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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들 쫓아냈다" 자신감 보이던 백악관, 선거 막판 코로나에 발목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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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선을 반대하는 '링컨프로젝트'가 25일(현지시간) 뉴욕 타임스퀘어에 딸 이방카 트럼프, 사위 재러드 쿠슈너의 사진과 함께 코로나19로 인한 뉴욕시 사망자 수, 전국 사망자 수를 적은 광고판을 설치했다. 쿠슈너의 사진 옆에는 "뉴욕 시민들이 고생하겠지만 그건 그들의 문제"라고 배니티페어와의 인터뷰에서 했다는 그의 발언을 적었다. 이방카 트럼프 부부는 광고판을 내리지 않으면 소송하겠다고 밝혔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선을 반대하는 '링컨프로젝트'가 25일(현지시간) 뉴욕 타임스퀘어에 딸 이방카 트럼프, 사위 재러드 쿠슈너의 사진과 함께 코로나19로 인한 뉴욕시 사망자 수, 전국 사망자 수를 적은 광고판을 설치했다. 쿠슈너의 사진 옆에는 "뉴욕 시민들이 고생하겠지만 그건 그들의 문제"라고 배니티페어와의 인터뷰에서 했다는 그의 발언을 적었다. 이방카 트럼프 부부는 광고판을 내리지 않으면 소송하겠다고 밝혔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이 코로나19가 퍼지던 지난 4월,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하는 의사와 과학자들을 백악관에서 "쫓아냈다"며 자랑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위 쿠슈너와 밥 우드워드 인터뷰 녹취 공개 #4월 코로나 퍼지는데 "의사들 쫓아냈다" 자랑 #"회복단계 시작" 주장했지만 7월, 10월 더 폭증 #트럼프 대통령 "가짜 뉴스들이 코로나19 과장" #FT "중서부주 확진자 폭증, 재선 가능성 멀어져"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 부편집장과의 인터뷰 과정에서 나온 이야기인데, 당시 녹음 파일을 CNN이 입수해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인터뷰는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됐다. 첫 인터뷰는 4월 18일이었는데 미국에서 1차 유행이 일어나면서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가 하루 2600명에 달했을 때였다. 당시 쿠슈너는 우드워드에게 "이제 트럼프가 다시 책임자로 돌아왔다"면서 "(나라를 책임지는 사람은) 의사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트럼프가 의사들로부터 나라를 되찾은 셈"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쿠슈너는 당시 코로나19 상황을 낙관적으로 보고 있었다. 쿠슈너는 우드워드에게 감염병에는 공포 단계, 고통 단계, 회복 단계 등 3단계가 있다고 설명하며 "어젯자로 분명히 회복 단계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쿠슈너의 발언 이후 미국에선 더 큰 규모의 2차 유행이 발생했다. 7월 18일에는 하루 7만5687명(뉴욕타임스 기준)의 확진자가 나왔다. 이후 잠시 주춤해지는 듯하다가 10월 들어 다시 폭증해 지난 23일엔 8만5085명으로 하루 발생 확진자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CNN은 현재 이런 상황을 보면, 6개월 전 코로나19에 대한 쿠슈너의 인식이 얼마나 심각한 문제였는지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트럼프와 쿠슈너는 전문가들의 조언을 따르는 대신, 선거에서 대통령에게 어떤 게 유리할지에 초점을 맞췄다"고 보도했다.

27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네브라스카 오마하에서 대규모 유세를 열었다. 밤 늦게 기온이 영하까지 떨어지면서 수 마일 떨어진 주차장까지 가야 했던 참가자들 가운데 일부가 병원에 실려가기도 했다. [AP=연합뉴스]

27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네브라스카 오마하에서 대규모 유세를 열었다. 밤 늦게 기온이 영하까지 떨어지면서 수 마일 떨어진 주차장까지 가야 했던 참가자들 가운데 일부가 병원에 실려가기도 했다. [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코로나19 확산에도 대규모 유세를 강행하는 등 '무시 전략'을 쓰고 있다. 그는 27일 네브래스카 오마하 유세 "코로나, 코로나, 코로나라고 가짜 뉴스 미디어들이 한목소리로 외치고 있다"면서 "하지만 11월 4일 선거가 끝나면 그들은 아무 이야기도 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다음날 뉴욕타임스는 "확진자·사망자가 급증하고, 주식시장이 폭락하고 있는데도 트럼프 대통령은 마스크를 안 쓴 군중들에게 바이러스가 사라지고 있다고만 선언하고 있다"면서 "미국이 고비를 넘겼다며 스스로 계속 주문을 외고 있다"고 지적했다.

파이낸셜타임스도 "코로나19의 '겨울 유행'으로 중서부 주에서 지지율이 떨어지며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이 멀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김필규 특파원 phil9@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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