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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일본의 신성년후견제도, 재산관리 외 신상보호 중시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이형종의 초고령사회 일본에서 배운다(62)

2024년 도쿄의 인구는 1408만명을 정점으로 2039년에는 1351만명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그러나 75세 이상 인구는 2015년 147만명에서 2039년에 181만명으로 1.3배로 늘어난다. 무엇보다 75세 이상 고령세대 중에 독신세대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성년후견제도는 독신 고령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데 매우 유용하다. 제도를 이용할 수 있는 고령자는 대폭 늘어나지만 이용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도쿄에서 고령인구가 증가하면서 성년후견제도를 신청하는 사람은 조금씩 늘어나고 있지만, 최근 몇 년간 이용실적은 연간 약 5000건 정도에 그치고 있다. 공생사회를 실현하는 데, 기여하는 성년후견제도가 중요한 수단임에도 제대로 이용되지 않는 것이다.

성년후견제도를 이용하는 사람이 적다면 고령자나 장애우는 권리를 침해 당하거나 자유롭게 생활할 수 없는 문제가 발생한다. 치매, 지적 장해 등 정신 장해가 있어 재산관리나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는 사람을 사회전체가 보살피는 것이 고령사회의 긴급한 과제다. 성년후견제도 이용을 촉진하기 위한 종합적이고 계획적인 대책이 필요한 건 그래서다.

치매, 지적 장해 등 정신 장해가 있어 재산관리나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는 사람을 사회전체가 보살피는 것이 고령사회의 긴급한 과제다. [사진 pxfuel]

치매, 지적 장해 등 정신 장해가 있어 재산관리나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는 사람을 사회전체가 보살피는 것이 고령사회의 긴급한 과제다. [사진 pxfuel]

일본 정부는 성년후견제도 이용이 저조한  이유를 분석하고 국가가 주도적으로 후견제도를 촉진하는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2016년 5월 성년후견제도의 이용을 촉진하는 법률의 시행에 들어갔다. 이 법률은 성년후견제도의 이념과 방침, 추진조직, 정부와 지자체의 역할을 매우 세밀하게 규정하고 있다. 성년후견제도의 이념과 기본구조를 갖추어 전국에 걸쳐 보급하려는 방향과 대책을 제시하고 있다.

이 법률은 먼저 성년후견제도의 기본이념을 명확하게 설정하고 있다. 성년후견제도가 필요한 개인의 존엄한 생활을 보장하는 개념이다. 자기결정의 존중 개념도 포함시켰다. 자신의 의사결정을 실현하도록 지원하고 자발적 의사를 존중하는 것이다. 또한 재산관리와 더불어 신상보호를 중시하는 내용도 들어 있다.

2017년 3월 개최된 회의에서 성년후견제도이용촉진에 관한 기본계획의 작성을 의결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이용자가 장점을 실감할 수 있도록 제도와 운용을 개선하는 것이다. 현행 제도는 성년후견제도의 장점을 실감할 수 없다. 또 이용자의 니즈에 대응할 수 없다는 점도 문제다. 예를 들면 성년후견제도를 이용할 때 성년후견제도의 지원내용과 피후견인의 니즈 사이에 큰 간극이 있다. 절차가 복잡하고 후견인의 부담이 크다. 지나치게 재산관리에 중점을 두어 피후견인의 신상보호를 소홀히 한다. 친족 후견인을 선임할 수 없고, 전문 후견인이 횡령사건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문제를 정부, 법원, 전문단체가 함께 논의하고 이용자가 제도의 장점을 실감할 수 있도록 제도와 운영의 개선책을 찾고 있다. 구체적으로 성년후견제도를 개시할 때 피후견인의 의사, 신상을 배려한 후견사무를 적절히 할 수 있는 후견인을 가정재판소가 선임할 수 있도록 했다. 예를 들면 피후견인은 자신의 생활정보를 의사와 재판소, 간병 복지사에게 전달해 쉽게 공유할 수 있도록 했다.

