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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날 건물 현관 체온 측정 의미 없다…3도 이상 낮게 측정돼

중앙일보

입력

지난달 21일 오전 대구 중구 남산동 대구향교에서 열리는 경자년(庚子年) 추계 석전대제(秋季 釋奠大祭)를 앞두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마스크를 착용한 유림들이 외삼문 앞에서 참석자들의 체온을 측정하고 있다. 대구향교는 이날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참석자에 대한 발열 검사와 손 소독 및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고 대성전 입장 인원을 100명으로 제한했다. 뉴스1

지난달 21일 오전 대구 중구 남산동 대구향교에서 열리는 경자년(庚子年) 추계 석전대제(秋季 釋奠大祭)를 앞두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마스크를 착용한 유림들이 외삼문 앞에서 참석자들의 체온을 측정하고 있다. 대구향교는 이날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참석자에 대한 발열 검사와 손 소독 및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고 대성전 입장 인원을 100명으로 제한했다. 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건물이나 상점 출입구에서 적외선 온도계로 이마 체온을 측정하지만, 추운 날씨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하의 추운 겨울에 현관에서 체온을 측정하면 정확한 체온보다 3도 이상 낮게 측정된다는 것이다.
코로나19 환자 대부분 체온이 40도 이하인 점을 고려하면, 3도나 낮게 측정되면 환자도 정상적인 체온(36.5~37도) 범위에 들기 때문이다.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대학과 호크질-나테스 주립병원 연구팀은 최근 '중부 유럽 의학 저널'에 겨울철 바깥 기온이 체온 측정에 미치는 영향을 담은 논문을 발표했다.

연구팀은 지난 3월 외부 기온이 영하 5.5도에서 0도 사이이고, 실내 기온이 20.5도 상황에서 101명의 건강한 남녀 병원 직원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병원은 해발 995m의 산악 지역에 자리 잡고 있어 3월과 같은 초봄에도 실외 온도가 낮은 편이다.

연구팀은 병원 직원이 병원에 도착한 직후(0분) 이마의 온도를 적외선 온도계로 측정했다.
또, 1분 후, 3분 후, 5분 후, 60분 후에도 각각 이마의 체온을 같은 방식으로 측정했다.

측정 결과, 도착 직후(0분)에는 평균 체온이 33.17도였고, 1분 후에는 34.9도, 3분 후 35.77도, 5분 후 36.08도, 60분 후 36.6도로 점차 체온이 상승했다.
처음 도착과 체온이 안정화된 60분 후를 비교하면 평균 3.43도 차이가 났다.

자료;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대학

자료;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대학

연구팀은 이를 통해 "추운 겨울 건물 입구에서 실시하는 적외선 체온 측정은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검사하는 데 적합한 도구가 아니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연구팀은 또 고막의 체온을 측정하는 방법 역시 주변 온도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저온에서는 과소평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7614명의 코로나19 환자를 분석한 미국 뉴욕 마운틴 사나이 이칸 의과대학 연구팀 논문에 따르면, 입원 기간 체온이 37도를 넘어간 환자가 전체의 78.5%에 이르렀지만, 입원 초기에는 50%만 37도를 초과했다.

체온 측정에서 3도의 오차가 발생한다면, 38도가 넘어서는 '발열 기준'을 초과한 사람을 찾아내기는 쉽지 않은 셈이다.

오스트리아 연구팀은 열화상 카메라로 체온이 상승한 사람들을 선별하는 경우도 백열등이나 직사광선과 같은 2차 적외선 소스가 없는 표준화된 환경에서만 사용해야 정확한 측정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서울 서초구청 입구에서 인공지능(AI)로봇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예방을 위해 청사 출입자들의 체온을 측정하고 있다.  높이가 약 1.2m 정도인 AI로봇은 적외선 카메라와 안면인식 기능을 탑재, 일정한 온도 이상 시에는 발열감지 알람이 울리고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거나 적합하게 착용하지 않았을 때에는 음성으로 착용이 안내된다.뉴스1

서울 서초구청 입구에서 인공지능(AI)로봇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예방을 위해 청사 출입자들의 체온을 측정하고 있다. 높이가 약 1.2m 정도인 AI로봇은 적외선 카메라와 안면인식 기능을 탑재, 일정한 온도 이상 시에는 발열감지 알람이 울리고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거나 적합하게 착용하지 않았을 때에는 음성으로 착용이 안내된다.뉴스1

한편, 하루 중 시간에 따라 사람의 체온이 달라서 아침에 체온 측정하는 것도 감염자 찾는 데 별 도움이 안 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지난 5월 미국 하버드대 의대 레온 산체스 교수팀은 미국 보스턴 성인 응급실에서 2009년 9월부터 2012년 3월 사이에 인플루엔자(독감) 환자로부터 수집한 9만3225회의 체온 측정치와 측정 시간 자료를 분석, 논문으로 발표했다.

체온이 섭씨 38도 이상인 '발열' 기준을 적용했을 때, 보스턴 지역의 경우 아침에 발열 기준을 초과한 경우가 저녁에 초과한 횟수의 43%에 그쳤다.

생체 리듬에 따라 사람들은 대체로 아침에 가장 낮은 체온을 보이게 되고, 환자들의 경우도 아침에는 발열 증상이 전혀 나타나지 않거나 체온이 상승해도 발열 기준 이하에 머물게 된다는 것이다.

결국 겨울 아침 출근길에 현관에서 측정한 체온은 코로나19 예방에 전혀 도움이 안 되는 셈이다.
발열 환자를 찾아내는 데는 차라리 저녁 퇴근 시간에 측정하는 것이 더 도움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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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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