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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O 사무총장' 운명의 밤···유명희 당선 윤곽 오늘 나온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에 도전하는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의 당선 윤곽이 28일 밤 나올 전망이다.

WTO, 오늘 선호도 조사 결과 통보 #한명에 압도적 지지시 사퇴 권유도 #美·WTO 불편 관계, 지지 도움 미지수

외교부와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WTO는 28일 스위스 제네바 현지시간으로 오전 11시(한국 시간 오후 7시)에 제네바 주재 한국과 나이지리아 대사에게 두 후보에 대한 선호도 조사 결과를 통보한다. 이어 같은 날 오후 3시(한국 시간 오후 11시) 164개 회원국에도 결과를 알릴 예정이다.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결선에서 경쟁하는 한국의 유명희(왼쪽)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과 나이지리아의 응고지 오콘조이웰라 전 재무장관. [AFP=연합뉴스]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결선에서 경쟁하는 한국의 유명희(왼쪽)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과 나이지리아의 응고지 오콘조이웰라 전 재무장관. [AFP=연합뉴스]

WTO는 지난 19일부터 27일까지 164개국 회원국을 상대로 유 본부장과 또 다른 후보인 나이지리아의 응고지 오콘조이웰라 전 재무장관에 대한 선호도 조사를 벌였다.

앞서 27일엔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들이 나이지리아의 오콘조이웰라 후보를 지지하기로 합의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오콘조이웰라 후보는 지난 16일 언론 브리핑에서 79개국의 지지를 얻었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EU의 표를 합하면 과반이 넘는다.

선호도 조사에서 더 많은 표를 얻었다고 바로 당선이 결정되는 건 아니다. 이 결과를 토대로 다음 달 7일 전까지 회원국들의 합의가 도출돼야 당선자가 확정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호도 조사에서 한 후보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을 경우 합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WTO는 다른 후보에게 사퇴를 권고할 수 있다.

외교부는 지지 국가 숫자, 주요국의 지지 강도 등 전체적인 판세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회원국 간 후속 협의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두 후보의 선호도 조사 결과가 비등해 합의 과정까지 갈 경우 주요국들의 의견이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유명희 본부장을 지지한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27일 미 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미 국무부는 재외공관들에 외교 전문을 발송해 “주재국 정부가 WTO 사무총장 결선에서 한국의 유명희 본부장을 지지하는지 파악하라”고 지시했다. 외교 전문에는 주재국 정부가 어느 후보를 지지하는지 파악하고, 아직 어떤 결정이나 약속이 없다면 유 본부장을 지지하는 방향으로 부드럽게 권유하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미국의 한 통상 관리는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 대표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이 문제를 조율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폴리티코는 “이는 미국이 유 본부장을 지지한다는 가장 명확한 신호”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미국의 지지가 사무총장 선거 결과를 결정하기에 충분할지는 미지수”라고 덧붙였다.

WTO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예전 같지 않기 때문이다. WTO는 1995년 미국 주도로 설립됐고, 25년간 다자간 무역협상과 무역분쟁 해결을 도왔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은 WTO와 불편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중국과 무역 갈등을 겪고 있는 미국은 WTO가 중국에 유리한 결정을 내린다고 불만을 표출해왔다. 급기야 미국은 “WTO를 탈퇴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고, 호베르토 아제베도 전임 사무총장은 임기를 1년 앞둔 지난 8월 돌연 사퇴했다.

당시 아제베도 사무총장은 사퇴 이유를 “개인 사유”라고 밝혔지만, 미국의 압박 때문이란 분석이 나왔다. 그의 사퇴 발표 이후에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WTO는 끔찍하다”고 비난했다. 이런 이유로 일각에선 미국의 지지가 오히려 일부 회원국의 반감을 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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