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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선 “‘앨리스’ 끝나고 한시간 울어…1인2역 어렵지만 뿌듯”

중앙일보

입력

김희선은 미모 관리 비결에 대해 ’타고난 건 10년 전에 다 바닥났다. 관리도 하지만 스트레스를 안 받는 둔한 성격이 장점“이라며 ’스트레스를 받으면 술로 푼다“고 말했다. [사진 힌지엔터테인먼트]

김희선은 미모 관리 비결에 대해 ’타고난 건 10년 전에 다 바닥났다. 관리도 하지만 스트레스를 안 받는 둔한 성격이 장점“이라며 ’스트레스를 받으면 술로 푼다“고 말했다. [사진 힌지엔터테인먼트]

“마지막 방송 끝나고 한 시간을 울었어요. 그동안 작품이 끝나면 시원섭섭했는데 이번에는 후회가 많이 남더라고요. 스스로 좀 서운했다고 해야 할까. 다른 분들이 저 때문에 손해 본 것 같은 생각도 들고. 그래도 이렇게 인터뷰 요청이 많은 걸 보면 선방한 거 맞죠? 하하.”

당당함과 모성애 동시에 보여주며 호평 #“SF 어렵지만 쉽게 다가가려 노력했다” #21년 전 ‘토마토’ 활용 스타일링도 화제 #“이제 길 알 것 같아…다양한 도전할 것”

28일 화상으로 만난 배우 김희선(43)이 밝힌 SBS 드라마 ‘앨리스’ 종영 소감이다. 데뷔 27년 만에 처음으로 1인 2역에 도전했지만 한국대 물리학과 최연소 교수 윤태이와 자신이 만든 시간 여행 때문에 죽음을 맞게 되는 박선영을 오가며 연기하기가 쉽지 않았던 탓이다. 그는 “드라마 제작 여건을 탓하는 건 아니지만 촬영 장소 대여 및 제작비 등 여러 가지 문제로 시간이 다소 촉박했다”며 “가슴에 아직 선영이가 남아있어서 태이에게 갈 준비가 안 됐는데 2~3시간 안에 두 사람 분량을 연기해야 하는 상황 때문에 조금 아쉬웠다”고 말했다.

“칭찬 감사…앞으로 20대 연기는 못할 듯”

‘앨리스’에서 2010년 엄마 박선영(김희선)의 죽음을 슬퍼하고 있는 아들 박진겸(주원). [사진 SBS]

‘앨리스’에서 2010년 엄마 박선영(김희선)의 죽음을 슬퍼하고 있는 아들 박진겸(주원). [사진 SBS]

2020년에서 두 사람은 형사와 물리학과 교수 윤태이로 만난다. [사진 SBS]

2020년에서 두 사람은 형사와 물리학과 교수 윤태이로 만난다. [사진 SBS]

그럼에도 이번 작품을 통해 김희선을 다시 봤다는 시청 후기가 쏟아졌다. 1999년 최고 시청률 52.7%를 기록한 드라마 ‘토마토’ 시절을 연상케 하는 대학생 시절부터 아들 박진겸(주원)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목숨까지 내놓는 엄마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소화하면서 연기력에 대한 칭찬이 이어진 것. 그는 “나잇대에 맞춰 화장이나 헤어스타일은 물론 목소리 톤까지 다르게 하려고 신경을 많이 썼다”며 “1인 2역은 찍을 때는 힘들어도 한 화면에 같이 나오는 모습을 보니 신기하고 재밌었다”고 말했다.

‘토마토’에서 선보였던 헤어밴드와 곱창밴드 등을 활용하는 것은 백수찬 PD의 아이디어였다고. “‘공룡선생’(1993~1995), ‘미스터Q’(1998), ‘토마토’ 모두 이희명 작가님 작품인데 두 분이 친분이 있더라고요. 백 감독님이 전화해서 ‘형, ‘토마토’ 모습 좀 잠깐 빌려 쓸게’라고 말씀하셨대요. 사실 CG 힘을 빌릴 수도 있었겠지만, 아무래도 그때 제 모습을 기억하는 분들이 많으시잖아요. ‘토마토’ 때랑 똑같다는 말씀을 많이 해주셔서 감사하긴 한데 이제 대학생 연기는 못할 것 같아요. 일단 목소리가 너무 다르고 저 스스로 나이가 들었구나 하고 느껴지더라고요.”

