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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종합보험 가입자의 자전거 상해사고, 형사처벌은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정세형의 무전무죄(35)

주변에 나가보면 자전거를 타는 사람을 많이 볼 수 있다. 자전거는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데다 운동 효과는 물론 스트레스 해소에도 좋아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점점 늘어나는 것은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더구나 올해는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야외에서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더욱 많아졌다.

그런데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의 통계 자료에 따르면 2019년 자전거 사고는 총 5633건이었고 사망자 79명, 부상자 6020명에 이른다. 공식적인 통계자료가 이 정도니 통계에 포함되지 않은 사고까지 합하면 실제 사고 건수는 이보다 많을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자전거는 우리 생활과 너무나도 가깝지만 자전거 사고에 대한 경각심은 아직 다소 부족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자전거 운전과 관련된 법률문제에 대해 살펴본다.

억대 손해배상책임 질 수도

자전거로 사람을 다치게 하면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는 것 외에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도 있다. [사진 pixnio]

자전거로 사람을 다치게 하면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는 것 외에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도 있다. [사진 pixnio]

자전거를 운행하다가 다른 사람을 다치게 하는 등 손해를 입히면 이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지게 된다. 예를 들어, 자전거도로를 운행하는 자전거의 운전자가 진로를 변경하고자 하는 경우 다른 자전거의 정상적인 통행에 장애를 줄 우려가 있는 때에는 진로를 변경하여서는 안 되고, 그 운전자 주위에 다른 자전거의 운전자가 근접해 운행하고 있는 때에는 손이나 적절한 신호방법으로 진로를 변경한다는 것을 표시할 주의의무가 있다.

실제 사례를 살펴보면, 보행자 자전거 겸용도로의 오른편에서 앞서가던 자전거 운전자가 갑자기 좌회전하자 위 도로의 왼쪽에서 뒤따라오던 자전거 운전자가 충돌을 피하기 위해 급하게 정지하다가 자전거와 함께 넘어져 상해를 입었다. 이에 대해 법원에서는 수신호 등을 통해 자신의 진행방향을 알리거나 진행방향 근접거리 후방을 살피면서 안전하게 좌회전을 할 주의의무를 준수하지 않고 좌회전을 한 선행 자전거 운전자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였다.

이외에도 자전거 사고로 인해 상대방이 크게 다치는 경우 등 상황에 따라서는 자전거 운전자에게 억대의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된 사례도 있다.

다치게 하면 5년 이하 징역

자전거로 사람을 다치게 하면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는 것 외에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도 있다.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교통사고’란 관하여 차의 교통으로 인하여 사람을 사상하거나 물건을 손괴하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도로교통법에서는 자동차뿐만 아니라 자전거도 차에 해당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따라서 자전거를 운행하다가 다른 사람을 다치게 하거나 물건을 손괴하는 것도 교통사고에 해당한다.

그래서 자전거를 운행하다가 다른 사람을 다치거나 죽게 하면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라는 형사처벌을 받게 될 수 있다.

그런데 흔히 알고 있듯이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에서는 교통사고(12대 중과실로 인한 사고 등 일정한 경우 제외)로 인해 다른 사람을 다치게 하더라도 종합보험에 가입되어 있으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것으로 정하고 있어 형사처벌을 받지 않게 된다.

자전거 사고가 발생한 경우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즉시 정차해 사상자를 구호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피해자에게 인적 사항을 제공해야 한다. [사진 pixnio]

자전거 사고가 발생한 경우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즉시 정차해 사상자를 구호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피해자에게 인적 사항을 제공해야 한다. [사진 pixnio]

그렇다면 자전거의 경우는 어떨까. 이에 대한 사례를 살펴보자.

어떤 사람이 자전거를 운전하고 가다가 전방 주시를 게을리한 과실로 다른 사람을 들이받아 상해를 입게 하였다. 비록 자전거는 보험에 가입되지 않았으나 가해자가 ‘일상생활 중 우연한 사고로 타인의 신체에 장해를 입히거나 타인의 재물을 손괴하고 부담하는 법률상 배상책임액을 1억 원의 한도 내에서 전액 배상한다’는 내용의 종합보험에 가입되어 있었다. 그런데 위 사고로 피해자가 입은 손해가 400만원 정도에 불과해 보험만으로 손해배상금 전액을 보상할 수 있었고, 실제로 가해자가 가입한 보험의 보험회사는 피해자에게 350만원을 지급하고 원만하게 합의하였다.

