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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미스터트롯, 나이제한…그래도 70대 가수 꿈 꾼다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권대욱의 산막일기(66)

가을이 깊었다. 국화꽃도 만개했다. 이맘때쯤이면 늘 생각나는 식구 하나가 있다. 도연명의 음주가에 나오는 ‘채국동리하(採菊東籬下) 유연견남산(悠然見南山)’이 바로 그것이다. 오늘도 동쪽 울타리 밑에서 국화를 꺾어 들고 남쪽 산을 바라보는 마음이 된다.

오래전 이곳에 온 페친 부부와 데크 옆에서 이야기 나누던 중 곡우는 ‘채국동리하(採菊東籬下) 유연견남산(悠然見南山)’을 읊었다. 내가 이전에 몇 번 좋아한 시구라 이야기한 적은 있지만 객들 앞에서는 읊지 못했었다. 가을 아침의 맑음과 객들의 진지함 때문이었겠지. 그 의미가 오늘따라 심장하게 다가온다. ‘모든 게 마음이다’를 늘 말하지만 참으로 오묘하다. 우리의 마음, 그 마음은 어디에 있는가? 가슴속에 있는가? 머릿속에 있는가? 누가 그 마음을 움직이는가? 마음이 함께이지 않으면 소리가 들리지 않고, 맛도 느껴지지 않고, 보이지도 않고, 느껴지지도 않음을 이야기했다. 방안 시계 소리가 거슬리다가도 어느 순간 들리지 않는 건 분명 소리가 없어서가 아니라 마음이 다른 곳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니 1700년 전 이 위대한 시성은 저잣거리에 집을 지었으면서도 수레 소리가 시끄럽지 않았을 것이고 뜰 아래 국화꽃을 따다가 한가로이 남산을 바라볼 수 있었을 것이다. 서푼짜리 벼슬에 연연치 않고 ‘전원장무 호불귀(田園將蕪胡不歸)’를 읊조리며 나귀 등을 타고 낙향할 수 있었을 것이다. 누가 SNS를 가볍다 하는가? 친구 된 지 얼마 안 된 페친과 어느 아름다운 가을 아침 도연명을 이야기하고 마음자리를 이야기할 수 있었다면 그 만남이 결코 가볍다 하지 못할 것이다. 마음을 한가로이 하고 아래 오언절구를 읽어보자! 마음이 한가로워질 것이다.

結盧在人境(결로재인경) 而無車馬喧(이무거마훤)
問君何能爾(문군하능이) 心遠地自偏(심원지자편)
採菊東籬下(채국동리하) 悠然見南山(유연견남산)
山氣日夕佳(산기일석가) 飛鳥相與還(비조상여환)
此中有眞意(차중유진의) 欲辨已忘言(욕변이망언)

사람 사는 곳에 오두막을 지었지만, 수레 끄는 소리 말 울음소리로 시끄럽지 않네.
어찌 그럴 수 있냐고? 사람들이 묻지만, 마음이 멀어지면 사는 곳도 절로 외딴곳 되는 법.
동쪽 울타리 밑에서 국화를 꺾다 보니 한가롭게 남산이 들어오네.
산 기운은 석양에 아름답고 새들은 짝지어 돌아오누나.
이 가운데 참뜻이 있으니 말로 드러내고 싶어도 이미 할 말을 잃어버렸다.

무슨 재미로 산막에서 사나? 아무것도 하지 않을 권리. 무위에도 백척간두는 있다. 머무르거나 애쓰지 말자. 그냥 뛰어내리는 거다. 가을이 깊었다. 모든 것이 마음에서부터 시작한다.

새 식구들이 왔다. 개가 총 4마리다. 개들은 비 오면 비 맞고, 외로운 밤도 견디고, 밥도 알아서 챙기고, 형한테 혼이 나기도 한다. 산막에서는 도리가 없단다. 자유에는 대가가 따른단다. 얘들아. 개도 교육하면 된다.  사람이나 개나 짝없으면 외롭고 쓸쓸할 것이다. 아끼던 개 누리가 떠난 후 매사 의욕도 없고 축 처져 있던 대백이가 어린 진돗개 온 이후로 삶의 의욕을 되찾은 듯하다. 활발하고 씩씩하다. 오래오래 행복하게 내 곁에 머물었으면 좋겠다. 어린놈의 이름은 누리라 지었다. 이제 두 달 박이 어린 녀석이다. 많이 사랑해 줄게.

대백이, 누리. 천진난만하게 뛰노는 개들을 보면 마음도 평화로워진다. [사진 권대욱]

대백이, 누리. 천진난만하게 뛰노는 개들을 보면 마음도 평화로워진다. [사진 권대욱]

산막에서 만나 인생의 도반이 되어 서로 이끌고 밀며 아름답게 살아가시는 산막 도반들의 특별한 리유니언이 있는 주말. 오늘은 화톳불과 가을 전어와 대화를 하는 산막이다. 불은 참으로 신기한 존재다. 사람을 겸허하게 하고 솔직하게 만든다. 그래서 불 앞에서의 대화는 진솔하다. 예술인들의 진정한 보금자리를 만들겠다는 문 작가의 꿈이 꼭 이뤄지길 바란다.

어제 오늘 산막서 한 일
1. 보온재 피복 및 테이핑(무너와 병환 일행)
2. 고구마 수확(정박사 곡우)
3. 연통 청소(나 곡우 지영씨)
4. 처마 밑 균열 보강및 실리콘 방수(나)
5. 빨래(곡우)
6. 뮤비(나)

바쁜 일 없이도 무료하지 않고 기쁜 일 없어도 우울하지 않은 삶, 언제나 기쁨 가득하고 행복한 삶, 그딴 삶은 없다고 단언한다. 언제나 스스로 새롭기 위해, 우울해지고 권태스럽지 않기 위해 노력할 뿐이다. 자신을 새롭게 하고, 세상을 아름답게 보기 위해서는 자신의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게 노력하고자 하는 마음이 필요한 것이다. 그 마음은 어디서 오는가? 나는 그 마음이 사랑으로부터 온다 생각한다. 그러니 왜 사랑을 하지 않겠나? 자신에 대한 사랑, 타인에 대한 사랑, 세상에 대한 사랑, 사랑은 끝이 없다. 그 마음 지금도 다르지 않고 저는 여전히 노력한다.

미스터 트로트는 나이 제한에 날아갔으나 70 가수의 꿈은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계획했던 친구들과의 유튜브 방송을 마쳤고 시즌 2를 계획하고 있다. 청춘합창단 유튜브 방송도 스폰서만 구하면 바로 시작할 것이다. 쓰·말·노 TV나 산막스쿨 TV도 언젠가는 시작할 것이다. 세상 하고 싶은 일 중 하나가 바로 먹방 안내 방송이다. 예로서 ‘한국인의 밥상’의 최불암 선배나 김영철 씨의 ‘동네 한 바퀴’인데, 내 영상보고 식욕을 찾으셨다는 분도 많으니 이 또한 왜 아니겠나 싶다.

회사에서 계획하는 코리안 탈무드 프로젝트도 정말 해보고 싶은 일 중 하나다. 이런 생각과 호기심이 나를 앞으로 나아가게 만든다. 누군들 걱정이 없겠나? 누군들 삶이 매 순간 경이롭고 행복하겠나? 단언컨대 그런 삶은 없다. 자신을 격려하며 위로하며 살아가는 것이고 그 근본은 사랑이다. 자신을 사랑해야 세상을 사랑할 수 있다.

(주)휴넷 회장·청춘합장단 단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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