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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서훈 겨냥 “뼛속까지 친미, 미국산 삽살개” 원색 비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북한이 29일 최근 미국을 방문(13~16일)한 서훈 국가안보실장을 겨냥해 “뼈(뼛)속까지 친미의식에 쩌(찌)들어 있는 미국산 삽살개”라며 맹비난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이날 게재한 ‘동서남북도 모르고 돌아치다가는 한 치의 앞길도 없다는 것을 명심하여야 한다’는 제목의 논평에서다.

방미 때 남북관계 관련 발언 문제삼아 #"상전 비위를 맞추느라 별의별 노죽 부려" #미 대선 앞두고 한·미동맹 견제용 분석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미국을 방문, 카운터파트인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만났다. 오브라이언 안보보좌관은 14일(현지시간) 국가안보회의(NSC) 트위터를 통해 서 실장과 백악관에서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린 후 "오늘 친구이자 동료인 서 실장을 만나 반가웠다"고 면담 사실을 알렸다. [연합뉴스]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미국을 방문, 카운터파트인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만났다. 오브라이언 안보보좌관은 14일(현지시간) 국가안보회의(NSC) 트위터를 통해 서 실장과 백악관에서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린 후 "오늘 친구이자 동료인 서 실장을 만나 반가웠다"고 면담 사실을 알렸다. [연합뉴스]

통신은 “남조선의 청와대 국가안보실 실장이란 자가 비밀리에 미국을 행각하여 구접스럽게 놀아댔다”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오브라이언, 미 국무장관 폼페오(폼페이오) 등을 연이어 만나 최근 삐걱거리는 한미 동맹 불화설로 심기가 불편해진 상전의 비위를 맞추느라 별의별 노죽(아첨)을 다 부리였다(부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서 실장이 기자회견에서 한 “남북관계는 단순히 남북만의 관계라고 할 수 없다”라거나 “남북관계는 미국 등 주변국들과 서로 의논하고 협의해서 풀어야 할 문제”라고 한 발언을 “얼빠진 나발”이라고 깎아내렸다.

통신은 “신성한 북남관계를 국제관계의 종속물로 격하시킨 망언”이며 “민족자주를 근본 핵으로 명시한 역사적인 6ㆍ15공동선언과 10ㆍ4선언, 판문점 선언과 9월 평양 공동선언에 대한 남조선 당국의 공공연한 부정이고 배신”이라고 비난했다.

통신은 특히, “북남관계 문제에 수십 년 동안이나 몸담아왔다고 자부하는 사람이 모든 문제를 푸는 근본 열쇠가 우리 민족끼리 서로 힘을 합쳐 자주적으로 해결해 나가는 데 있다는 것을 모른단 말이냐”며 불만을 드러냈다. 또 “오죽하면 세인들 속에서 '뼈속까지 친미의식에 쩌들어있는 미국산 삽살개'라는 야유가 울려 나왔겠는가”라고 했다.

조선중앙통신이 29일 지난 13~16일 미국을 방문한 서훈 국가안보실장을 '미국산 삽살개'라며 맹비난했다. [조선중앙통신 캡처]

조선중앙통신이 29일 지난 13~16일 미국을 방문한 서훈 국가안보실장을 '미국산 삽살개'라며 맹비난했다. [조선중앙통신 캡처]

서 실장은 문재인 정부 들어 국가정보원장을 맡고 있다 지난 7월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으로 옮겼다. 국정원에 몸담을 당시인 2000년과 2007년 남북정상회담은 물론 2018년 4ㆍ27 판문점 선언과 9ㆍ19 평양 공동선언의 산파역을 했다.

북한이 실명을 직접 거론하지 않았지만, 이처럼 서 실장에 대해 원색적인 비난을 하고 나선 건 자신들의 입장을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있는 그가 한·미동맹을 강조한 데 따른 반발이라는 지적이다.

서 실장 개인보다는 청와대를 겨냥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북한의 이런 반응이 서 실장의 방미 후 보름 지난 시점에 나온 데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28일)에서 한반도 평화를 언급한 다음 날 나왔다는 점에서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이 그동안 (비난을) 자제해 오다가 다소 수위가 높은 대남 비난을 재개한 건 코앞에 닥친 미국 대선 이후를 대비해 우리 정부의 향후 대미 정책 방향에 영향력을 주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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