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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사태' 연루 이민걸·임성근 법관직 스스로 포기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018년 검찰 조사를 받기위해 검찰청에 출석했던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조실장. 이 전 실장은 기소돼 재판에 넘겨졌고 최근 법관 연임 불희망 의사를 밝혔다. [뉴스1]

2018년 검찰 조사를 받기위해 검찰청에 출석했던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조실장. 이 전 실장은 기소돼 재판에 넘겨졌고 최근 법관 연임 불희망 의사를 밝혔다. [뉴스1]

양승태 대법원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연루돼 재판에 넘겨진 이민걸(59)·임성근(56) 고등법원 부장판사가 최근 연임 불희망 의사를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법관직을 스스로 포기한 것이다.

이탄희 강조한 법관탄핵도 어렵게 돼

판사는 현행법상 10년 단위로 연임 심사를 받는다. 법관인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임기가 연장된다. 그래서 법관이 스스로 연임 신청을 하지 않는 것은 이례적이다. 두 법관의 동료였던 고등법원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재판까지 받는 상황에서 두 사람 모두 법원에 있기는 힘들다고 생각했을 것"이라 말했다.

임성근, 이민걸의 혐의  

박근혜 전 대통령의 7시간 행적 칼럼을 쓴 가토 다쓰야 산케이신문 기자 재판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 임성근 부장판사는 지난 2월 1심에서 "위헌적 행위는 맞지만 위법은 아니다"며 무죄를 선고받고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통합진보당 행정소송 재판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 이민걸 부장판사의 경우 아직 1심이 끝나지 않았다.

지난 2월 1심에서 "위헌적이지만 위법하진 않다"며 1심 무죄 판결을 받았던 임성근 서울고법 부장판사의 모습. [연합뉴스]

지난 2월 1심에서 "위헌적이지만 위법하진 않다"며 1심 무죄 판결을 받았던 임성근 서울고법 부장판사의 모습. [연합뉴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1심 재판을 받고있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차장은 2017년 관련 의혹이 불거진 뒤 연임불희망 의사를 제출하고 법원을 떠났다. 이민걸 부장판사와 공범으로 기소돼 재판에 넘겨진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은 지난해 1월 법관 재임용 심사에서 탈락했다. 이 전 상임위원의 탈락 사유는 검찰 수사 대상에 올라 법관의 품위를 손상시켰다는 것이었다.

전직 고위 법관 출신 변호사는 "두 사람도 현실적으로 연임 심사를 통과하지 않을 가능성을 판단했을 것"이라 말했다. 수도권에 근무하는 한 현직 판사는 "두 부장님이 법원을 떠나실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명수 취임 뒤 떠나는 엘리트 판사들 

김명수 대법원장이 취임한 후 이뤄진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조사 및 수사로 법원을 떠난 판사는 수십명에 달한다. '대법관 0순위'로 불리던 한승·유해용·김현석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 등 엘리트 판사들도 직·간접적으로 관련 의혹에 연루돼 법원을 떠났다. 다만 아직 재판에 넘겨진 법관들 중 유죄가 선고된 경우는 없다.

더불어민주당 이탄희 의원이 7일 국정감사에서 질의를 하고 있다. 이탄희 의원은 국회의원 취임의 이유로 법관 탄핵을 강조해왔다. 오종택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탄희 의원이 7일 국정감사에서 질의를 하고 있다. 이탄희 의원은 국회의원 취임의 이유로 법관 탄핵을 강조해왔다. 오종택 기자

두 법관이 판사직을 포기하며 판사 출신 더불어민주당 의원인 이탄희·이수진 의원이 공언한 법관 탄핵도 어렵게 됐다. 특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이 알려지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던 이탄희 의원은 국회의원 당선 뒤 관련 의혹에 연루된 법관들의 탄핵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하지만 여당의 협조를 얻지 못했고, 본인 역시 공황장애로 정상적인 의정 활동이 어려워 법관 탄핵은 '찻잔 위의 태풍'처럼 국회 내에서 공론화되지 못했다. 법관탄핵에 찬성하는 지방법원의 한 판사는 "국회가 너무 늦었다"고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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