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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월·푸시킨, 시 낭송으로 만나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27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푸시킨 시 낭송회. 정재숙 문화재청장, 이상봉 디자이너 등이 시를 낭송하고 한국의 연주자들이 그 시를 가사로 한 노래를 들려줬다. 무대 위 왼쪽부터 천성대(생황), 민숙연(소프라노), 이연성(베이스), 조혜령(해금). [사진 뿌쉬킨하우스]

27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푸시킨 시 낭송회. 정재숙 문화재청장, 이상봉 디자이너 등이 시를 낭송하고 한국의 연주자들이 그 시를 가사로 한 노래를 들려줬다. 무대 위 왼쪽부터 천성대(생황), 민숙연(소프라노), 이연성(베이스), 조혜령(해금). [사진 뿌쉬킨하우스]

“만남의 갈망을 아는 자만이 내 얼마나 애달프고 고통스러운지 이해할 수 있다네. 아, 나를 사랑한 이는 아주 멀리 있다네. 오로지 만남을 갈망해온 자만이 내 고통을 이해할 수 있다네.”

한·러 수교 30주년 시낭송회 #러시아선 ‘나이팅게일’ 읽고 #서울선 ‘진달래꽃’으로 화답

27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호텔. 러시아의 대표적 문호 알렉산드르 푸시킨(1799~1837)의 시 ‘그리움을 아는 자만이’를 박노벽 전 러시아대사가 낭독했다. 이어 단상에는 한국의 성악가 이연성, 해금 연주자 조혜령과 러시아 피아니스트 알렉산드르 스뱌트킨이 올랐다. 이들은 방금 낭독한 시를 가사로 한 차이콥스키의 같은 제목의 가곡을 노래했다. 본래 피아노와 성악으로 된 가곡을 편곡해 해금을 덧붙인 음악이다.

한·러수교 30주년을 기념하는 시 낭송회였다. 푸시킨을 기념하는 뿌쉬킨하우스(원장 김선명)가 2013년부터 매년 연 행사다. 그해 롯데호텔 근처에 푸시킨 동상을 세우면서 시작됐고 올해는 특히 한·러수교 30주년, 작곡가 표트르 일리치 차이콥스키(1840~93) 탄생 180주년을 기념하는 의미로 열렸다.

주한 러시아 대사인 안드레이 쿨릭은 “동상 건립 때 방한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대한민국 국민이 러시아 문학과 문화를 이해하는 열쇠로 러시아어가 널리 알려지기를 희망했다”며 “지난 시간 동안 러시아 문화 전반에 대한 한국 내 관심이 높아지는 것을 보게 돼 기쁘다”고 했다.

이날 시 낭독은 러시아어와 한국어로 번갈아 이뤄졌다. 러시아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 수상자협회장인 안드레이 셰르박이 러시아에서 동영상으로 푸시킨의 ‘나이팅게일’을 읽었고, 국회외교통일위원회 송영길 위원장이 한국어로 같은 시를 읽었다. 소프라노 민숙연과 피아니스트 스뱌트킨이 같은 시에 붙여진 차이콥스키 노래를 불렀다.

푸시킨과 더불어 이반 부닌(1870~ 1953)의 시도 소개됐다. 1933년 러시아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시인으로 올해 탄생 150주년이다. 그의 시 ‘저물녘에’ ‘그대의 손을 잡고’를 러시아 고리키 세계문학대학원 총장인 바딤 폴론스키, 신일학원 이사장인 이상균이 러시아어와 한국어로 번갈아 낭독했다.

한국어로 된 시를 러시아어로 낭독하는 순서도 이어졌다. 패션 디자이너 이상봉이 서정주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처럼’을 낭독했고, 크레믈 발레단 발레리나인 알료나 셉코바가 러시아어로 낭독한 영상을 이어서 상영했다. 이상봉 디자이너는 “10년 전 한·러수교 20주년을 기념해 모스크바에서 패션쇼을 열었고, 그때 주제가 김소월과 푸시킨이었다”며 “오늘은 특별히 의미 있는 자리”라고 했다.

김소월 ‘진달래꽃’은 정재숙 문화재청장이 낭독했다. 정 청장은 “김소월과 푸시킨 둘 다 30대에 요절했고 우리 마음에 남은 시인이다. 두 영혼을 생각해본다”고 했다. 문화재청은 1895년 명성황후의 시해를 목격한 러시아 건축가 사바틴과 관련한 전시를 다음 달 11일까지 덕수궁 중명전에서 열고 있다.

낭독회를 주최한 뿌쉬킨 하우스 김선명 원장은 “양국이 음악과 시로 깊은 우정을 나눈 것을 되새기고자 한다”며 “힘든 시기 이 우정이 위로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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