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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로 돈 잘 번 두산인프라코어…새주인 찾기에 실적이 변수되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사진 두산인프라코어

사진 두산인프라코어

경영 위기를 겪고 있는 두산그룹 재무구조 개선 과정에 또 다른 변수가 생겼다. 건설 장비 회사인 두산인프라코어가 3분기(7~9월)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을 낸 것이다. 이 때문에 현재 매각 협상을 벌이고 있는 두산인프라코어 매매 가격과 성사 여부에 불확실성이 생겼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올해 3분기 1761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고 29일 공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1546억원)보다 14% 증가한 액수다. 매출액도 지난해 (1조8576억원)에 비해 3.9% 늘어난 1조9284억원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가 중국에서 잠잠해지면서 건설기계 수요가 늘어난 영향이 컸다. 중국 정부의 사회기반시설 투자 확대에 따라 중국에서만 매출액이 1년 전보다 55% 늘었다. 특히 중대형 기계는 중국뿐 아니라 북미·유럽에서도 수요가 늘었다고 한다.

국내와 신흥국에선 건설기계 시장 전체 규모(-2.0%)는 줄었지만, 두산인프라코어는 점유율을 높여 선방했다. 이 시장에서 2344억원의 매출을 기록해 성장세(0.9%)로 돌린 것이다. 이 회사는 "건설 경기 회복에 대비해 신기종 출시에 역량을 집중하고, 매출채권리스크 관리 강화를 통해 시장 변동성에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두산그룹은 두산인프라코어에 대해 더 비싼 값을 받는 것을 기대하고 있다. 시장에선 두산인프라코어의 가치를 1조원 정도로 보고 있지만, 두산은 이번 실적 발표를 계기로 매각 협상 과정에서 더 높은 가격을 부를 여지가 생겼다. 정확한 매각 대상은 두산중공업이 보유한 두산인프라코어 지분 36.1%다.

두산인프라코어의 건설 기계. 사진 두산인프라코어

두산인프라코어의 건설 기계. 사진 두산인프라코어

두산은 지난 9월 두산중공업에 대한 1조3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을 밝힌 뒤 ‘중대한 고비는 넘겼다’고 자평하고 있다. 이에 두산인프라코어만큼은 “충분한 가치를 보장받지 못하면 안 팔아도 되는 것 아니냐”는 말도 회사 안팎에서 나온다. 국책은행에서 빌린 돈 3조원 중 약 절반을 사실상 갚은 상황이어서, 나머지 돈은 실제 사업을 운영하며 중장기적으로 상환할 수 있다는 구상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두산인프라코어 인수에 관심을 두고 있는 곳은 현대중공업그룹ㆍGS건설ㆍ유진기업 등 6곳이다. 인수 가격 의견 차이에 따른 차질이 없으면 올해 안에 우선협상대상자 선정까지 가능할 거란 게 시장의 관측이다.

반면 두산인프라코어 중국법인(DICC) 관련 소송은 가격 하락 요인으로 남아 있다. 2011년 두산인프라코어는 중국에 법인을 세우면서 20% 지분에 해당하는 자금을 하나금융투자 등으로부터 유치했다. 향후 기업공개(IPO)가 이뤄지지 않으면 투자자들이 두산인프라코어 보유 지분 일부까지 함께 시장에 팔 수 있는 조건의 투자 계약이었다.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 연합뉴스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 연합뉴스

이후 IPO가 성사되지 않아 지분을 다시 파는 과정에서 분쟁이 생겼다. 약속된 지분 매각 작업에 두산인프라코어가 협조했느냐 방해를 했느냐가 핵심 쟁점이다. 이에 서울고법(2심)은 두산인프라코어에 책임을 물어 "약 7000억원을 투자자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두산이 불복한 이 사건은 대법원 선고를 앞두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두산이 패소하더라도 이에 따른 배상금 지급 위험 요인이 있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상태기 때문에, 매각 협상에 추가 악재가 될 것으로 보진 않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최선욱 기자 isotop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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