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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기술자립 '칼' 갈면서도…"美와 결별은 시기상조"

중앙일보

입력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가 30일 5중전회 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CCTV 캡쳐]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가 30일 5중전회 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CCTV 캡쳐]

미국의 화웨이 제재 등에 맞서 중국이 기술 자립을 위한 대대적 투자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30일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의 5중전회 결과 발표 기자회견에서다.

그러면서도 미국 경제와의 '디커플링(탈동조화)' 가능성에 대해선 일단 선을 그었다. 향후 5년, 장기적으로 15년 간 기술 자립과 내수 중심의 경제 발전 정책을 확정해 '홀로서기'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서다. 패권경쟁의 과정에서 갈수록 거세지는 미국의 압박과 견제를 피하기 위한 '도광양회(韜光養晦·실력을 드러내지 않고 기다린다)'식 발언으로 보인다.

5중 전회에서 기술 자립과 내수 중심 성장에 초점을 맞춘 5개년 계획이 수립됐다. [신화망]

5중 전회에서 기술 자립과 내수 중심 성장에 초점을 맞춘 5개년 계획이 수립됐다. [신화망]

中, “미국과 협력할 분야 더 많다”

'디커플링'론에 대해 한원시우(韓文秀) 중앙위원회 금융경제위 부국장은 “세계가 점차 좁아지고 있는 시대에 중국과 미국은 세계 최대 경제 대국”이라며 “양국 경제는 상호 보완과 세계 경제의 개방성에 의해 결정되며 완전히 분리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분리하고 싶은 것보다 반대로 협력하고 싶은 분야가 더 많다”며 “올해 3분기 중ㆍ미 양자간 교역도 전년 동기간 대비 16%p 증가했다”고 덧붙였다. ‘미ㆍ중 갈등이 심각한 상황에서 목표로 제시한 2035년 중국의 경제력 달성을 어떻게 이룰 수 있나’는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다. 전날 5중전회는 2035년까지 ‘사회주의 현대화 실현’을 기치로 1인당 국내총생산(GDP)을 중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중산층을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경제성장률에 대한 목표치는 공개하지 않았다. 국가통계국 서기 닝지쩌(寧吉喆)는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증가함에 따라 중국의 외부 환경이 심각해졌다”며 “14차 5개년 계획에 따라 구체적 지표를 검토해 내년 13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4차 회의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5차 전체회의(5중전회)가 29일 막을 내렸다. 14차 5개년 계획과 2035년까지의 장기발전계획을 논의 확정했다. [신화망]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5차 전체회의(5중전회)가 29일 막을 내렸다. 14차 5개년 계획과 2035년까지의 장기발전계획을 논의 확정했다. [신화망]

기술 자립에 ‘올인’...5중전회 사상 첫 결의

그러면서도 기술 자립에 대한 구체적인 조치를 묻는 질문에 왕지강(王志剛) 과학기술부 당서기는 “중국이 새로운 발전 단계에 진입했다”며 “국가 개발 전략 지원을 모든 계획의 첫번째 단계에 배치할 것을 결의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5개년 계획 수립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반도체 수출 중단 등 압박에 맞서기 위해 기술력 확보에 전력투구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이어 “핵심 기술은 사들여올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독립적인 혁신 능력을 향상해야 한다”며 “글로벌 관점에서 기술 혁신을 계획하고 협력을 촉진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기술 자립을 위한 중국 정부의 막대한 투자와 법적, 제도적 조치가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국무원은 지난 8월  ‘신시대 반도체ㆍ소프트웨어 발전 정책’을 발표하고 28나노미터 이하 공정 기술을 갖고 있는 기업에 대해선 최대 10년간 법인세를 면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기술 격차를 따라잡기 위한 중국의 본격적 공세가 거세질 전망이다.

왕샤오후이(王曉暉) 중앙선전부 부국장은 ’5중 전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2035년까지 문화강국을 건설한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망 캡쳐]

왕샤오후이(王曉暉) 중앙선전부 부국장은 ’5중 전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2035년까지 문화강국을 건설한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망 캡쳐]

2035년까지 문화강국 건설...한류 영향도

왕샤오후이(王曉暉) 중앙선전부 부국장은 “5중 전회는 문화 건설을 중시하고 전략과 전반적 설계를 다뤘다”며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2035년까지 문화강국을 건설한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강국 건설의 구체적 시간표를 제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이 자국 문화 융성을 강조하고 나선 것은 최근 애국주의 강화 물결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한국 문화 콘텐츠 수출과 역사 해석 등 분야에서 향후 또다른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대목이다.

베이징=박성훈 특파원 park.seo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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