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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필 마오 아들 생일날, 계란볶음밥 만들다 욕먹은 中요리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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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항미원조(抗美援朝, 미국에 대항해 북한을 도운)’ 영화 ‘금강천(金剛川)’을 만든 감독이 ‘미 해군’ 글자가 쓰인 모자를 쓰고 영화 선전에 나섰다가 거센 비난을 받은 데 이어 이번엔 중국의 한 유명 요리사가 봉변을 당하고 있다.

지난 24일 중국 파워 블로거 요리사 왕강 #계란 볶음밥 연상되는 양저우 볶음밥 소개 #한국전 당시 죽은 마오안잉 비웃었다고 질타 #마오안잉, 계란 볶음밥 만들다 사망설 #중국에 널리 퍼져…24일은 마오의 생일

중국의 파워 블로거 요리사 왕강은 한국전쟁에서 사망한 마오쩌둥의 아들 마오안잉의 생일인 지난 24일 마오안잉의 죽음을 떠올리게 하는 양저우 볶음밥 만드는 법을 소개했다가 구설수에 올랐다. [중국 바이두 캡처]

중국의 파워 블로거 요리사 왕강은 한국전쟁에서 사망한 마오쩌둥의 아들 마오안잉의 생일인 지난 24일 마오안잉의 죽음을 떠올리게 하는 양저우 볶음밥 만드는 법을 소개했다가 구설수에 올랐다. [중국 바이두 캡처]

마오쩌둥(毛澤東)의 아들로 한국전쟁에서 사망한 마오안잉(毛岸英)을 은근히 조롱한 게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는 것이다. 요리사 왕강(王剛)은 인터넷에 중국의 각종 요리를 만드는 영상을 올리는 파워 블로거로 나름 유명세를 얻고 있다.

한데 지난 24일 한국에도 잘 알려진 ‘양저우(揚州) 볶음밥’을 만드는 노하우를 소개했다가 중국 네티즌으로부터 뭇매를 맞고 있다고 홍콩 명보(明報)가 27일 전했다. 10월 24일은 마오안잉(1922년생)이 태어난 날이다.

마오쩌둥과 마오의 장남 안잉(오른쪽). 마오는 안잉의 전사 소식을 한 달 후에야 보고 받았다. [중국 바이두 캡처]

마오쩌둥과 마오의 장남 안잉(오른쪽). 마오는 안잉의 전사 소식을 한 달 후에야 보고 받았다. [중국 바이두 캡처]

한데 이날 왜 하필이면 ‘계란 볶음밥(蛋炒飯)’을 연상시키는 ‘양저우 볶음밥’을 만드는 걸 소개했느냐는 것이다. 계란 볶음밥은 많은 중국인 사이에서 마오안잉의 죽음과 관련된 음식으로 통한다.

지난 2010년 중국 시사지 중국신문주간(中國新聞周刊)은 중국인민지원군 사령관 펑더화이(彭德懷)의 러시아어 통역 겸 비서로 참전한 마오안잉의 사망 당시 상황과 관련해 아래와 같이 전했다.

마오쩌둥의 장남 마오안잉은 한국전쟁에 참전했다가 1950년 11월 25일 미군의 공습으로 사망했다. 당시 28세였으며 계란 볶음밥을 만들다가 숨졌다는 이야기가 있다. [중국 바이두 캡처]

마오쩌둥의 장남 마오안잉은 한국전쟁에 참전했다가 1950년 11월 25일 미군의 공습으로 사망했다. 당시 28세였으며 계란 볶음밥을 만들다가 숨졌다는 이야기가 있다. [중국 바이두 캡처]

“작전처 참모 가오루이신(高瑞欣)과 통역 마오안잉은 아침을 먹지 못했다. 이들은 적의 폭격기가 오지 않을 것으로 보고 방공호에서 나와 달걀 몇 개로 계란 볶음밥을 만들려 했다. 한데 바로 이때 남쪽에서 갑자기 네 대의 미 폭격기가 나타나 소이탄을 퍼부었다.”