최고재판소와 일본변호사연합회, 성년후견센터, 일본사회복지사회 등 전문단체는 후견인 후보자의 선임 방법을 논의했다. 피후견인의 이익보호 차원에서 후견인으로 적합한 친족 등 가까운 사람을 후견인으로 선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후견인 선임 후에도 후견인의 선임형태를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상황 변화에 따라 유연하게 후견인를 교체하거나 추가 선임할 수 있도록 했다.

지역제휴네트워크는 지역포괄지원센터, 사회복지협의회, 민생위원, 가정재판소, 금융기관, 의료복지단체, 변호사회 등 지역의 다양한 전문단체로 구성된 네트워크다. [사진 pixabay]

지역제휴네트워크는 지역포괄지원센터, 사회복지협의회, 민생위원, 가정재판소, 금융기관, 의료복지단체, 변호사회 등 지역의 다양한 전문단체로 구성된 네트워크다. [사진 pixabay]

둘째, 성년후견제도의 이용을 지원하는 지역네트워크의 구축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지역제휴네트워크는 지역포괄지원센터, 사회복지협의회, 민생위원, 가정재판소, 금융기관, 의료복지단체, 변호사회 등 지역의 다양한 전문단체로 구성된 네트워크다. 지역사회의 모든 조직이 연계해 성년후견제도를 지원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지역제휴네트워크는 권리옹호가 필요한 사람을 발견하고 계몽활동을 하는 홍보기능, 지역 주민의 상담이나 후견 니즈를 심사하는 상담 기능을 한다. 또한 지역 주민이 제도를 이용하도록 촉진하고, 후견인과 팀을 지원한다. 지금까지 성년후견제도의 단점이었던 후견인 부정을 방지하고 언제든지 필요에 따라 다양한 전문단체를 이용하기 쉽도록 했다.

기본계획에 따르면 지역 제휴 네트워크는 피후견인을 후견인과 함께 지원하는 팀과 지역협의회 2개 구조를 갖추도록 했다. 이러한 지역제휴네트워크를 정비하고 협의회를 운영하기 위해 중핵기관을 두도록 했다. 이들 팀, 중핵기관, 협의회의 기능은 다음과 같다.

팀은 직접 피후견인의 다양한 생활니즈 해결을 지원한다. 피후견인과 가까운 친척이나 복지·의료·지역의 관계자와 후견인이 한 팀이 돼 일상적으로 피후견인을 돌보고, 그의 의사와 상황을 계속 파악하며 필요한 조치를 한다.

협의회는 팀을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즉 성년후견 개시 전후에 팀에 대해 법률과 복지 전문단체 등이 피후견인에게 필요한 지원을 하도록 지역의 전문직 단체와 관계기관이 제휴와 협력체제를 구축하는 일이다. 협의회는 지역제휴네트워크가 제대로 기능하도록 전문직단체 등 지역 관계자가 제휴하고, 지역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계속 협의하는 장이다.

그리고 중핵기관이 협의회의 사무국을 맡는다. 중핵기관은 지역제휴네트워크 활동을 지원하고 점검하는 기능도 갖고 있다. 주로 지자체 광역권역에서 운영한다. 중핵기관은 지역제휴네트워크를 정비하고 협의회를 운영하기 위해 필수기관으로 설정하고 있다. 중핵기관은 지역사회의 권리옹호를 지원하고, 성년후견제도의 이용자를 늘리기 위한 전략을 짜며, 구체적인 목표를 추진하고 관리하는 코디네이터 역할을 한다. 지역의 전문직 단체는 지역제휴네트워크 및 중핵기관의 설치 운영에 적극적으로 협력한다.

이렇게 일본은 성년후견제도가 탄생한 지 20년 만에 이용자를 확대하기 위해 제도를 손질하고 있다. 75세 이상 인구가 대폭 늘어나는 초고령사회에서 성년후견제도의 중요한 역할을 인식해서다. 무엇보다 지역제휴네트워크를 통해 공생사회를 실현하고 초고령사회의 과제를 해결하려는 관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커리어넷 커리어 전직개발 연구소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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