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10알씩 입에 털어요" 무심코 먹는 영양제 하루에 몇 알까지 가능할까?

중앙일보

입력

지난 2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하면서 가정주부 A씨(58)는 건강기능식품, 즉 '영양제'를 더 많이 챙겨 먹기 시작했습니다. A씨는 "원래는 눈 영양제만 먹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면역력 등 평소에도 건강을 신경 써야겠다는 생각에 비타민B·C, 마그네슘, 프로폴리스 그리고 홍삼을 샀다"며 "독감도 걱정되고 해서 앞으로도 계속 먹을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ㅈㅂㅈㅇ]영양제, 하루 몇 알까지 먹을 수 있을까' 영상 중 일부

'[ㅈㅂㅈㅇ]영양제, 하루 몇 알까지 먹을 수 있을까' 영상 중 일부

코로나 시대, 너도나도 영양제 

코로나 확산 후 영양제에 대한 관심이 폭증하고 있습니다. 롯데홈쇼핑에 따르면, 지난 3월부터 지난 21일까지 건강기능식품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4% 증가했습니다. GS25에 따르면 올해 1~9월 건강기능식품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80.9% 늘었습니다. 특히 면역력 강화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진 홍삼이 92.3%, 유산균 관련 제품이 111.5% 증가했다고 했습니다. 이마트도 이달 추석 선물 사전예약 품목 중 홍삼 등 건강기능식품 매출이 작년 대비 280% 늘었다고 밝혔습니다.

[ㅈㅂㅈㅇ] 하루에 영양제 100알 먹는 남자

지난 2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약과 함께 영양제를 처방받았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주치의인 숀 콘리(Conley)는 지난 4일 기자회견에서 트럼프에게 실험용 항체 약물과 함께 비타민 D, 아연, 멜라토닌을 처방했다고 밝혔습니다.

영양제는 치료제가 아니지만 면역 체계를 돕는 역할은 한다는 게 중론입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9월 홈페이지에 "현재 미량영양소 보충제(비타민 D와 C, 아연 등)를 코로나19 치료제로 사용하도록 안내하지 않는다"면서도 다만 "비타민 D와 C, 아연과 같은 미량영양소 보충제는 면역 체계가 원활히 기능하는 데 중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세계보건기구는 영양제에 대해 세계보건기구(WHO) 홈페이지 캡쳐

세계보건기구는 영양제에 대해 세계보건기구(WHO) 홈페이지 캡쳐

하루 '100알' 넘는 영양제 먹는 미래학자

 '[ㅈㅂㅈㅇ]영양제, 하루 몇 알까지 먹을 수 있을까' 영상 중 일부

'[ㅈㅂㅈㅇ]영양제, 하루 몇 알까지 먹을 수 있을까' 영상 중 일부

이렇다 보니 영양제를 '다량'으로 섭취하는 이들도 늘고 있습니다. 시험을 준비하는 이모씨(25)는 "원래 하루에 영양제 7가지 정도 챙겨 먹었는데 코로나19가 심해지면서 면역력 증진을 위해 아연을 추가로 먹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2년 전부터 피로감을 많이 느끼면서 자연식으로 영양을 채우기엔 부족하다 싶어 유튜브를 보면서 영양제에 대해 공부했다"며 "많이 먹을 때는 하루에 10가지 넘게 먹었다"고 했습니다. 책 '특이점이 온다'를 쓴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Kurzweil)은 하루에 영양제 100알 넘게 먹고 여기에 투자하는 돈만 연간 11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영양제는 좋은 거니까 한 번에 많이 먹어도 괜찮은 걸까요?

염창환 대한비타민연구회 회장은 "딱 정해진 건 없지만 일반적인 사람들은 (하루에) 열 알 미만이 맞다"며 "본인한테 정말 맞는 영양제인지 확인하고 먹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영양제에 들어간 첨가물들이 많아지거나 영양성분들의 흡수를 방해하는 성분이 같이 들어갈 경우 위장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고 했습니다.

염 회장은 "영양제는 본인에게 필요하면 꼭 먹고 필요하지 않으면 안 먹어도 된다"며 "필요 없는 사람이 먹을 경우 독이 될 수 있다. 자신의 몸 상태를 먼저 파악하고 전문가와 상담 후 필요한 영양제를 선택하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처음 먹을 때는 세 개 이하로 먹는 게 좋고 삼 개월 정도 복용 후에 용량을 하나씩 맞춰가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는 '한 번에 몇 개씩이 좋다'라는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기에 자신한테 맞는 복용량을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영양제에 대한 상반된 관점

약사 유튜버 '리틀약사' 채널 속 '영양제 왜 드시나요?' 영상 중 일부. 유튜브 '리틀약사'

약사 유튜버 '리틀약사' 채널 속 '영양제 왜 드시나요?' 영상 중 일부. 유튜브 '리틀약사'

인터넷이나 유튜브 등으로 영양제를 공부하는 사람이 많은 것에 대한 우려도 있습니다.

구독자 13만명을 보유한 약사 유튜버 '리틀약사'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는 문제를 어떤 기준을 갖고 얘기하면 '아 이게 아닐 수도 있는데'하는 생각도 한다"며 "치료 약과 영양제는 다르다. 이 증상에는 이 영양제, 이 질병에는 저 영양제, 이런 식으로 단순하게 분리할 수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리틀약사는 '영양제 왜 드시나요?'라는 제목의 영상에서 "질병이 발병됐을 때 사용하는 약(의 효과)과 비교해 영양제는 무조건 효과가 없다고 하는 건 넌센스"라며 "영양제는 어떤 질병의 치료가 주 목적이기보단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 먹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영양제에 대한 맹신을 경계하는 의사들도 있습니다. 가정의학과 전문의 명승권 교수는 2015년 발간한 저서 '비타민제 먼저 끊으셔야겠습니다'의 서문에서 "건강기능식품은 대부분 효능과 안정성에 대한 임상적 근거가 없거나 부족하다"고 했습니다. 또 "이른바 '쇼닥터'들은 아직도 효능이 입증되지 않았음에도 TV나 홈쇼핑에서 홍삼, 비타민, 글루코사민, 칼슘, 유산균 제품 등의 건강기능식품을 자기 이름을 내세워 판매한다"며 "전문 의료인들이 근거가 확립되지 않는 건강기능식품이나 치료법들을 환자나 일반 대중에게 권하거나 선전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정희윤 기자 chung.heeyu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