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전 8시 53분.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의 운구 차량이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 밖으로 빠져나갔다. 검은색 운구 차량 앞에는 하얀색 꽃장식이 달려있었다. 짙게 선팅해 밖에서 차량 내부를 제대로 볼 수 없었다. 다만 차량 조수석에 이 회장의 영정사진이 놓여있었다. 운구차 뒤로는 유족을 태운 버스가 따라나섰다. 유족과 삼성 관계자의 승용차는 대부분 장례식장 밖으로 나가는 운구차를 따라가지 않고 그대로 머물렀다.
운구 행렬은 이 회장이 살았던 서울 용산구 한남동 자택, 집무실로 썼던 이태원 승지원, 리움미술관 등을 지날 예정이다. 또 삼성전자 서초사옥, 수원 사업장, 화성‧기흥 반도체 공장 중 일부도 거쳐 삼성 임직원과 마지막 인사를 나눌 예정이다.
이날 오전 7시 30분부터 진행한 영결식에는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등 유족과 삼성 관계자들이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암센터 건물 지하 강당에서 열린 영결식은 유족의 뜻에 따라 비공개로 진행했다.
영결식에 참석하기 위해 암센터 앞에 도착한 홍 전 관장과 이부진 사장은 상복을 입은 채 이 부회장의 뒤를 따라 건물로 들어갔다. 영결식을 마친 직후에는 이 부회장을 비롯한 유족들과 삼성 사장단 등이 나눠탄 소형버스 3대가 차례대로 장례식장으로 이동했다. 가장 앞선 버스에는 이 부회장, 홍 전 관장, 이 사장, 이 이사장 등 상주 일가가 탔다. 뒤따르는 차에는 이 부회장의 자녀들을 포함한 이 회장의 손주들이 탔다. 영결식에 참석한 일부 유족은 장례식장을 빠져나오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4일장의 마지막 날인 이날도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는 이 회장의 운구행렬을 보기 위한 취재진이 100여명 모였다. 취재진이 아닌 시민들도 장례식장을 찾아와 운구행렬을 지켜봤다. 한 시민은 "큰 별이 지는데, 내부를 한 번이라도 보겠다"며 장례식장 안으로 진입을 시도했다. 또 다른 시민은 큰 소리로 애국가를 불러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다.
이 회장의 운구 차량은 이날 오후 장지인 경기도 수원에 있는 가족 선영에 도착할 예정이다.
편광현 기자 pyun.gwanghy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