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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난치성 비만, 음식중독 때문일 수 있다

중앙일보

입력

황희성 맑음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원장

황희성 맑음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원장

비만은 가장 활발하게 치료법이 연구되는 질환임에도 꾸준히 유병율이 증가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2018년 기준 10년 동안 BMI 25 이상 인구가 32.6%에서 38.6%로 증가하였고, BMI 30 이상 인구는 3.5%에서 6%로 크게 증가하였다. 다이어트법, 비만 약물과 치료법들이 지속적으로 개발되고 있음에도 말이다. 이에 연구자들은 비만 증가, 난치성 비만의 원인에 대해 지속적으로 연구하였고 가능성 있는 원인으로 음식 중독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마약 등의 물질이 중독을 일으키는 원인 중 하나는 뇌 내에서 도파민, 오피오이드(아편) 등의 신경전달물질의 분비를 유발하거나, 해당 물질과 유사한 작용을 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과식, 폭식을 유발하는 음식들은 - 많은 설탕이나 소금이 함유되고 맛있는 – 연구에서 마약과 유사한 뇌 내 작용을 보였다. 어떠한 사람들은 음식에 대해 마약중독자와 비슷한 ‘중독 행동’을 보여, 섭취 조절 실패, 금단 및 갈망, 건강 및 사회적 문제가 발생함에도 지속적으로 섭취하였다. 이에 예일 대학의 기어하트 교수 등은 음식중독을 확인하기 위한 예일 음식중독 척도를 개발, 일반인, 비만인 중 음식중독자들을 구분해 보았다. 해당 척도를 사용한 연구에서는 일반인의 5.4%, 비만인의 40%, 폭식장애, 식이장애 등의 환자에서는 최대 70%에서 음식중독 경향을 보였으며, 척도에 높은 점수를 보이는 경우 비만 치료율이 낮았고, 비만수술 등의 치료 후 체중증가율이 높았다.

즉, 비만인구의 상당수는 음식중독의 특성이 있으며, 음식중독인 사람들은 비만 해결이 더 어렵고, 다이어트 후에도 요요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이다.

음식중독자의 특성 일부를 간단히 요약하면, 내가 의도한 것보다 음식을 많이, 장시간 섭취. 음식을 섭취하지 않으면 짜증, 예민함, 불안감 등 금단 증상을 느끼거나 음식을 갈망. 음식 섭취로 인해 가정, 사회, 직업, 대인관계 문제 발생. 음식 섭취로 인한 건강 문제가 있음에도 과도하게 섭취를 하는 일이 발생하는 것 등이다.

위의 항목 중 2가지 이상에 해당된다면 음식중독 성향을 의심해 볼 수 있으며, 실제 예일 음식중독 척도와 면담을 통해 음식중독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신성만 등/예일음식중독척도 2.0(Yale Food Addiction Scale 2.0) 국내 타당화 연구. 한국심리학회지: 여성 2018, Vol. 23, No. 1, 25-49.)

또한, 음식중독 성향이 강하게 의심된다면 이에 맞춘 다이어트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아래에는 도움이 될 수 있는 다이어트 전략을 몇 가지 정리하였다.

먼저 살찌는 음식과 접하는 것을 최대한 피해야 한다. 중독자는 중독 물질과 관련된 cue(관련 정보, 모습 등)를 마주쳤을 때 해당 물질에 대한 갈망이 강해지고 참는 능력은 저하된다. 이동경로에 내가 중독된 음식, 비만을 유발하는 음식이 있다면 새로운 이동경로를 만들자. 살 찌는 음식 사진이나 관련 정보 등이 주변에 있다면 없애고, 음식 관련 블로그, 먹방 등 음식 관련 방송의 시청도 피하는 것을 권장한다.

그 다음 음식에 대한 감정과 생각을 변화시켜야 한다. 음식중독자들은 일반인보다 비만 유발 음식에 대한 부정적 감정이 줄어들어 상대적으로 긍정적인 감정, 생각을 가지게 된다. ‘맛있게 먹으면 0칼로리’가 대표적인 음식중독적 사고방식으로, 중독자들은 중독이 된 음식에 대해 실제보다 살이 찌지 않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자주 생각을 떠올리거나 먹는 음식들을 확인해 보자. 이 음식들이 매우 칼로리가 높고, 비만에 크게 기여하고 있으며, 비만으로 인해 건강, 학업, 직업 등 다방면에서 손해를 보고 있다는 것을 반복적으로 떠올리자. 중독성 음식들의 사진 옆에 나의 몸매를 포함한 비만 상태 몸매 사진을 붙이고, 건강한 음식(채소 등) 사진 옆에 내가 목표로 하는 몸매 사진을 붙여 자주 보는 것도 음식에 대한 감정적 오류 해소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비만에 대한 생각과 공부도 반복하여야 한다. 음식중독자는 음식만이 아니라 비만에 대한 부정적 감정도 줄어든다. 이러한 감정을 교정하고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비만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반복적으로 접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현재 비만으로 인해 내가 손해보고 있는 문제들 – 건강, 대인관계, 자존감 저하, 사회에서의 이미지 손상과 평가 저하, 비만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들 -을 확인하여 반복적으로 떠올린다.

다른 사람과 음식 중독, 비만에 대한 대화를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중독은 매우 해결이 어려운 질환이다. 이에 극복 과정에서 많은 감정적 어려움을 겪고, 포기하게 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알코올 사용장애(알코올 중독)에서는 환자 모임이 활성화되어 있어 공감하며 서로를 북돋는다. 음식 중독은 이러한 모임이 활성화되어 있지 않지만, 많은 사람들이 경도의, 일시적인 음식 중독 증상을 겪을 수 있기에 이에 대한 이해, 공감을 할 수 있다. 가족, 친구, 동료 등과 다이어트, 음식 중독 등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나누며 서로 공감하고 의지를 북돋아 보자.

- 황희성 맑음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원장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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