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8조’ 차기 구축함 사업 가처분 기각…지역 대결로 번진 갈등, 마무리될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지스 구축함인 세종대왕함. [사진 현대중공업]

이지스 구축함인 세종대왕함. [사진 현대중공업]

지난 27일 대우조선해양이 ‘방위사업청(방사청)을 상대로 차기 구축함(KDDX) 기본설계 사업자 선정이 부당하다’며 제기했던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서 기각된 사실이 확인됐다. 이번 결정으로 차기 구축함 사업이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이지만 논란의 불씨는 여전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방사청은 지난 8월 5일 현대중공업을 KDDX 기본설계 사업자로 선정했다. 평가에서 0.0565점 낮은 점수를 받아 근소한 차이로 떨어진 대우조선해양은 방사청의 결정이 부당하다며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지난 10월로 예정됐던 사업 계약이 미뤄진 배경이다.

KDDX 사업은 해군의 세종대왕급 이지스구축함(7600t)보다 작은 6000t급 ‘미니 이지스함’을 총 6척 건조하는 사업이다. 방사청은 내년 하반기까지 기본설계를 끝낸 뒤 2024년부터 건조에 착수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현대중공업의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모형. [해군 제공]

현대중공업의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모형. [해군 제공]

하지만 업체 간 경쟁이 과열돼 누가 이기더라도 쉽게 승복하기 어렵다는 우려는 이미 나왔다. 총 사업비 규모는 7조8000억원 수준이고 국내 최초의 스텔스 구축함을 건조하는 사업으로 수출까지 전망돼 사실상 ‘8조 플러스 알파’ 규모의 대형 방위사업으로 평가됐다.

법정 공방은 4가지 쟁점을 두고 진행됐다. 이 중 가장 시선을 끈 건 군사 비밀 유출 의혹이었다. 대우조선해양은 현대중공업이 KDDX 관련 군사 비밀을 활용해 사업 수주에 나선 만큼 부당한 경쟁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9월 현대중공업 직원이 KDDX 관련 군사 비밀을 불법적으로 취득한 사실이 드러났다. 2013년부터 2014년까지 현대중공업 소속 직원이 해군본부 장교를 만나 얻은 해군의 KDDX설계도를 입찰 준비에 활용했다는 내용이다.

대우조선해양의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모형. [해군 제공]

대우조선해양의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모형. [해군 제공]

대우조선해양은 방사청이 현대중공업이 뇌물공여로 제재 처분을 받은 사실을 반영하지 않았고, 제출된 실적 제안서 및 설계 준비 항목에 대한 평가에서도 현대중공업에 사업을 몰아주기 위한 꼼수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법 제51민사 재판부는 “취득한 자료(군사비밀)를 이 사건 입찰에 활용하였는지, (방사청)이 제안서 평가를 불공정하게 하였는지를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며 가처분 신청에서 제기된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난달 16일 민홍철 국회 국방위원장(왼쪽)과 이채익 국민의힘 의원이 국회에서 열린 서욱 국방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뉴스1]

지난달 16일 민홍철 국회 국방위원장(왼쪽)과 이채익 국민의힘 의원이 국회에서 열린 서욱 국방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뉴스1]

이번 사업의 경쟁은 업체를 넘어 지역 간 다툼으로도 번졌다. 현대중공업이 자리한 경북 울산과 대우조선해양이 있는 경남 거제가 충돌했다. 지난 20일 방사청 국감에서 국민의힘 소속 이채익 의원(울산 남구갑)과 더불어민주당 민홍철 의원(경남 김해갑)이 이번 사업을 두고 대리전을 벌였다. KDDX 관련 법원의 결정이 나왔지만, 논란이 쉽게 끝나기 어려워 보이는 이유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결정문을 토대로 법리를 검토하며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방사청은 30일 이번 판결과 향후 사업 추진에 대한 입장을 설명할 예정이다.

박용한 기자 park.yongha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