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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천장 누수 ’모르쇠’ 윗집 주인, 처벌 가능한가?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손유정의 알면 보이는 건설분쟁(13)

김지은 씨는 안방 천장 한쪽에서 물 자국을 발견했습니다. 이후 물 자국이 더 커지면서 창문 쪽으로 번져나갔고, 벽지에 곰팡이가 생기기까지 했습니다. 김 씨는 윗집에 올라가 수리를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거주하던 사람은 임차인이라고 하며 집주인의 연락처를 알려주었습니다.

김 씨는 윗집의 소유자에게 여러 차례 수리를 요청했습니다. 김 씨의 방을 살펴본 위층 집주인은 창문 새시 쪽으로 물이 새는 것 같다며 자신 집의 문제가 아니라고 했습니다. 김 씨는 처음에는 천장 구석에서 발생한 누수가 점차 심해지면서 자국이 창문 쪽으로 확장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윗집 주인은 자기 집의 문제일 리가 없다면서 김 씨의 전화를 피했습니다. 김 씨는 6개월 이상을 다투다가 결국 법적 대응을 하기로 결심했습니다.

김 씨 집 안방 천장에 물 자국이 생기더니 창문으로 번져 나갔습니다. 김 씨는 윗집 소유자에게 여러 차례 수리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법적 대응을 결심했습니다. [사진 needpix]

김 씨 집 안방 천장에 물 자국이 생기더니 창문으로 번져 나갔습니다. 김 씨는 윗집 소유자에게 여러 차례 수리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법적 대응을 결심했습니다. [사진 needpix]

천장 누수 하자로 인한 분쟁

누수는 노후화한 아파트와 빌라에서 흔하게 일어나는 분쟁사례이지만, 최근 신축 건물의 경우에도 부실시공으로 인해 누수가 발생하는 경우도 상당합니다. 김 씨가 거주하였던 빌라는 그리 오래된 건물이 아니었음에도 천장에서 누수가 발생해 벽지가 훼손되기까지 했던 것입니다.

우선 윗집 주인이 주장한 것처럼 누수가 어디서 발생했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위층 바닥에 매립된 배관에서 균열 등이 생겨 누수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지만 건물의 외벽이나 새시 등의 균열로 인해 물이 새기도 합니다.

법적 대응 이전에 누수 원인의 확인

통상적으로 누수가 발생하는 경우 양 당사자가 누수탐지전문업체를 통해 누수의 원인을 확인하고, 그 하자가 발생한 부분의 소유자가 이를 수리하게 됩니다. 누수가 다른 요인으로 발생한 것이라면 김 씨는 윗집 소유자를 상대로 보수를 청구할 수 없기에 소를 제기하기 전 누수의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습니다.

윗집 출입 거절하면 손괴죄

누수를 확인하기 위해 위층 소유자의 거주지 출입 등의 협조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누수가 발생하면 아래층 거주자의 일상생활이 어렵게 됨은 물론 가구, 집기 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점을 쉽게 예견할 수 있기에 윗집 소유자 역시 누수 원인의 확인, 보수에 있어 적극적으로 협조할 필요가 있습니다.

누수를 확인하기 위해 위층 소유자의 거주지 출입 등의 협조가 필요합니다. 누수가 발생하면 윗집 소유자는 누수 원인의 확인, 보수에 있어 적극적으로 협조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진 wikimedia commons]

누수를 확인하기 위해 위층 소유자의 거주지 출입 등의 협조가 필요합니다. 누수가 발생하면 윗집 소유자는 누수 원인의 확인, 보수에 있어 적극적으로 협조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진 wikimedia commons]

위층 소유자가 협조 안 하는 경우

이와 관련, 누수 원인 확인을 위해 관리소장 등이 출입을 요청했음에도 불구하고 출입을 거절해 손괴죄가 인정된 사례가 있습니다. 재물손괴죄는 타인의 재물을 물리적으로 파괴하거나 은닉 등의 방법으로 효용을 없애거나 감손시킬 때 성립합니다. 위 사건에서는 결과적으로 윗집 바닥의 온수관에 하자가 있어 위층 소유자에게 보수의 의무가 있었고, 그런데도 윗집 소유자는 보수하지 아니하고 출입마저 거부하였다는 점이 인정돼 손괴죄로 벌금형이 선고되었습니다.

김 씨의 경우 소유주가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았으나 임차인의 도움으로 누수 부위를 특정하고 누수의 원인을 확인하는 과정을 거칠 수 있었습니다. 김 씨는 누수탐지전문업체를 통해 윗집에 누수의 원인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내용증명으로 이를 윗집 소유자에게 통보했습니다. 그렇지만 윗집 소유자는 이에 대해 전혀 대응하지 않았고, 결국 김 씨는 윗집 소유자를 상대로 소를 제기했습니다.

누수로 인한 피해를 주장하는 원고는 소를 제기한 이후 감정을 신청해 하자의 발생, 손해의 범위를 입증해야 합니다. 위 사건에서는 김씨가 감정을 신청했으나 감정 절차에 착수하기 이전에 재판부에서 조정을 권고했고, 그 과정에서 양 당사자 사이에서 조정이 이루어졌습니다.

이처럼 누수 하자로 인한 문제는 생활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기에 분쟁의 과정에서 양 당사자가 감정적으로 격해져 물리적 다툼이 일어나거나 민사 사건에서 위자료 청구를 하는 경우도 상당합니다. 그렇기에 서로가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하자 원인을 확인하고 보수를 해 분쟁을 해결하는 것이 손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입니다.

변호사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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