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코로나 시대, 예능이 바다로 나가는 이유는?

중앙일보

입력

tvN '바닷길 원정대' [사진 CJ ENM]

tvN '바닷길 원정대' [사진 CJ ENM]

10시간의 항해 끝에 도착한 섬. 하지만 ‘언택트’ 여행을 위해 앵커링(닻를 내려 배를 해상에 고정시키는 것)을 한 뒤 요트 안에서 시간을 보낸다. 섬을 들어가지는 않았지만 바다 낚시와 요리, 선상 노래방 대결까지 체험 예능이 보여줄 수 있는 요소는 모두 갖추고 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 19) 시대의 예능이 바다에서 활로를 찾고 있다.
18일 첫선을 보인 tvN ‘바닷길 선발대’는 김남길, 박성웅, 고규필, 고아성이 요트를 타고 서해에서 동해까지 바닷길을 일주하며 숨은 섬을 여행하는 과정을 담았다. 하지만 포커스는 선상 라이프다. 이를 위해 출연진은 요트 조정 면허를 땄다고 한다.

요트 예능

요트 예능

이틀 뒤인 20일엔 MBC every1이 예능 프로그램 ‘요트원정대: 더 비기닝’을 선보였다. ‘바닷길 선발대’가 선상 라이프를 보여준다면 ‘요트원정대: 더 비기닝’은 요트 ’초보‘들의 좌충우돌 도전기에 포커스를 맞췄다. 장혁, 허경환, 최여진, 소유 등의 연예인이 접안부터 세일링까지 단계별 실전 기초를 쌓는 과정을 보여줬다. 요트에 익숙해지면 직접 바다로 나갈 예정이다.

예능이 이렇게 바다로 나가는 데는 코로나19가 결정적 요인이 됐다.
지난해 ‘시베리아 선발대’라는 이름으로 러시아 횡단 열차를 타고 9288km를 달린 뒤, 이번에 바닷길을 택한 ‘바닷길 선발대’ 이찬현 PD는 “프로그램의 취지가 ‘선발대가 되어 먼저 가본다’인데 시국에 가장 맞는 여행이 ‘언택트하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우리 여행의 컨셉트에 맞게 국내에서 가장 언택트 한 장소가 어딜까 생각하다가 바다를 떠올렸고 배 위에서 먹고 자고 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일부 예능프로그램이 마스크 착용 등 사회적 거리 두기 준수 문제로 논란이 있었던 것에 비해 ‘바닷길 선발대’에선 이러한 지적이 제기되지 않고 있다.

요트 예능

요트 예능

코로나19  확산으로 일부 예능은 촬영을 중단하기도 했다. tvN ‘서울촌놈’은 9월 지방 출장 및 촬영이 어려워지자 전주편 촬영 이후 마지막회 촬영을 잠정 중단했고, 상황이 나아지지 않자 결국 스페셜 방송으로 종영했다. ‘서울촌놈’은 서울 출신 연에인들이 지방을 찾아가 해당 지역 출신 연예인의 안내를 받으며 곳곳을 찾아다니는 구성이었다. 한 예능PD는 “사회적 거리 두기가 2단계로 올라갔을 때는 촬영 자체가 거의 ‘올스톱’인 예능도 있었다. 촬영팀을 보는 시민들의 시선도 곱지 않았고, 출연진을 계속 마스크를 씌워야 하니 그것을 보는 시청자도 답답하다는 반응을 보이더라”고 말했다.

tvN '서울촌놈' [사진 CJ ENM]

tvN '서울촌놈' [사진 CJ ENM]

반면 바다 예능은 상황이 달랐다.
일찌감치 바다 예능의 길을 제시했던 채널A의 효자 예능 ‘도시어부’ 역시 올해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을 거의 받지 않았다. 채널A 측 관계자는 “물론 코로나 9 때문에 소독 등 방역지침을 준수하기는 하지만 프로그램 구성이 바뀌거나 촬영 지연 등의 문제를 겪은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바다 예능 역시 나름의 고충은 있다.
‘바닷길 원정대’ 이찬현 PD는 “(육지에서 하는 예능보다 힘든 것은) 바다 위에서 요트의 엔진이 고장이 난 상황이 있었는데 해가 지고 있고 주변엔 아무것도 없고 수리할 부품도 없어서 해경과 육지 팀과 교신하면서 상황을 수습했다”고 말했다.
날씨가 좋지 않을 경우엔 실외에서 실내로 간다든지 ‘플랜B’ 장소를 구하기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 이 PD는 “포항에서 울릉도 가는 바닷길에선 달도 안 뜨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말 그대로 칠흑 같은 상황이어서 출연자도 놀라고, 카메라로 분량을 전혀 찍을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지상파의 한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예상보다 장기화하면서 예능프로그램들이 이를 극복하는 소재를 찾느라 안간힘”이라며 “ JTBC ‘갬성캠핑’같은 차박(차에서 숙박) 캠핑 콘셉트의 포맷이 늘어나는 것도 이같은 상황과 무관치 않다. 계속 산과 바다를 중심으로 한 '언택트'의 소재를 발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