닉슨 ‘Watergate 사건’서 유래, 끊임없는 권력형 비리 ‘게이트’

중앙선데이

입력 2020.10.31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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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9호 24면

콩글리시 인문학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게이트 논쟁이 시끄럽다. 라임, 옵티머스 초대형 금융사기 사건을 둘러싸고 사기꾼 주범의 한마디에 온 나라가 출렁인다. 범인이 검사 3명을 접대했고 야당 정치인에게 수억 원을 건넸다고 하자 법무부 장관은 기다렸다는 듯이 야당 수사를 묵살했다고 검찰총장의 지휘권을 박탈한다. 검찰총장은 중상모략이라고 반박한다. 정부 수호대 법무부와 비리를 캐는 검찰청이 앙숙처럼 대립한다. 요지경이 따로 없다.

옵티머스·라임 사건으로 시끌
만능키 빽(back) 수사가 핵심

게이트는 미국 닉슨 대통령의 Watergate 도청사건에서 비롯된 말이다. 당시 도청장치를 했던 건물이 워터게이트였기에 이후 정치권력의 대형 불법 비리 사건에 gate를 접미사로 쓰게 됐다. 라임, 옵티머스 사기 사건의 핵심은 이름에 있지 않다. 이 거대한 조직범죄에 어떤 빽(back)들이 동원됐는지가 수사의 초점이다.

민정수석실의 행정관 부부가 대주주이자 동업자였다. 감독해야 할 금감원은 컨설팅을 해주고 현직 장관과 국회의원은 수익자로 참여했다. 전파진흥원, 한전 등 공기업과 60여 개 상장회사, 유명 대학들이 앞다투어 투자했다. 전직 거물들은 고문으로 사기극을 거들었다. 서울지검은 수사를 뭉개고 그사이 주범들이 달아났다.

조국 딸의 입시는 아빠 찬스, 서 일병의 군 특혜는 엄마 찬스 의혹을 받는다. 원조 친노로 불리는 유인태는 이를 두고 빽이 동원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한때 우리 사회는 빽이 지배하는 사회였다. 콩글리시 빽(back)은 만능키와 같았다 (뒤를 봐주는 인물이나 영향력이 빽이다).

오죽했으면 어느 신문 사설은 “민정수석실이 비리 소굴인 나라”라고 썼을까. 이 정권과 관련된 부정부패 비리 의혹은 청와대와 관련이 깊다. 울산시장 선거 개입, 유재수 뇌물 무마사건, 조국 딸 가짜 인턴 증명 의혹 등 불법 비리는 청와대 인사들에 의해 자행되었다는 의구심이 생긴다.

민정, 사정, 법무를 아우르는 민정수석은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막강한 자리로 요직 중의 요직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수석 밑에 반부패비서관 자리까지 마련했다. 라임 전주 김봉현은 후배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에서 “민정수석, 정무수석 라인을 타고 있다”고 밝혀 유력인사가 배후에 있음을 시사했다.

옵티머스(optimus)란 optimum 최적, optimistic 낙관적, optimize 극대화하다 등과 뿌리가 같은 라틴어로 최상, 최고(best)를 의미한다. 그러나 옵티머스 자산운용은 이름과는 정반대로 최악의 사기였다. 라임(lime) 역시 이름은 향기롭지만, 펀드 라임에서는 악취가 진동한다.

모든 게 사람 문제다. 일찍이 율곡 이이(李珥)는 문벌이나 출신보다 능력 있는 사람을 기용하고, 신분을 가리지 말고 평민을 포함하여 폭넓게 인재를 양성할 것을 주장하였다. “벼슬이 높은 자일수록 행실이 비열하고, 요직에 있는 자일수록 재질이 하등에 속한다.” 선조 5년 이이는 조정 관리들의 실상을 이렇게 진단했다. 국가 위기 속에 국민은 절망한다. 얄리얄리얄랑셩얄라리 얄라. 청산(靑山)은 어드메뇨?

김우룡 한국외대 명예교수(언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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