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다가서지 않으면 볼 수 없다…김정석의 유리전 '색-공'

중앙일보

입력

유리 작가 김정석의 '색-공' 개인전. 色-空 2020-1, 120x60x8cm, glass, 2020

유리 작가 김정석의 '색-공' 개인전. 色-空 2020-1, 120x60x8cm, glass, 2020

유리 작가 김정석의 '색-공' 개인전. 色-空 2020-1, 120x60x8cm, glass, 2020

유리 작가 김정석의 '색-공' 개인전. 色-空 2020-1, 120x60x8cm, glass, 2020

11월 2일까지 서울 인사동에 있는 KCDF(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갤러리에서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도예·유리과 김정석 교수의 ‘色-空(색-공)’ 개인전이 열린다.
소재는 유리다. 한없이 투명하거나 혹은 깊이를 알 수 없을 만큼 불투명하거나. 유리의 양면성은 ‘빛’을 만나면서 다양한 형태를 갖게 된다. “유리공예가 주로 장신구의 등의 작은 크기로만 제작되던 것을 공간 장식으로 확장시키는 작업을 하고 있다”는 김 교수는 최근까지 두꺼운 프레임을 만들고 뒤에 LED 조명을 함께 설치해 획일화된 공간을 투명한 색감으로 풍성하게 채우는 작업을 해왔다. 하지만 이번 전시에선 프레임과 LED 조명을 걷어내고 좀 더 가벼운 느낌의 회화를 연상시키는 유리작품들을 보여준다.

유리 작가 김정석의 '색-공' 개인전. 色-空 glasswall 2020-2, 50x50x4cm(each) 9pc, glass, 2020

유리 작가 김정석의 '색-공' 개인전. 色-空 glasswall 2020-2, 50x50x4cm(each) 9pc, glass, 2020

불자이신 어머니의 영향으로 인간사의 길흉화복의 염원을 담은 ‘부적’을 유리 안에 심어 넣었던 김 교수는 이번에도 불교문화의 한 조각을 작품에 반영했다. 단단한 유리 속에서 화려하게 피어오르는 각양각색의 빛깔들은 불교회화의 ‘지옥도’에서 따왔다고 한다. 약 600~850℃ 온도에서 서로 다른 색과 두께를 가진 판유리를 6~7번에 걸쳐 녹여 붙인 결과다. 지옥도라는 무시무시한 제목에도 불구하고 가까이 다가갈수록 눈을 홀리는 강렬한 색감에 압도당하게 된다.

유리 작가 김정석의 '색-공' 개인전. 色-空 glasswall 2020-1

유리 작가 김정석의 '색-공' 개인전. 色-空 glasswall 2020-1

유리 작가 김정석의 '색-공' 개인전. 色-空 2020-7, 60x60x4cm, glass, 2020

유리 작가 김정석의 '색-공' 개인전. 色-空 2020-7, 60x60x4cm, glass, 2020

흥미로운 건 중앙에 배치된 얼굴 형상이다. 몇 년 전 베니스를 방문했을 때 거리의 문고리마다 달려있던 얼굴 장식에서 강렬한 인상을 받았던 김 교수는 왁스 캐스팅으로 다양한 두상을 제작해 지옥도의 한복판에 배치시켰다. 지옥도 안에서 고통 받는 인간의 모습을 표현한 거겠지만 관람자의 입장에선 얼굴 표정 하나하나를 살펴보는 일이 흥미롭기만 하다. 동양의 불교문화와 유럽의 르네상스 시대를 떠올리게 하는 두상의 상반된 이미지가 한 데 어울린 모습에서 공간의 경계를 뛰어넘는 빛과 유리의 자유로움이 느껴진다. 즐겨 사용하는 '부적'이 배치된 작품들도 보인다. 멀리서 보면 아름답고, 가까이 보면 이야기가 들리는 작품. 김 교수의 유리 작품들에서 느껴지는 즐거운 특징이다.
전시장 한가운데에는 유리로 만든 소반과 그릇도 전시돼 있다.

유리 작가 김정석의 '색-공' 개인전. 유리 소반과 그릇

유리 작가 김정석의 '색-공' 개인전. 유리 소반과 그릇

김 교수는 “유리는 서양의 공예 기법으로만 생각되지만 백제 무왕 대에 창건된 미륵사지 석탑에서 유리 사리병이 발견됐고, 역사가들은 당시 왕실 직속의 유리공방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 유리 공예의 역사적 깊이와 미래 가능성, 그리고 김 교수의 다음 작업을 기대하게 되는 대목이다.

유리 작가 김정석의 '색-공' 개인전. 色-空 2020-8, 60x60x7cm, glass, 2020

유리 작가 김정석의 '색-공' 개인전. 色-空 2020-8, 60x60x7cm, glass, 2020

유리 작가 김정석의 '색-공' 개인전. 色-空 glasswall 2020-1, 50x50x4cm(each) 9pc, glass, 2020

유리 작가 김정석의 '색-공' 개인전. 色-空 glasswall 2020-1, 50x50x4cm(each) 9pc, glass, 2020

글 서정민 기자 meantree@joongang.co.kr 사진 김정석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