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분수대

검사 윤석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3면

박진석 기자 중앙일보 기획취재담당
박진석 사회에디터

박진석 사회에디터

윤석열 검찰총장은 천생 검사다. 2003년 전설적인 불법 대선자금 수사팀의 일원이 되면서 ‘특수통’의 인(印)을 받은 그는 대검 중수1, 2과장과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등 엘리트 코스를 착실히 밟아왔다. 당당한 풍채와 카리스마에 더해 각종 사건과 에피소드로 다져진 그의 이미지 역시 ‘검사 윤석열’을 각인시켰다. 변호사로 전직했다가 채 1년을 못 버텼다는 사실과 그 시절 의뢰인에게 “그런 일 하면 안 되잖아요”라고 호통을 쳤다는 일화가 대표적이다. 여기에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며 외압에 저항했던 국가정보원 댓글조작 의혹 사건이 포개진다. 용의 눈을 찍은 건 ‘살아있는 권력’을 처단하는 검찰총장의 모습이었다.

지난주 국정감사에서도 윤 총장은 그다웠고, 많은 이들이 “카타르시스를 느꼈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 공기가 달라졌다. 그는 정계 입문 여부에 대해 여지를 남기면서 발을 질질 끌었다. 올 초 대선후보 지지율 2위에 오르자 “명단에서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을 때와는 결이 확연히 달랐다. 판도라의 상자를 연 셈이다. 윤 총장의 힘은 일체의 정치적 고려 없이 거악을 처단하던 정의파 검사 이미지에서 나왔다. 하지만 이제부터 그의 행보 하나하나는 정치적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게 됐다.

논란은 보다 근본적인 질문, 곧 그가 대통령감인지에 대한 갑론을박으로 확전될 것이다. 대통령은 거대 경제 담론을 다뤄야 하고 사회 곳곳의 치열한 갈등도 중재·조율해야 한다. 과연 ‘법의 지배’에만 익숙하고, ‘범죄’를 통해서만 경제를 접했을 그가 제대로 국가를 경영할 수 있을까. 그는 총장 직위를 유지한 채 이런 논쟁의 한가운데로 뛰어들 수 있을까. 말이 많은 만큼 가끔 바른말도 하는 추 장관의 발언대로 당장 내일 정치하는 한이 있더라도 “정치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밝히는 편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드는 이유다.

정치적 논란을 불식시키는 길은 결국 남은 임기 동안 제한적인 권한이나마 최대한 활용해 ‘검사 윤석열’의 참모습을 과시하는 것뿐이다. 정계 입문 문제에 대해서는 철저히 선을 그은 채 말이다. 그렇게 임기를 마친 뒤 어떤 방향으로 생각이 굳어졌을 때 자신에게 ‘칼잡이’ 이상의 역량이 있음을 증명해 보이는 것이 온당한 수순일 것이다.

박진석 사회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