“아이 키우는 엄마 입장에서 모성애 집중”

‘앨리스’에서 대학생 시절을 연기한 김희선은 1999년 ‘토마토’ 촬영 당시와 큰 차이가 없는 모습으로 화제를 모았다. [사진 힌지엔터테인먼트]

‘앨리스’에서 대학생 시절을 연기한 김희선은 1999년 ‘토마토’ 촬영 당시와 큰 차이가 없는 모습으로 화제를 모았다. [사진 힌지엔터테인먼트]

평행세계가 존재한다는 설정 하에 시간여행을 오가는 SF 판타지물이라는 점은 이 작품을 매력적으로 만드는 동시에 어렵게 만드는 요소이기도 했다. 극 초반에는 휴먼 드라마를 더해 한국적 SF의 가능성을 보여줬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양자얽힘현상 등 새로운 설정이 계속 추가되면서 진입장벽이 높아졌다. 시청률도 4회 자체 최고인 10.6%(닐슨코리아 기준)를 기록했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떨어지면서 16회 9.1%로 종영했다. 김희선은 “시청률에 불만이 많다. 화제성이 높아서 당연히 15%는 넘을 줄 알았다”며 “미니시리즈 중 1위라는 걸 위안으로 삼았다”고 말했다.

“SF도 있고 장르물이긴 하지만 저는 기본적으로 휴먼 드라마라고 생각했어요. 특히 선영이는 모성애가 꼭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저도 초등학교 5학년 딸을 키우는 엄마 입장에서 아이 혼자 두고 죽는 게 얼마나 가슴 아플까 싶기도 하고. 극 중 슈퍼 블루문이 뜨는 제 생일날이 제가 죽는 날이거든요. 소품팀에서 똑같은 생일 케이크를 20개 정도 준비해 놨더라고요. 도대체 몇 번을 죽었는지…덕분에 저 오래 살 것 같아요. 태이는 물리학 용어들이 좀 어렵긴 했지만, 시청자들과 함께 시간여행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간다는 느낌으로 연기했어요. 대본 볼 때마다 여기선 왜 그런 거예요 물어보면서.”

“시간여행 가능하면 유치원 때로 가고파”

시간여행에 관한 예언서를 찾기 위해 1992년으로 간 모습. [사진 SBS]

시간여행에 관한 예언서를 찾기 위해 1992년으로 간 모습. [사진 SBS]

2010년 박선영과 윤태이가 만난 모습. 각각 40대와 30대 초반으로 설정돼 있다. [사진 SBS]

2010년 박선영과 윤태이가 만난 모습. 각각 40대와 30대 초반으로 설정돼 있다. [사진 SBS]

시간여행을 할 수 있다면 언제로 가고 싶냐는 질문에 그는 “현재가 가장 좋다”고 했다. 고등학교 재학 시절 ‘고운 얼굴 선발대회’에서 대상을 받으며 잡지 모델로 데뷔하게 된 그는 “굳이 돌아가고 싶은 순간을 꼽는다면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학생들 사이에서 서로 경쟁이 치열하니 가장 순수한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때로 가고 싶다”며 “그때는 진짜 공부도 안 하고 뼈가 부러지게 놀고 싶다”며 웃었다. “다시 태어난다면 아이를 정말 일찍 낳고 싶어요. 친구처럼 술 한잔하고 그러고 싶어서. 고등학생 역할을 해야 하는 주원 씨도 나름 걱정이 있었겠지만, 저도 고등학생 엄마처럼 안 보이면 어떡하지 했거든요. 그런데 기우더라고요. 하하.”

그는 앞으로도 “모험 정신을 가지고 도전을 이어나가고 싶다”고 했다. “어찌 보면 저는 배우 생활을 하면서 딱 맞는 옷을 그때그때 잘 입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운 좋게 20년 넘게 활동을 하다 보니 이제는 이 여행에 길을 좀 알게 됐다고 할까. 예전에 했던 역할들보다 김희선이 이런 면이 이런 면이 있었나 싶은 역할에 욕심이 나는 것 같아요. 쓴소리도 들어가면서 앞으로 나가는 게 또 인생의 재미 아니겠어요. ‘품위있는 그녀’(2017)를 할 때는 이제 아이 엄마 역할 밖에 못하는구나 하는 자격지심도 생겼는데 ‘나인룸’(2018)으로 김해숙 선생님과 장르물 도전도 해 보고 너무 재밌었어요. 다음 회가 기다려지는 쫄깃한 매력이 있더라고요. 이번에 도전한 액션 연기도 재밌던데. 새로운 역할이라면 늘 환영입니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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