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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영화 OST가 휩쓸던 음원시장, 웹툰 배경음악이 새 강자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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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웹툰 ‘취향저격 그녀’ OST 앨범 재킷. 산들이 부른 ‘취기를 빌려’. [사진 툰 스튜디오]

웹툰 ‘취향저격 그녀’ OST 앨범 재킷. 산들이 부른 ‘취기를 빌려’. [사진 툰 스튜디오]

올가을 숨은 음원 강자를 꼽자면 단연 ‘취향저격 그녀’(작가 로즈옹)다. 2018년 4월 다음웹툰에서 연재를 시작해 누적 조회 수 2억2000만회, 평점 9.9점을 기록 중인 인기 웹툰으로 지난 7월부터 순차 발매한 OST 8곡이 모두 음원 차트 상위권에 진입하면서 남다른 저력을 발휘했다. 특히 B1A4 산들이 부른 ‘취기를 빌려’, 슈퍼주니어 규현의 ‘내 마음이 움찔했던 순간’ 등은 발매된 지 2~3달이 지났는데도 음원 차트 10위권을 유지하며 장기 흥행하고 있다. OST 마지막 주자는 웹툰 남자주인공과 이름이 같은 엑소 찬열로 다음 달 1일 ‘미니멀 웜(minimal warm)’ 공개를 앞두고 있다.

석 달째 장기흥행 ‘취향저격 그녀’ #‘취기를 빌려’ 등 8곡 릴레이 성공 #로맨스와 아이돌 보컬 매력적 조합

‘취향저격 그녀’ OST가 웬만한 드라마 못지않은 초호화 라인업을 꾸릴 수 있었던 것은 전문 제작사가 생겨난 덕이다. 2010년 음악 밴드 성장기를 다룬 웹툰 ‘구름의 노래’(작가 호랑)가 그룹 응플라워와 함께 ‘오늘을 기억해’를 발표한 것을 시작으로 웹툰 OST가 간간이 발표되긴 했지만, 작가와 친분이 있는 인디 가수들이 참여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후 특정 회차를 보는 동안 배경음악이 흐르고 공포감을 조성하는 사운드 삽입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진화한 웹툰 OST는 다음웹툰이 지난 1월 ‘달빛조각사’ OST로 이승철의 ‘내가 많이 사랑해요’, 3월 ‘이태원 클라쓰’ OST로 비와이의 ‘새로이’를 공식 발매하면서 판이 커졌다.

‘달빛조각사’와 ‘이태원 클라쓰’ OST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이들이 꾸린 제작사 툰 스튜디오의 윤예슬 총괄 프로듀서는 “웹툰 OST의 발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며 “웹툰 주요 소비 계층인 20대 중후반에서 코어 팬층이 탄탄하고 아이돌 중에서도 가창력이 뛰어난 멤버들을 중심으로 섭외했다. 콘텐트 SNS에 함께 유통한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 및 영화 제작이 잇따르면서 관련 지식재산권(IP) 시장이 날로 커지는 가운데 OST의 제작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것도 매력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다음웹툰 정환석 부사장은 “OST는 다른 2차 저작물보다 진입장벽이 낮을뿐더러 비대면 시대에 SNS 등에서 더욱 용이하게 소비될 수 있는 콘텐트라 판단했다”고 밝혔다.

네이버웹툰 ‘바른연애 길잡이’ OST는 보다 맞춤형으로 제작됐다. 지난해 12월 90회까지 연재 후 휴재했던 남수 작가는 지난 3월 스탠딩 에그와 협업한 91회를 공개하며 연재를 개재했다. 콘티와 데모를 서로 주고받으며 만든 덕에 OST와 해당 회차 내용이 잘 맞아떨어졌다. 윤예슬 프로듀서는 “‘취향저격 그녀’가 밝은 톤이라면 ‘바른연애 길잡이’는 발라드가 많다”며 “남녀 모두 가볍게 보기 좋은 로맨스 장르와 그림체를 가진 작품이 음악과도 잘 어울리는 것 같다”고 밝혔다.

한편 웹툰 OST의 제작 과정과는 반대로 음악에서 출발해 웹콘텐트 제작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생겼다. 지난 22일 발매된 박원의 새 앨범 ‘마이 퍽킹 로맨스 01(My fuxxxxx romance)’은 ‘웹드 명가’로 불리는 제작사 플레이리스트가 관심을 가지면서 6부작 웹드라마로 만들어졌다. 장르의 경계를 허무는 IP 기반 비즈니스는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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