 오버스탁을 나가면서 레이븐에 대한 지원이 끊겼다.

#탈중앙화 프로젝트 속의 중앙화 커뮤니티

레이븐의 선동이 크게 통했던 국내에서는 레이븐이 크게 부흥했다가 이내 몰락한 프로젝트로 알고 있는 코린이가 많다. 실은 돈이 되지 않자 선동이 멈추고 실체가 알려지고 있는 중이다.

패트릭 번 개인의 후원과 개발자 트론 블랙 개인의 참여를 오버스탁과 메디치벤처스가 밀어준다며 와전시켰다. SAFT(Simple agreement for future tokens) 방식으로 모금했기에 1년간 거래할 수 없는 티제로를 기어코 공구 방을 통해 판매했던 이들은, 티제로의 후광을 이용해서 레이븐용 채굴기를 팔고 채굴 투자를 독려받기 위해 레이븐을 유망한 프로젝트로 만들어야 했다.

국내 레이븐 커뮤니티는 오버스탁 대표가 조나단 존슨으로 바뀌고 후원이 끊긴 걸 알리지 않았다. 티제로에 상장된 STO토큰인 ASPEN이 레이븐 기반 대신 테조스 기반으로 발행된 걸 말하지 않았다. 트론 블랙이 오딧업체인 ISE에 코드 감사에 필요한 4만달러를 선지급했다는 걸 숨겼다. 되려 모금이 달성되지 않으면 코드 감사가 불가하다며 외쳤다.

레이븐 홀더들을 노리고 거래소를 만들었고, 거래소 코인을 찍어냈다. 레이븐의 STO 거래 기능을 떼어내서 BVN 코인을 만들어냈다. 거래소 코인 투자자와 홀더에게 BVN 코인을 에어드랍했지만, 그 과정은 은밀하고 비밀리에 진행했다.

개발사가 에어드랍 대신 모금을 진행하는 건 분명 보기 드문 일이다. 이보다 진귀한 장면은 커뮤니티가 자신들의 이득을 위해 개발사를 이용하는 모습이다. 선동을 통해 유망한 코인을 만들었고, 이를 주도한 이들은 너무 많은 걸 얻었다. 코인 가격 상승분을 먹었으며, 채굴 투자로 돈을 벌었다. 거래소와 거래소 코인을 찍었으며, 새로운 코인을 만들고 상장시켰다. 물론 일련의 과정에서 의구심을 가지고 반론을 제시하는, 그래서 사용가치가 떨어진 홀더들은 과감하게 커뮤니티에서 추방하고 있다. 중앙화된 커뮤니티의 폐단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훌륭한 교보재의 등장이다.

타로핀(ID) ‘코린이 개나리반’ 운영자 (https://open.kakao.com/o/ghnA1qX)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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