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중국의 다음 행보를 읽는다“ 경제 발전 힌트 주는 선전경제특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중국이 '14년차 5개년' 계획(2021~2025년) 시행 검토에 들어가면서 선전경제특구(深圳經濟特區)는 중국의 미래 발전을 엿볼 수 있는 ‘힌트’로 다시 한번 주목을 받고 있다. 중국 남부에 자리잡은 대도시 선전(深圳)은 중국 경제사에서 수없이 많은 ‘최초’를 이룩한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이후 최초의 토지 경매, 최초의 주식 발행, 최초의 수출가공지대 조성이 모두 이곳에서 이뤄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개척정신으로 선전은 1980년 중국 최초의 경제특구(SEZ)로 지정된 첫날부터 중국을 지켜보는 이들과의 소통 창구가 되어 개혁개방을 통한 중국 경제성장의 기반을 다지는 역할을 했다.

지난 8월 선전시는 도시 전역의 5G 네트워크 서비스를 지원하는 46,000곳의 5G 기지국 설치를 모두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이동통신 사용자뿐만 아니라 차세대 기술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발굴하고자 하는 기업들에도 좋은 소식이다. 자율주행차 스타트업 딥루트(DeepRoute)의 류녠추(劉念秋) 부사장은 “5G 기술 덕분에 연구·개발 작업이 더욱 편리해졌다. 회사 자율주행차를 시운전할 때 원격 조정과 모니터링도 훨씬 용이해졌다”고 밝혔다.

올해 상반기 코로나19의 여파로 중국 대부분의 지역이 경기 침체에 빠졌을 때도 선전이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은 5G에서부터 인공지능에 이르는 첨단 기술의 발달 덕분이다. 5G를 비롯해 여러 가지 혁신 산업의 폭발적인 성장으로 수많은 하이테크 기업이 입주해 있는 선전시 난산(南山)구는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GDP가 2.5%나 증가했다.

선전의 강력한 기술발전 추진 동력은 선전을 세계적인 기술·산업 혁신도시로 만들고자 하는 현지 고위관료들의 의지에서 비롯된다. 선전을 기반으로 기업의 각종 프로젝트는 물론이고 국가적인 혁신 사업도 한창 진행 중이다. 특히 중국 지역 최초로 ‘디지털 위안화’ 시범사업을 도입한 선전은 디지털 위안화의 사용 촉진을 위해 1000만 위안(약 150만 달러) 상당의 디지털 화폐를 발행할 계획이다.

중국발전연구원의 궈완다(郭萬達) 상임부원장은 “중국 발전의 사례로 선전을 연구한다면 ‘혁신’이야말로 최고의 동력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벨라루스의 수도 민스크에 위치한 중국-벨라루스 산업단지 정문 인근에는 중국어와 러시아어로 ‘시간은 금, 효율은 생명’이라고 적힌 포스터가 붙어 있다. 이 문구는 산업지대 건설자들을 대상으로 주어진 기회를 잘 활용해 경제 기적을 이뤄 내자는 의지를 북돋기 위해 약 40년 전 선전에 처음 등장했다. 그런데 오늘날 선전이 한층 더 세계화되면서 이러한 정신은 수천km 떨어진 중국-벨라루스 산업단지에까지 전해졌다.

선전 산업단지를 벤치마킹한 중국-벨라루스 산업단지는 현재 총 계약액 11억 7천만 달러 규모의 투자사업 60개를 운영 중이다. 저우잉강(周穎剛) 샤먼대 교수는 “중국은 향후 40년 혹은 그 이후까지 글로벌화라는 큰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며 “현재 반(反)세계화 정서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중국은 경제특구가 크게 기여하는 새로운 형태의 글로벌화를 주도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중국은 얼마 전 5년 안에 선전을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선행 시범지역으로 만들겠다는 내용의 ‘선전 시범개혁 시행안’을 발표했다. 선전과 같은 대도시에 더 많은 자치권을 부여함으로써 개혁개방의 획기적인 진전은 물론 사람들의 생활 모습과 생태 환경, 도시 공간 등에서의 변화와 혁신을 꾀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선전은 취업, 교육, 의료, 주거, 노인복지 등과 관련한 문제 해결에 주력할 방침이다.

작년 발표된 중장기 발전 계획에 따르면 선전시는 21세기 중반까지 뛰어난 경쟁력과 혁신력, 영향력 등 글로벌 리더십을 갖춘 세계 최고 수준의 국제도시로 거듭날 전망이다. 또한 1300만 명이 넘는 상주인구가 거주하는 도시의 녹지 보전을 위해 1200곳 이상의 공원을 조성한 데 이어 2008년에는 ‘유네스코 디자인 창의도시’로 지정되었고, 2013년에는 유네스코로부터 ‘독서 장려 글로벌 모범도시’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정융녠(鄭永年) 홍콩중문대(선전) 교수는 세계는 사실상 선전을 통해 중국의 다음 행보를 인식하고 있다며 선전이 현재 전략적, 혁신적, 미래지향적인 개혁을 시도하고 있고 머지 않은 미래에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시범지역 건설이라는 과제를 훌륭하게 완수할 것이라 강조했다.

온라인 중앙일보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