아침을 먹지 못한 마오안잉 등이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 계란 볶음밥을 만들어 먹으려다 사망했다는 것이다. 이날이 1950년 11월 25일이다. 마오안잉은 28세로 사망했고 그 주검 앞에서 펑더화이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고 한다.

한국전쟁 당시 중국인민지원군 총사령관 펑더화이는 마오안잉의 죽음을 전하는 30여 자의 짧은 전문을 쓰는데 한 시간을 고민했다고 한다. [중국 바이두 캡처]

한국전쟁 당시 중국인민지원군 총사령관 펑더화이는 마오안잉의 죽음을 전하는 30여 자의 짧은 전문을 쓰는데 한 시간을 고민했다고 한다. [중국 바이두 캡처]

이후 “오늘, 지원군총사령부가 적기의 폭격을 받았고 마오안잉 동지가 불행하게 희생당했다”는 짧은 전문을 작성하는 데 무려 한 시간이 걸렸다. 전보를 받은 저우언라이(周恩來)도 놀라 마오쩌둥에게 마오안잉의 전사 사실을 바로 알리지 못했다.

류사오치(劉少奇) 등 중국 지도부와 논의한 끝에 해를 넘긴 1951년 1월 2일에야 비로소 마오안잉의 죽음을 전하는 펑더화이의 전보를 마오쩌둥의 비서를 통해 마오에게 전했다고 한다.

‘항미원조’ 영화 ‘금강천’을 만든 감독 관후는 영화를 선전하는 자리에 ‘미 해군’이라 쓰인 모자를 쓰고 나왔다가 중국 네티즌으로부터 뭇매를 맞았다. [중국 텅쉰망 캡처]

‘항미원조’ 영화 ‘금강천’을 만든 감독 관후는 영화를 선전하는 자리에 ‘미 해군’이라 쓰인 모자를 쓰고 나왔다가 중국 네티즌으로부터 뭇매를 맞았다. [중국 텅쉰망 캡처]

중국이 최근 한국전쟁 참전 70주년을 대대적으로 기념하며 반미 의식을 고취하고 있는 가운데 마오안잉의 죽음을 떠올리게 하는 계란 볶음밥을 만드는 과정을 동영상으로 올린 요리사 왕강이 느닷없이 비난의 대상이 된 것이다. "정치적인 계산이 있다"는 질타가 쏟아지고 있다고 명보는 말했다.

중국의 한 네티즌은 왕강이 2018년 10월 20일에도 계란 볶음밥을 만드는 동영상을 올렸다며 꼭 마오안잉의 죽음을 떠올리게 하는 시점에 맞춰 이런 일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물론 왕강은 “아무런 뜻이 내포된 게 아니다”라며 “네티즌이 너무 과민 반응한다”는 해명을 내놨지만 곤혹스러운 입장이다.

마오안잉 사망 당시 목격자로 알려진 중국인민지원군 작전실 주임 청푸는 ’작전실엔 달걀이나 프라인팬이 없었다“며 작전실에서 폭격을 맞은 마오안잉의 죽음이 계란 볶음밥과는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중국 바이두 캡처]

마오안잉 사망 당시 목격자로 알려진 중국인민지원군 작전실 주임 청푸는 ’작전실엔 달걀이나 프라인팬이 없었다“며 작전실에서 폭격을 맞은 마오안잉의 죽음이 계란 볶음밥과는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중국 바이두 캡처]

한편, 당시 마오안잉과 함께 사망한 가오루이신의 딸 양옌쿤(楊彦坤)은 계란 볶음밥 사건과 관련해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다.

양이 당시 현장 목격자인 작전실 주임 청푸(成普)에게 문의해 들은 바에 따르면 “당시 작전실에는 달걀도, 프라이팬도 없었다”는 것이다. 작전실에서 사망한 마오안잉이 계란 볶음밥을 만들어 먹으려다 사망한 건 아니라는 주장이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you.sangch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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