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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때리면 지지층 결집" 검찰이 보는 총장 사퇴압박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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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후 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이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대강당에서 열린 75주년 교정의 날 기념식에 참석하고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28일 오후 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이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대강당에서 열린 75주년 교정의 날 기념식에 참석하고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수사지휘권 남발, 감찰, 해임건의안 언급으로 윤석열 검찰총장의 사퇴를 압박하고 있다. 역대 법무부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행사했던 것은 2005년 천정배 법무부 장관이 유일하고, 검찰총장에 대한 감찰은 전례를 찾을 수 없다. 검사들은 추 장관이 이례적인 행보를 보이는 이유는 여권 지지층의 결집과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등을 수사한 검찰에 대한 본능적인 반감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28일 검찰은 추 장관이 이달 들어서만 윤 총장을 겨냥한 4건의 감찰을 지시한 상황에 주목했다. 23일 '라임 사건' 관련 검사 비위를 은폐했다는 주장과 야당 정치인 수사를 덮으려 했다는 주장에 대한 감찰을 지시했다. 27일에는 지난해 5월 전파진흥원의 옵티머스 관련 수사 의뢰를 무혐의 처분해 봐주기 수사를 했다는 주장에 대한 감찰을 지시했다. 근거 없는 의혹을 바탕으로 한 무리수라는 지적까지 나왔지만 실제 감찰이 진행되고 있다.

여권 궁지에 몰린 상황서 꺼낸 감찰 카드  

그렇다면 왜 추 장관은 이같은 ‘무리수를 두는 것일까. 지난 6일 한 언론의 보도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옵티머스 사건과 연루된 여권 인사들이 담긴 '리스트'를 확보하고도 관련 수사를 뭉갰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8일에는 라임 사건의 핵심인물로 알려진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법정에서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로비 목적으로 돈을 건넸다고 주장했다. 비슷한 시기 이진아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행정관이 옵티머스 사건의 핵심 인물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때마침 이뤄진 추 장관의 감찰 지시로 여권을 둘러싼 의혹을 향한 관심이 분산되기 시작했다. 특히 이 지검장의 '옵티머스 부실 수사' 의혹에 대한 관심은 윤 총장의 '봐주기 수사' 의혹으로 옮겨갔다. 검찰 내부에서는 "현정권을 둘러싼 의혹을 물타기 하고, 현정권 수사를 지휘하는 윤 총장에 대한 노골적 퇴진 압박을 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소득을 거뒀다"고 봤다.

특히 추 장관이 윤 총장에 대한 4번째 감찰 카드를 빼 든 27일은 채널A 사건 수사 중 한동훈 검사장을 독직폭행한 혐의를 받던 정진웅 광주지검 차장검사가 기소된 날이기도 했다. 정 차장이 기소되자 추 장관이 채널A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행사해 무리한 수사가 진행되는 바람에 나타난 결과라는 비판이 나왔다.

지난 4월 경찰이 라임자산운용 사태를 벌이고 잠적했던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을 서울 성북구의 주택가에서 검거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4월 경찰이 라임자산운용 사태를 벌이고 잠적했던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을 서울 성북구의 주택가에서 검거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치 셈법 작용했나  

추 장관이 정치적 입지를 위해 윤 총장을 공격하는 것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검찰 간부는 "추 장관이 차기 서울시장이나 대선 후보로 나서기에는 입지가 미미한 것이 사실이다"며 "윤 총장을 공격해 '추 다르크' 이미지를 각인시키고, 정치적 외연도 확장하겠다는 셈법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지난 1월 추 장관이 취임한 직후부터 차기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과 이를 발판으로 한 대권 도전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다른 간부는 "윤 총장을 때리면 친문세력이 결집하는 효과를 노린 것이다. 윤 총장을 전방위로 공격하면서 직접 나가라고는 하지 않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26일 국감에서 국민의힘 조수진 의원이 "왜 해임건의안 행사를 안 하냐"고 묻자, 추 장관은 "검찰에 대한 감찰 결과를 보고 결정할 문제"라며 즉답을 피했다.

노 전 대통령을 수사한 검찰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수사한 검찰에 대한 반감이 작용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 부장검사는 "집권당을 받쳐주는 여론 주도층이 분파되긴 했지만, 공통으로 친노세력에 대한 향수를 가지고 있다. 이들은 검찰이 노 전 대통령을 돌아가시게 했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지방의 한 검사는 "여권 지지층이 차기 대선 후보로 밀던 조 전 장관이 검찰 수사로 망가졌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했다.

노 전 대통령과 조 전 장관을 무차별적으로 수사한 검찰을 해체 수준으로 개혁하지 않으면 현 정권도 무너질 수 있다고 판단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윤 총장이 검찰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으니, 공격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분석했다. 실제 법조계 안팎에서는 라임 사건, 옵티머스 사건을 검찰이 좌고우면하지 않고 수사할 경우 현 정부에 치명상이 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난 2009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조사를 받고 귀가하며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있다.[중앙포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난 2009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조사를 받고 귀가하며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있다.[중앙포토]

정유진 기자 jung.yoo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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