이 사안에 대해 1심 법원에서는 유죄를 인정하고 벌금형을 선고하였으나, 2심 법원에서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에서 정하는 종합보험에 가입되어 있다고 보아 공소기각 판결을 하였다. 하지만 대법원은 2심 법원의 판단이 잘못되었다고 보았다. 우선 대법원은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형사처벌 등 특례 적용 대상이 되는 ‘보험 또는 공제에 가입된 경우’란 ‘교통사고를 일으킨 차’가 위 보험 등에 가입되거나 ‘그 차의 운전자’가 차의 운행과 관련한 보험 등에 가입한 경우 가입한 보험에 의해 특례법 제4조 제2항에서 정하고 있는 교통사고 손해배상금 전액의 신속·확실한 보상의 권리가 피해자에게 주어지는 경우를 가리킨다고 보았다.

그런데 가해자가 가입한 보험은 보상한도 금액이 1억원에 불과해 이 보험만으로는 1억원을 초과하는 손해가 발생한 경우 피해자로서는 보험에 의한 보상을 받을 수 없으므로, 이러한 형태의 보험은 피보험자의 교통사고로 인한 손해배상금의 전액보상을 요건으로 하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에서 의미하는 보험 등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본 것이다.

자전거 사고를 대비해 손해배상금 전액을 보상하는 보험에 가입하는 경우는 많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해서 자전거로 사람을 다치게 한 경우 무조건 형사처벌을 받게 되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을 할 필요는 없다.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에서는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는 규정도 두고 있기 때문에 대법원에서 말한 것과 같은 종합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더라도 피해자와 원만히 합의하고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가 적힌 합의서를 제출하면 된다.

참고로 자전거 사고가 발생한 경우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즉시 정차해 사상자를 구호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피해자에게 인적 사항을 제공해야 한다. 만일 이러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5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게 된다는 점 역시 유의해야 한다.

과거에는 자전거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 등 규정이 없었다. 그런데 자전거 인구가 늘고, 음주 상태에서 자전거를 운행하다가 사고가 발생하는 사례가 많아지자 2018년 도로교통법 개정을 통해 자전거에 대한 음주운전 금지 규정을 두게 되었다.

자전거는 남녀노소 누구나 탈 수 있어 더 위험할 수 있다. 대부분 강변이나 공원 같은 곳에서 자전거를 많이 타는데, 능숙한 사람도 있지만 아직 미숙하여 비틀거리거나 갑자기 멈추는 사람도 있다. [사진 pixnio]

자전거는 남녀노소 누구나 탈 수 있어 더 위험할 수 있다. 대부분 강변이나 공원 같은 곳에서 자전거를 많이 타는데, 능숙한 사람도 있지만 아직 미숙하여 비틀거리거나 갑자기 멈추는 사람도 있다. [사진 pixnio]

나아가 술에 취한 상태에서 자전거를 운전하거나 자전거를 운전한 사람이 음주측정을 거부하는 경우 2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는 규정도 신설되었다.

또 자전거 음주운전은 범칙금 부과 대상에도 해당하는데, 그 기준은 술에 취한 상태에서 자전거를 운전하면 3만원, 술에 취한 상태에 있다고 인정할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자전거 운전자가 경찰공무원의 호흡조사 측정에 불응하면 10만원이다.

자전거는 남녀노소 누구나 탈 수 있다. 그래서 오히려 더욱 위험할 수 있다. 자전거를 타기 좋은 곳은 대부분 강변이나 공원 같은 곳이다. 이러한 강변이나 공원에는 자전거를 매우 빠른 속도로 달리는 사람도 있고, 느리게 달리는 사람도 있다. 또 자전거를 능숙하게 타는 사람도 있지만 아직 자전거 운전이 미숙하여 비틀거리거나 갑자기 멈추는 사람도 있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 말고도 길을 건너거나 자전거 도로 주변을 걷는 보행자까지 고려하면 언뜻 보기에 평화로워 보이는 것과는 달리 사고 위험이 항상 도사리고 있다.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자전거를 잘못 운전하면 거액의 손해배상책임을 지거나, 심하면 형사처벌까지 받게 될 수 있다. 건강과 즐거움을 위해 타는 자전거가 악몽으로 바뀌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변호사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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