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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별전 앞두고 '고맙다'를 6번 얘기한 SK 윤희상

중앙일보

입력

SK 투수 윤희상. [사진 SK 와이번스]

SK 투수 윤희상. [사진 SK 와이번스]

17년의 프로야구 선수 생활, SK 와이번스 투수 윤희상(35)은 웃으면서 마지막 등판을 준비했다. 그리고 '감사하다'라는 말을 여섯 번이나 했다.

30일 인천 LG전에서 선발로 1타자 상대 #올시즌 마지막으로 그라운드 떠나

2004년 SK에 입단한 오른손 투수 윤희상은 통산 215경기에 출전해 42승 44패 1세이브 7홀드 평균자책점 4.81을 기록했다. 2012년엔 데뷔 후 처음으로 두자릿수 승리(10승 9패 평균자책점 3.36)도 기록했다. 그러나 지난해엔 어깨 부상으로 한 경기도 뛰지 못했고, 올해도 시즌 막바지가 되서야 1군에 올라왔다. 결국 지난 27일 은퇴 의사를 밝혔다.

윤희상은 30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경기에서 선발투수로 나선다. 윤희상은 1회 초 한 타자를 상대한 뒤 실질적인 선발 박종훈에게 마운드를 넘긴다. 박경완 SK 감독대행과 박종훈의 배려 덕분이다. 경기 전 만난 윤희상은 "감사한 마음 뿐이다. 많은 분들의 도움 덕분"이라고 했다.

30일 선수로서 마지막 등판을 앞두고 인터뷰를 하는 SK 투수 윤희상.

30일 선수로서 마지막 등판을 앞두고 인터뷰를 하는 SK 투수 윤희상.

윤희상은 "(2018년 한국시리즈 이후)한 번 더 던져보고 싶은 생각에 수술까지 결정했을 때 어느 정도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다. 구단에서 수술을 시켜주고, 재활 운동할 수 있게 배려해주셨다. 한 번쯤은 다시 던져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운동을 했다. 중간중간 통증이 와서 멈추고 다시 어깨가 아플 때도 있었다. 2군 코치님들이 격려해주신 덕분에 2군에서도도 던지고 1군에서도 던져 행복하다"고 했다.

그는 "기사가 나오기 전부터 마지막 순간까지도 감사함을 느꼈다. 오늘 하루는 즐겁고 행복한 하루로 보내자고 마음먹었다. 보통 선발 전날에는 항상 많이 신경 쓰고 잠들었는데. 어제는 아이들과 놀다가 아무 생각 없이 잠들었다. 생각이 정리되서 '야구장에서 놀다 와야지'라는 생각이다. 야구 생각을 하지 않은 건 처음인 것 같다"고 웃었다. 그는 '감사하다'는 말을 여섯 번이나 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2018년 한국시리즈다. SK는 통산 네 번째 우승을 차지했고, 윤희상도 마운드에서 힘을 보탰다. 그는 "'인생 경기'는 잘 생각이 안 난다. 2018년 다같이 우승한 게 개인적으로 좋았다"고 했다. 윤희상은 "어떤 선수라고 기억될 정도는 아닌 것 같다. 다만 그 시절 SK란 팀을 생각했을 때 '저런 선수가 있었구나'라고 기억되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김)강민이 형이나 (조)동화 코치, 다른 형들이 '한 번 1년이라도 더 해보라'고 말해줬는데 기분좋으라고 하는 얘기 같기도 하다. 형들한테 받은 정이나 이야기를 후배들에게 많이 해주고 싶다. 이제 유니폼을 벗으면 후배들한테 편하게 얘기할 수 있을 거 같다"고 했다.

윤희상은 "2군에서 야구를 보면서 생각한 건데 우리 팀 선수 뿐 아니라 야구선수들이 좀 더 멋있게 화려하게 비춰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어린 아이들이 꿈을 꾸고 롤모델이 될 선수들이 많아져서, 아이들이 야구선수를 꿈꿨으면 좋겠다"고 마지막 말을 남겼다.

인천=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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