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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국경절 축하” 청천백일기 中대사관 옆에 보란듯 건 인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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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잉원 트위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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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의 국경절을 축하합니다."

지난 10일 인도 뉴델리 시내에 청천백일기가 대만 국경절을 축하한다는 글과 함께 걸려 있다. [트위터 캡처]

지난 10일 인도 뉴델리 시내에 청천백일기가 대만 국경절을 축하한다는 글과 함께 걸려 있다. [트위터 캡처]

이 글과 청천백일기가 담긴 포스터 여러 장. 지난 10일 인도 뉴델리 시내에 펄럭였다. 정확히는 인도 주재 중국대사관 인근에서다. 10월 10일은 ‘쌍십절(雙十節)’로 불리는 대만의 건국기념일이다. 미국 외교잡지 디플로맷에 따르면 포스터는 인도 집권당인 인도인민당(BJP) 대변인이 붙였다. 중국 측의 강력 항의로 얼마 되지 않아 포스터는 떼어졌지만, 사진은 온라인에서 계속 공유됐다.

#나마스떼!

[차이잉원 트위터 캡처]

[차이잉원 트위터 캡처]

13일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의 트위터에 사진 4장이 올라왔다. ‘안녕(나마스떼)’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우리의 친구인 인도의 따뜻한 배려로 인도에서 보낸 즐거운 기억을 떠올린다”는 글도 남겼다. 2012년 인도 방문 당시 사진이다. 차이 총통은 타지마할 등에서 포즈를 취했다.

[차이잉원 트위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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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엔 카레와 난이 담긴 인도 음식 사진도 올렸다. 10일 인도의 청천백일기 이벤트(?)에 대한 답장이었다.

지난 15일 우자오셰 대만 외교부장이 인도 인디아투데이 방송과 인터뷰를 하는 모습. [트위터 캡처]

지난 15일 우자오셰 대만 외교부장이 인도 인디아투데이 방송과 인터뷰를 하는 모습. [트위터 캡처]

인도의 ‘대만 띄우기’가 거침이 없다. 사실상 대만 대변인이다. 15일 인도 방송 인디아투데이 출연자를 보자. 우자오셰(吳釗燮) 대만 외교부장이다. 우 외교부장은 인터뷰에서 “대만은 국가”이며 “중국과 대만은 별개”라고 계속 강조했다. ‘하나의 중국’이 철칙인 중국이 펄쩍 뛸 말이다. 우 외교부장은 21일 인도 영어 뉴스 채널위온(WION)과도 인터뷰했다.

적의 적은 친구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이 말. 인도의 심정 같다. 지난 6월 인도와 중국 군대는 국경지대인 히말라야산맥 라다크 갈완 계곡에서 충돌했다. 못이 박힌 몽둥이를 든 중국군의 흉기 공격에 인도군 수십 명이 숨졌다.

[EPA=연합뉴스]

[EPA=연합뉴스]

인도 전체에 반중 물결이 일었다. 정부가 틱톡 등 중국산 스마트폰 앱 사용을 금지했고, 시민들은 중국 오성홍기를 불태웠다. 넉 달이흘렀지만, 양국 긴장은 여전하다.

인도는 중국을 아프게 할 존재로 대만을 떠올린다.

[digital diplomacy lab 트위터 캡처]

[digital diplomacy lab 트위터 캡처]

6월 이후 급속히 친 대만 행보를 보인다. 9월 말부터 인도 언론에선 대만 쌍십절 행사를 홍보하는 광고가 쏟아졌다. 이에 인도 주재 중국대사관이 7일 인도 언론에 “세계엔 오직 하나의 중국만이 있다”며 “대중에 잘못된 신호를 보내지말라”는 경고 메일을 보냈다. 인도 여론은 오히려 더 들끓었다. BJP의 청천백일기 퍼포먼스가 나올 수 있었던 배경이다.

마침 운신의 폭도 넓었다. 대만과의 외교적 끈을 놓지 않았다. 디플로맷은 “인도는 대만과 공식 외교관계를 맺고 있지는 않지만, 2010년 이후 하나의 중국 원칙을 공개적으로 지지하지 않고 있다”며 “영토 분쟁 지역인 카슈미르에 대한 중국 입장에 불만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역사적 배경도 작용한다. 티베트 망명정부는 1960년 이후 인도 다람살라에 근거하고 있다. 인도는 중국과 외교관계는 맺지만, 티베트 문제에서 애매한 입장을 보여왔다.

[차이잉원 트위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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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플로맷은 “중국과 인도 관계가 위태로운 시기에 인도에선 ‘대만’이나 ‘티베트’ 단어가 자연스럽게 등장한다”며 “이번에도 대만은 중국을 곤란하게 할 인도의 중요한 카드로 부상했다”고 분석했다.

인도가 정치적 이유로만 대만을 챙긴 건 아니다.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국가 외교는 그렇게 순진하지 않다. 인도의 코로나19 확진자는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다. 인도 내 공장은 속절없이 문을 닫았다. 해외 투자를 받는 건 꿈도 못 꾼다.

역병으로 휘청인 인도 경제가 기대볼 만한 곳이 대만이다. 대만은 코로나19 방역 선진국인 데다 반도체 등 디지털 기술을 선도한다. 디플로맷은 “인도 정부는 경제적 어려움을 돌파할 파트너로 대만을 보고 있다”며 “보안 우려로 화웨이를 5G 통신 사업자에서 배제한 것도 대만의 인도 진출에 유리하다고 본다”고 분석한다. 인도는 대만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대만 기업을 위한 경제특구 등을 추진하고 있다.

대만으로서도 나쁠 게 없다. 중국의 압력으로 주요국과 수교는커녕 외교 활동도 힘든 대만이다. 대만을 챙기고 있는 미국에 이어 거물 ‘인도’까지 다가온다면 대만의 위상은 국제사회에서 한껏 높아질 수 있다. 14억의 거대 인도 시장 역시 매력적이다.

그래도 중국의 위력을 무시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AFP=연합뉴스]

[AFP=연합뉴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2018년 인도와 대만의 무역량인 70억 달러인데 중국과 인도 간 무역액이 1000억 달러”라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인도는 원료 약, 전자 부품, 타이어 등에 대한 중국 의존을 단기간에 없앨 수 없다”며 “작은 이익만 챙기면 좋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대만도 조심스럽다.

대만은 아직 인도와 공식 외교관계를 맺으려는 징후를 보이지 않는다. 디플로맷은 “차이잉원 정부는 외국과의 관계를 발전시켜 대만해협의 안정이 훼손되는 걸 원하지 않는다”고 분석한다.

결국 인도와 대만의 밀월은 아직 살얼음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중국의 태도가 바뀌지 않는다면? 빙판이 될 가능성은 남아있다. 디플로맷은 “인도가 공개적으로 벌이는 움직임은 중국에 오랫동안 지속한 불만과 좌절을 보여준다”며 “이는 대만과 인도의 협력을 위한 중요한 토대”라고 강조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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