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연기관 중심에서 전기차와 수소차로 자동차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가운데 국내 자동차 부품사들이 고사 위기에 놓였다는 진단이 나왔다. 정부의 연구·개발(R&D) 지원이 대기업 중심으로 이뤄지면서 소외된데다 전문 기술인력과 자금력이 달려서다.
미래차 R&D 정책지원 받은 #부품사는 고작 15.2%에 불과 #전문인력과 기술 부족에 자금도 달려 #코로나 19로 경영난 겹쳐 대비 손 놔
한국노총 중앙연구원이 금속노련과 함께 최근 자동차 부품회사의 노조를 대상 실태조사를 한 결과다. 이 조사는 지난 9월 7~18일까지 99개 부품회사를 대상으로 진행했다. 29일 한국노총 주최로 열린 '자동차 산업의 구조변화와 정책 과제-자동차 부품산업을 중심으로' 토론회에서 공개됐다.
조사 결과 자동차 부품회사의 미래차에 대한 대응이 거의 없다시피 해 이대로 가면 부품사가 공멸할 수 있다.
당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경영 사정이악화한 곳이 73.7%에 달했다. 10개 부품사 중 8.4개는 매출이 감소했고, 감소 폭은 28.3%에 달했다,
이렇게 되자 부품사들은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13.1%에 정리해고나 희망퇴직, 외주화 등을 진행했다. 정규직 22.2%, 비정규직 39.4%가 직장을 떠났다. 근로시간은 조사 대상 업체의 절반에서 8.7시간이나 줄었다. 그만큼 임금이 깎였다는 의미다. 사업장의 68.7%는 휴업을 시행했고, 44.4%는 고용유지지원금을 받았다.
이런 상황에서 전기차나 수소차, 자율주행차 같은 미래차에 대한 대비를 할 여력이 없다. 미래차가 대세로 자리 잡으면생존기로에 놓이게 된다.
조사 대상 부품사 노조는 미래차 패러다임이 회사 경영에 악영향을 끼칠 것을 우려했다. 무려 56.6%가 이렇게 답했다. 60.6%는 고용에 직접 타격을 줄 것으로 걱정했다.
부품회사도 미래차 대비에 손을 놨다. 3개사 중 한 개 사업장은 미래차 기술변화에 회사가 대응하지 않는다는 노조의 우려를 샀다. 그 이유로 ▶전문인력과 기술 부족 ▶기술변화에 대한 둔감한 회사 경영 ▶자금 부족이 꼽혔다.
사정이 이런 데도 정부의 미래차와 관련한 부품업체에 대한 R&D 지원은 기대하기 힘들다. 정부의 지원 정책 수혜를 받은 기업은 15.2%에 불과했다.
황선자 한국노총 중앙연구원 부원장은 "부품사는 한국 자동차 산업을 실질적으로 이끌고 떠받친 일등공신"이라며 "이들이 미래 자동차 패러다임에 적응하고 세계적인 강소기업으로 클 수 있도록 정부의 R&D 지원 강화, 완성차 업체가 참여하는 기술교류 지원정책 확대, 전환 교육 등 인력 재교육 등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 wols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