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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1·고1에 입학준비금…조희연 '무상교복' 대신 '탈교복'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양화중학교에서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다.뉴스1

1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양화중학교에서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다.뉴스1

서울시교육청이 내년부터 서울 지역 중·고등학교 입학생에게 30만원 상당의 제로페이를 지급한다. 무상교복을 지원하는 정책 대신 학습물품을 살 수 있도록 입학준비금 제도로 전환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추진하는 '탈교복' 정책에도 힘이 실릴 전망이다.

29일 서울교육청은 서울시와 25개 자치구와 함께 2021학년도 중·고교 입학생에게 소득과 관계 없이 1인당 30만원의 입학준비금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중·고 신입생이 2월 학교 배정을 마치고 신청자료를 제출하면 '제로페이'로 모바일 상품권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입학준비금으로 구입할 수 있는 물품은 교복을 포함한 의류와 도서, 원격수업용 태블릿PC 등으로 제한된다. 전국 단위 자사고 등 타 지역에 거주하며 서울 소재 학교에 진학한 경우나 학교밖 청소년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 제도는 전국 12개 시·도교육청에서 시행하고 있는 무상교복 정책의 대안으로 추진된 사업이다.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무상교복 정책은 그동안 추진했던 '편안한 교복 정책'과 모순이 있고 교복을 입지 않는 교복 자율화학교 학생에 대한 차별이란 문제 제기가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입학준비금 제도에 대해 "자유롭게 정해진 범위 안에서 필요한 물품을 구입하게 해 폭넓은 지원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이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2021학년도 중학교와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신입생들부터 입학준비금을 지원한다고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이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2021학년도 중학교와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신입생들부터 입학준비금을 지원한다고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2021학년도 서울 지역 중·고교 입학 예정자는 약 13만6700명이다. 이들에게 모두 입학준비금을 지원할 경우 소요 예산은 약 410억원으로 예상된다. 서울교육청은 교육청과 서울시 자치구가 각각 5대3대2의 비율로 재원을 분담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서울교육청의 빠듯한 재정 상황에서 200억원 이상이 소요되는 신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타당하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27일 서울교육청은 누리과정과 고교무상교육, 노후학교 건물 개·보수를 위해 들어가는 비용을 산정한 결과 매년 약 3조원의 예산이 더 필요하다며 정부에 예산 증액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조 교육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힘든 시기에 가정의 경제적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고 교육의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이라며 "예산이 빠듯하긴 하지만 서울시와 자치구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도 "교복 외에 학습물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은 서울시가 전국 최초"라고 강조하며 "전례없는 민생위기 상황에서 고심 끝에 결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사회적 거리두기 1단계 하향 조정에 따라 정부가 각급학교의 등교 인원 제한 기준을 완화한 1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양화중학교에서 학생들이 조회하고 있다. 뉴스1

사회적 거리두기 1단계 하향 조정에 따라 정부가 각급학교의 등교 인원 제한 기준을 완화한 1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양화중학교에서 학생들이 조회하고 있다. 뉴스1

입학준비금 제도를 통해 서울교육청이 추진해오던 탈교복 기조에 힘이 실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현재 서울교육청은 관내 모든 중·고등학교에 '편안한 교복'에 대한 공론화를 진행하고 교복 선정시 학생 의견을 50% 이상 반영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교복 자율화를 선택한 학교도 있으며 일부 학교는 교복과 활동복을 선택해서 입도록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조 교육감은 "두발과 교복은 학생들이 자기결정권을 갖는 민주시민으로 성장하는 데 있어 민주적 삶의 양식을 체화하는 중요한 과정"이라며 탈교복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을 시사했다.

김경미 기자 gae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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