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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스타 내셔널은 원래부터 겨울 골프장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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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마스터스가 열리는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클럽하우스. [AP=연합뉴스]

마스터스가 열리는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클럽하우스. [AP=연합뉴스]

골프 세계에서 4월 초에 열리는 마스터스는 봄의 상징이었다. 2020년 마스터스는 코로나 19로 인해 11월에 열린다. 달라지는 것들이 많다. 마스터스의 상징인 철쭉 등 꽃이 없다. 마스터스를 주최하는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은 대회를 완벽하게 준비했다. 개울의 물이 흐리면 파란색 물감을 뿌리곤 했다. 철쭉은 어렵지만, 주최 측이 가을에 맞는 꽃을 심을 수도 있다.

11월과 4월 마스터스 차이점은 #철쭉 안 피고 잔디 품종도 달라 #비거리 짧아져 체감 전장 길어

무관중 경기로 치러지기 때문에 패트론(갤러리)이 없다. 마스터스는 관중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4라운드 후반 9개 홀에 있는 갤러리들이 선수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환호와 탄식을 보낸다. 선수들이 갤러리 소리를 듣고 영향을 받는다. 벤 호건은 갤러리의 환호에 경쟁자가 이글이나 버디를 한 것으로 착각해 무리하게 공격하다가 더블보기를 하면서 우승을 놓치기도 했다.

올해는 파3 콘테스트를 취소했다. 클럽은 28일(한국시각) “무관중 대회로 열리는 상황의 특성으로 인해 가족들이 함께하는 파 3 콘테스트를 안 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여자 골프 발전을 위해 만든 여자 아마추어 챔피언십도 올해 열리지 않는다. 여자 아마추어 최고 선수들이 이 대회에 나가느라 여자 메이저대회인 ANA 인스퍼레이션에 빠지는 등 골프계에 파문을 일으킨 큰 대회다.

1, 2, 4라운드는 1, 10번 홀에서 동시에 출발한다. 원래 마스터스는 특별한 일이 없는 한 1번 홀에서만 출발했다. 올해는 늦가을에 열려 짧은 일조시간 때문에 1, 2라운드 시간이 촉박하다. 컷 통과 선수만 참가하는 3라운드는 정상적으로 1번 홀에서만 경기한다. 그러나 4라운드는 경기 후 주관방송사인 미국 CBS가 다른 스포츠 이벤트를 중계하기 때문에 일찍 끝내기 위해 1, 10번 홀에서 동시에 출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잔디도 다르다. 4월엔 버뮤다 그래스였지만 11월에는 라이그래스에서 경기한다. 버뮤다 그래스는 여름에 푸르고, 라이그래스는 겨울에 푸르다. 라이그래스가 나쁜 것만은 아니다. 조지아 주 오거스타는 겨울 휴양지다. 오거스타 내셔널은 겨울 골프장으로 설계됐다. 5월에 문을 닫고 10월에 여는 것은 마스터스를 준비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전의 전통을 지키는 것이다. 골프장 컨디션이 나쁘지 않다. 그러나 11월은 비가 많이 와 코스가 4월보다 부드럽고 날이 추워 공이 덜 나간다. 체감 코스 길이는 더 길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브라이슨 디섐보 등 장타자가 유리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올해 대회는 3라운드 오전 대회장에서 미국 스포츠 전문채널 ESPN에서 대학 풋볼 관련 프리뷰 방송이 진행된다. 오거스타 내셔널은 “마스터스를 새로운 팬들에게 알리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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