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서울·부산시장 후보내기 꼼수, 이낙연 “전당원 투표로 결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왼쪽)와 김태년 원내대표가 29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4·15 총선 회계부정 혐의를 받는 같은 당 소속 정정순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투표를 하고 있다. 이날 체포동의안은 국민의힘 의원 전원이 불참한 가운데 재석 186명 중 167명 찬성으로 가결됐다. 오종택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왼쪽)와 김태년 원내대표가 29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4·15 총선 회계부정 혐의를 받는 같은 당 소속 정정순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투표를 하고 있다. 이날 체포동의안은 국민의힘 의원 전원이 불참한 가운데 재석 186명 중 167명 찬성으로 가결됐다. 오종택 기자

“후보 추천의 길을 열 수 있는 당헌 개정 여부를 전(全) 당원 투표에 부쳐 결정하기로 했다.”

‘부정부패로 직위 잃으면 무공천’ #현 당헌, 당원 뜻 앞세워 개정 추진 #이 대표 “공천하는 게 공당의 도리” #야당 “스스로 약속 파기…비양심적”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공천 여부에 대해 29일 온라인 정책의원총회에서 한 말이다. 이 대표는 “후보자를 내지 않는 것만이 책임 있는 선택은 아니다”며 “오히려 후보 공천을 통해 시민의 심판을 받는 것이 책임 있는 공당의 도리라는 판단에 이르게 됐다”고 말했다.

내년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는 각각 성 추문에 휩싸여 스스로 목숨을 끊은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자진사퇴한 오거돈 전 부산시장으로 인해 실시된다. 둘 다 민주당 소속이어서 당헌(제96조 2항)상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등 중대한 잘못으로 직위를 잃으면 당은 재·보궐선거에 공천하지 않는다’는 조항에 해당하는 상황이다. 이 대표는 “당헌에 그런 규정을 도입한 순수한 의도와 달리 후보를 내지 않는 것은 유권자의 선택권을 지나치게 제약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들었다”고 했다.

민주당은 31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권리당원을 대상으로 당헌 개정 여부를 묻는 온라인 투표를 진행한다. 기존 조항에 ‘전 당원 투표로 달리 정할 수 있다’는 단서조항을 달 수 있느냐를 묻는데, 충성도 높은 당원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어서 사실상 결론은 정해졌다고 봐야 한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전 당원 투표를 이용해 비판 여론을 피해간다는 지적이 나온다. 4·15 총선 직전 논란이 된 비례위성정당 창당 때 전 당원 투표를 활용한 것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이날 오전 비공개 최고위원회에 참석한 민주당 관계자는 “후보를 안 내면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도 기약할 수 없다는 공감대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보궐선거 6개월 전 ‘무공천 철회’로 방향을 잡은 건 자신의 정치적 명운을 좌우할 선거에 대비한 대오를 정비한 것으로 풀이된다. 2022년 대선 출마 예정인 이 대표는 당권·대권 분리조항에 따라 대선 1년 전(2021년 3월 9일)인 내년 3월 당 대표에서 물러나지만, 4월 보궐선거는 그가 지휘할 공산이 크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공천해야 한다는 공감대는 이미 형성돼 있었는데, 이를 이 대표가 분명히 매듭지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문 대통령이 당 대표 시절 했던 약속을 어겼다는 비난 여론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무공천 조항은 2015년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민주당 전신) 대표 시절 새누리당 소속 하학렬 경남 고성군수가 선거법 위반으로 당선무효형을 받자 이를 반면교사 삼겠다며 당헌에 넣었다. 문 대통령은 그해 고성군수 보궐선거 현장에서 “재·보궐선거 원인 제공 정당(새누리당)은 후보를 내지 말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야권에선 비난의 목소리가 잇따랐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자기네들이 한 약속을 파기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온갖 비양심은 다 한다. 천벌이 있을지어다”고 했다. 성일종 국민의힘 비대위원은 “문 대통령은 민주당 이번 방침에 동의하는 것이냐”고 물었다. 박수영 의원은 “이익이 걸리면 당헌도 무시하는 안면몰수. 이게 민주당의 민낯”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당 홍경희 수석부대변인은 “책임정치 운운하려면 보선 비용 850억원도 민주당이 부담하는 것이 언행일치”라고 꼬집었다. 정호진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스스로에 대한 약속을 지키지도 못하면서 국민의 삶을 지키겠다고 나서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했다.

김효성·한영익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