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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LG화학 ‘배터리 분사’에 반대표 던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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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LG화학 본사가 있는 여의도 LG트윈타워. [뉴스1]

LG화학 본사가 있는 여의도 LG트윈타워. [뉴스1]

전기차 배터리 사업부문을 떼어 별도 회사로 만들려던 LG화학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지분 10.3% 2대 주주인 국민연금 #“주주가치 훼손 우려” 입장 정리 #LG화학 “30일 주총전 더 적극 소통” #분사 여부 소액주주·외국인에 달려

LG화학은 30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배터리 사업을 별도 법인으로 물적분할하는 내용의 안건을 처리할 예정인데, 27일 2대 주주(10.3%)인 국민연금이 반대 입장을 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이날 오후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를 연 뒤 “분할 계획의 취지 및 목적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지분 가치 희석 가능성 등 국민연금의 주주가치 훼손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반대 결정문을 냈다.

국민연금의 반대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봐 온 LG화학은 당황하는 분위기다. 그간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글래스루이스·한국기업지배연구원 등 주요 의결권 자문사들이 물적 분할에 대해 찬성 의견을 냈기 때문이다. 의결권 자문사는 주요 기업의 주총 안건을 분석해 기관 투자자들에게 의견을 제시하는 곳이다.

일부에서 반대 의견이 있기는 했다. 서스틴베스트라는 의결권 자문사는 21일 “물적분할 후 기업공개 방식은 지배 주주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결과를 초래해 소액 주주의 가치를 훼손할 위험이 상당하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LG화학은 이를 소수 의견으로 봤지만, 국민연금까지 반대 입장을 내놓음에 따라 주총에 돌발 변수가 생긴 셈이 됐다. 하나의 기업을 두 개 이상으로 쪼갤 때 주식을 어떻게 나누느냐에 따라 물적분할과 인적분할로 나뉜다. 물적분할은 분할로 생겨나는 기업 주식을 모회사가 100% 보유해 자회사로 두는 방식이다. 반면 인적분할은 모 회사와 주주 구성이 동일한 신설회사를 설립하는 방식이다.

LG화학 지분율

LG화학 지분율

경제계에선 이른바 ‘동학개미’로 불리는 개인 투자자 사이에서 나오는 물적 분할 반대 여론을 국민연금이 의식한 게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 동학개미들의 핵심 반대 사유는 “배터리 사업을 보고 LG화학에 투자했는데 배터리 사업부가 분할되면 신설 법인의 주식을 보유할 수 없다”는 것이다. LG화학은 이런 불만을 달래기 위해 “향후 3년간 주당 최소 1만원을 배당하겠다”는 계획(지난 14일)도 내놨었다.

국민연금의 반대에 따라 LG화학은 갑작스런 장벽을 사흘 안에 넘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LG화학 분할 안건이 통과하려면 주총 참석 주주 3분의 2(약 66%) 이상으로부터 찬성을 얻어야 한다.  LG화학의 대주주는 ㈜LG로 특수관계인을 포함해 30.1%의 지분을 갖고 있다. 지분 38.1%는 외국인 투자자 몫이고, 나머지 20% 정도를 국내 기관·개인투자자가 갖고 있다. LG화학은 국민연금의 분할 반대 입장 발표 직후 “이번 분할은 배터리 사업을 세계 최고 에너지 솔루션 기업으로 육성해 주주가치와 기업가치를 높이려는 것”이라는 점을 다시 강조한 뒤 “주총 때까지 적극적으로 소통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LG화학은 의결권 자문사들의 찬성 의견이 다수를 이룬다고 분석하면서 내부적으론 주총 통과를 자신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이날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 결정을 공개하며 “일부 위원들은 (분할 반대에 대한) 이견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LG화학은 주주들을 설득할 때 이 부분을 공략 포인트 중 하나로 내세울 방침이다.

LG화학 관계자는 “물적분할은 순전히 배터리 산업을 키우기 위한 경영적 판단이기 때문에 결국 주주들도 우리 뜻을 알아줄 것”이라고 말했다.

최선욱·강기헌 기자 isotop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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