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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산둥함 기동영상 기습 공개…대만은 40km 옆 미사일 맞불

중앙일보

입력

중국이 취역 10개월 된 자국 항공모함인 산둥(山東)함의 기동 영상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남중국해 패권 경쟁, 대만 무기 판매 등을 놓고 미국과 군사적 갈등이 커지는 미묘한 시점에 맞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CCTV 군사채널이 28일 공개한 산둥함 영상. 함재기 젠(殲·J)-15이 항공모함에 착륙하고 있다. [중국 CCTV 군사채널 캡처]

중국 CCTV 군사채널이 28일 공개한 산둥함 영상. 함재기 젠(殲·J)-15이 항공모함에 착륙하고 있다. [중국 CCTV 군사채널 캡처]

중국 관영방송 CCTV 군사채널은 28일 “산둥함이 10개월간 정례 훈련과 해상 시험을 마무리하고 무기·장비의 성능을 검증했다. (중국의 첫 번째 항모인) 랴오닝(遼寧)함에 비해 산둥함은 함재기 수량을 50% 늘렸다”는 자막과 함께 해당 항모의 해상 기동 모습이 담긴 1분짜리 동영상을 홈페이지에 올렸다.

여기엔 함재기 젠(殲·J)-15의 이·착륙, 함정 포 사격 장면이 포함됐다. 라이이쥔(來奕軍) 산둥함 함장은 영상 인터뷰에서 "실전에 초점을 맞춰 항공 지원, 손실 제어, 긴급 대응 등을 훈련했다"면서 "사람과 장비의 융합을 강화해 항모 전투력 향상을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영상 게재는 다분히 미국을 겨냥한 행보다. 무엇보다 남중국해에서 미·중 갈등 양상이 최고조로 치닫는 등 시기가 미묘하다는 점에서다.

미 해군은 일본 해상자위대, 호주 해군과 남중국해에서 지난 20일 등 올해 5차례 연합훈련을 했는데, 이때마다 중국의 반발 수위가 높아졌다. 중국은 지난 9월 1일부터 보하이(渤海)해에서 22일간 진행된 산둥함 훈련 사실을 이례적으로 공개하며 실제 군사적 움직임을 시사한 적도 있다.

중국이 앞으로 또 진행될 미국의 대규모 훈련을 염두에 두고 영상 게재 시기를 골랐다는 분석도 있다. 미국은 일본·호주·인도 4개국으로 구성된 비공식 안보회의체 '쿼드'(Quad)를 앞세워 다음 달 인도양에서 ‘말라바르’ 군사훈련을 할 방침이다. 중국을 인도·태평양 지역의 최대 위협으로 지목하는 미국이 다른 3개 국가를 소집한 만큼 중국 견제라는 목적이 뚜렷하다.

이에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은 쿼드 협의체를 '인도·태평양판 나토'라고 규정한 뒤 “지역 안보를 심각하게 저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중국의 항공모함 산둥함. [신화통신]

중국의 항공모함 산둥함. [신화통신]

이 같은 상황에서 중국은 남중국해에서 미국에 대항하기 위해 항모가 필요하다고 보고 늦어도 올해까지 항모의 실전 능력 확보를 완료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중국이 이번 훈련에 동원한 산둥함은 랴오닝함에 이은 중국의 2번째 항공모함으로 지난해 말 취역했지만, 실제 전투 능력을 확보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중국의 계획대로라면 내년부턴 미국이 현재와 같이 항모 로널드 레이건함 등을 동원해 남중국해에서 수시로 군사 활동을 벌이기 어려워질 수 있다. ‘치고 빠지기’에 능한 미 전력을 항모로 억제할 수 있다는 게 중국의 계산이다. 취역한 지 10개월 된 산둥함 영상 공개에는 이 같은 계획이 무리 없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 미국을 압박하려는 의도가 포함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대만과의 갈등 양상도 산둥함의 무력시위에서 눈여겨볼 대목이다. 미국은 지난 26일 대만에 18억 달러(약 2조 400억원) 규모의 무기 수출을 승인한 지 닷새 만에 또다시 23억 7000만 달러(약 2조 6781억원) 규모의 무기 판매를 추가 발표했다. 대만이 중국의 대만해협 봉쇄에 대응하기 위해 사거리가 125㎞에 이르는 초음속 대함 미사일인 하푼 미사일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미국에 수출을 요청한 결과다.

하푼 지대함미사일 발사 장면. 대만은 중국의 대만해협 봉쇄에 대응하기 위해 사거리 125㎞에 이르는 초음속 대함 미사일인 하푼 미사일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미국에 수출을 요청했고 미국은 이를 승인했다. [연합뉴스]

하푼 지대함미사일 발사 장면. 대만은 중국의 대만해협 봉쇄에 대응하기 위해 사거리 125㎞에 이르는 초음속 대함 미사일인 하푼 미사일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미국에 수출을 요청했고 미국은 이를 승인했다. [연합뉴스]

이후 중국이 산둥함 영상을 전격 공개하자 이날 대만 국방부 싱크탱크인 국방안전연구원(INDSR)은 보고서를 통해 중국 본토와 약 40km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 해당 미사일 시스템이 배치될 계획을 밝혔다.

보고서엔 “유사시 중국 연안에 포진한 중국군 함정 등을 효과적으로 타격할 수 있다”는 설명도 포함됐다. 중국이 산둥함을 앞세워 대만해협과 남중국해에서 압박에 나서자 항모를 향한 직접 타격이 가능하다고 맞불을 놓은 것이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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