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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사라진 투자금 1250억…"라임, 해외 3국으로 빼돌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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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사 앞. 연합뉴스

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사 앞. 연합뉴스

1조6000억원대의 환매 중단 사태를 빚은 라임자산운용이 국내 펀드에 투자한 투자금 중 최소 1250억원을 해외로 빼돌린 정황이 드러났다. 검찰은 이 돈이 홍콩을 거쳐 캄보디아나 호주 등으로 재송금됐고 일부는 국내로 들여와 인출한 것으로 파악하고 자금 행방을 추적하고 있다. 특히 검찰은 라임의 자금이 해외에 적법한 투자에 쓰였다기보다는 돈세탁을 거쳐 국내로 들여왔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검찰, 라임이 해외 투자한 1250억 행방 추적중  

검찰 관계자는 29일 "라임이 국내 펀드에 투자한 자금중 1250억원이 해외 3국으로 빠져나간 사실을 확인했다"며 "라임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남부지검과 해외범죄수익환수 합동조사단(합조단)이 자금의 행방을 추적중"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검찰은 라임의 펀드업계에서 '라임의 아바타 운용사'로 불렸던 라움자산운용이 홍콩 W사에 1억달러(1150억원)를 송금한 기록을 입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의 합조단은 국세청·관세청·금융감독원 등 유관기관이 참여해 있는 검찰 내 해외범죄자금 추적 전담 조직이다.

라움자산운용이 조성한 펀드가 홍콩 W사에 1억달러를 해외투자하기 위해서 금융감독원에 신고하자, 금융감독원에서 발급한 접수증. 문희철 기자

라움자산운용이 조성한 펀드가 홍콩 W사에 1억달러를 해외투자하기 위해서 금융감독원에 신고하자, 금융감독원에서 발급한 접수증. 문희철 기자

검찰은 추적중인 1250억원이 라임자산운용이 운용한 4개의 모(母)펀드 중 2개의 펀드에서 각각 다른 경로를 통해 해외로 빠져나간 것으로 보고 있다. 라임은 국내 자산에 투자하는 테티스2호(2963억원)와 플루토FI-D1호(9391억원) 등 2개 펀드를 운용했다. 테티스2호는 주로 코스닥 상장사의, 플루토FI-D1호는 비상장사의 전환사채(CB)나 환매조건부사채(BW) 등에 투자했다.

라임, '아바타' 운용사 통해 홍콩에 1억달러 송금  

먼저 검찰은 플루토FI-D1호에서 1억달러가 홍콩의 W사로 흘러나간 정황을 파악해 수사 중이다. 검찰에 따르면 플루토FI-D1호는 1억 달러를 국내 라움자산운용이 조성한 한 사모투자신탁에 투자했다. 라움자산운용은 이 돈을 홍콩의 W사에 투자했고, W사는 다시 캄보디아에서 리조트 개발사업을 위한 토지 임대권 확보용으로 사용했다고 한다. 하지만 W사가 투자했다는 캄보디아의 리조트 사업은 실체가 불분명하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특히 라움자산운용의 대표인 김모씨는 이종필 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과 대신증권에서 함께 근무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또 검찰은 라임이 국내에서 펀드를 한창 판매할 때 펀드업계에서 라움자산운용은 '라임의 아바타 운용사'로 불린 정황도 파악했다고 한다.

사라진 라임 자금 흐름도.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사라진 라임 자금 흐름도.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캄보디아 리조트 사업에도 150억 투자  

검찰은 라임이 운용한 펀드중 하나인 테티스 2호에서도 150억원이 해외로 빠져나간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테티스2호는 코스닥 상장사인 S사의 CB에 150억원을 투자했고, S사는 150억원을 다시 홍콩에 있는 계좌로 송금했다. S사는 또 홍콩에서 중국계로 알려진 S매니지먼트사에서 1000만달러를 투자받았다. S사는 이후 1000만달러(120억원)를 캄보디아에서 리조트사업을 한다는 E사에 투자했다. 당시 S사의 윤모 대표는 심모 전 S금융투자 팀장의 회사 동료이고, 심 팀장은 이종필 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과 함께 라임 펀드 설계를 주도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검찰은 현재 라임이 해외에 간접투자한 1억달러와 1000만달러의 행방을 일부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라임이 라움자산운용을 통해 홍콩 W사에 간접투자한 1억달러 중 7000만달러가 S매니지먼트의 호주 법인인 S사로 유입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나머지 3000만달러는 홍콩 계좌에서 비트코인·환치기 등 다양한 방법으로 국내로 들여와 전액 인출된 사실도 파악했다.

검찰, 해외 투자금중 일부 행방 파악  

결국 검찰이 현재까지 파악한대로라면 라임은 국내 투자만 가능한 펀드의 돈 1250억원을 해외에 간접투자했고, 대부분은 해외에서 행방을 감췄고 3000만달러는 국내로 다시 돌아온 것이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라임에서 해외로 빠져나간 금액 중 상당 부분의 추적을 진행하고 있다"며 "이 자금을 환수할 경우 라임 사태 피해자 보상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희철·강광우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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