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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물건·서비스 팔기 바쁜 기업이 왜 사회문제 해결에 힘쓸까

중앙일보

입력

소중 독자 여러분은 혹시 ‘우리 강산 푸르게 푸르게’라는 슬로건을 들어본 적 있나요. 1984년부터 유한킴벌리가 진행하고 있는 숲 환경 캠페인입니다. 국·공유림에 나무를 심고, 숲을 가꾸며 생태환경 보존을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펼치고 있죠. 이는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실천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힙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말이 조금 낯선가요. 그럼 사회 환원이나 사회 공헌은 어때요. 이와 같은 내용은 일상에서 접했을 수도 있고, 학년에 따라 학교에서 배웠을 수도 있어요. 물론 아직 잘 모를 수도 있죠. 그런 친구들을 위해 한 초등학교 선생님들이 힘을 합쳤습니다. 서울 공연초에서 6학년을 가르치는 권세경·김설영·노경민·박재준·조유진 선생님은 사회 과목 중 가계·기업·시장을 중심으로 경제 성장 과정을 다루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연결고리를 발견했죠. 마침 올해 ‘휴먼라이브러리’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섭외해 그들의 생생한 경험을 수업과 연결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었어요. 이를 통해 학생들에게 보다 많은 지식과 흥미, 실천의 동기부여를 꾀했죠.

서울 공연초 조유진·권세경·김설영·노경민·박재준(왼쪽부터) 선생님은 학생들을 위해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전문가를 섭외해 사회와 연결된 수업을 마련했다.

서울 공연초 조유진·권세경·김설영·노경민·박재준(왼쪽부터) 선생님은 학생들을 위해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전문가를 섭외해 사회와 연결된 수업을 마련했다.

교육 전문가인 선생님들의 요청에 글로벌 정보·통신기업 등에서 사회적 책임에 관한 일을 오래 해온 세 명의 전문가가 나섰습니다. 동영상을 촬영하는 것도, 편집하는 것도 쉽지는않았지만 학생들을 위해 흔쾌히 수락했죠. 닉네임으로 불러주길 희망한 지현·종일·진희쌤은 도합 15년이 넘는 경력을 바탕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냈어요. 공연초 6학년 5개 반 105명이 그 이야기에 귀 기울였죠.

먼저 지현쌤이 기업이란 무엇인지 그 정의부터 기업의 역할과 목적에 대해 설명했어요. 기업 하면 보통 아빠·엄마가 매일 아침 돈을 벌기 위해 가는 곳, 물건이나 서비스를 파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 텐데요. 기업의 사전적 정의는 ‘이익 창출을 위해 물건이나 서비스를 파는 비즈니스 조직’입니다. 여러분이 입는 옷이나 신발을 만드는 기업, 휴대전화를 만드는 기업, 영상 스트리밍 업체 등 유명한 기업들이 바로 떠오를 거예요. 이뿐만 아닙니다. 최근엔 이익을 창출하면서 환경보호도 하겠다는 기업도 생겼죠. 지현쌤은 ‘아트임팩트’를 예로 들며 여기서 페트병 9개로 만든 가방을 보여줬어요.

사회적 기업 ‘아트임팩트’에서 나온 가방을 소개하는 지현쌤. 이 가방은 버려진 페트병 9개로 만들어졌다. [소중TV 영상 캡처]

사회적 기업 ‘아트임팩트’에서 나온 가방을 소개하는 지현쌤. 이 가방은 버려진 페트병 9개로 만들어졌다. [소중TV 영상 캡처]

자본주의가 발달하며 현대 사회에서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날로 커지고 있죠. 기업의 발전이 국가 경제 규모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힘이 세졌습니다. 몇몇 기업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면서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발휘하기도 합니다. 중국의 통신장비 제조사인 화웨이가 그 대표적인 예죠. 화웨이 장비가 중국의 스파이 행위에 이용될 수 있다며 미국은 2014년 정부기관 등에서 화웨이 제품을 금지했어요. 이후 화웨이는 기업을 넘어 국가 간 갈등에 영향을 미치며 미·중 무역 전쟁에서 빠지지 않는 이름이 됐죠.

세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 기업이 단순히 이익만 추구하고 있을 수는 없겠죠. 기본적으로 기업은 물건이나 서비스를 생산하고 제공하며, 사람들을 고용해 급여를 주고, 주주에겐 이익을 배당했는데요. 시간이 흐르며 기업의 역할은 더 다양해졌어요.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며 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무 환경을 개선하고, 각종 연구 개발에 힘쓰며, 기업이 위치한 지역의 환경 개선에 눈을 돌리기도 했죠. 더 나아가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봉사활동이나 기부도 늘어났습니다.

CSR 전문가로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쉽고 재미있게 알려주려고 동영상을 제작한 지현·종일·진희쌤(왼쪽부터). [신지현]

CSR 전문가로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쉽고 재미있게 알려주려고 동영상을 제작한 지현·종일·진희쌤(왼쪽부터). [신지현]

기업 역시 사회 시스템 안에서 다른 구성원과 상호작용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생겼기 때문이에요. 기업을 사회적 일원이라 해서 기업 시민이라고도 하죠. 그러면서 기업의 목적 역시 조금 달라졌습니다. 미국의 200대 대기업 최고경영자로 구성된 협의체이자 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이익단체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이라는 게 있어요. 2019년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은 기업의 목적을 바꾸었죠. 1977년 ‘기업은 주주에게 봉사하는 것’이라고 했던 것에서 ‘주주를 포함한 모든 이해관계자, 즉 정부·시민단체·지역사회까지 모두를 기업의 봉사 대상으로 삼아 가치 창출을 하겠다’고 얘기한 거예요. 이 회의에 참여한 181개 기업의 한 해 매출을 다 합치면 우리나라 1년 예산의 18배에 달하는 수익을 올리는 터라 그 파장이 컸죠.

이는 기업이 사회·정치까지 활동 영역을 넓혀가는 동시에 책임 또한 커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지현쌤은 “요즘 코로나19, 기후변화에 따른 위기 등을 겪으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고 얘기했죠. 이어 진희쌤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행하는 유형과 방법을 설명했습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영어로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이라고 해요. 여기엔 자선 사업이나 봉사활동, 소셜 마케팅, 공익사업 운영이 포함됩니다.

자선 사업은 이해하기 쉬워요. 기업이 번 돈이나 직접 만드는 물건·서비스를 제공하는 거죠. 예를 들어 코로나19 사태에 LG전자는 자사 제품에 들어가는 특허 기술 노하우가 담긴 전자식 마스크를 기부했죠. 봉사활동 역시 기업 임직원이 나서 연탄 배달을 하거나, 무료 교육을 펼치는 걸 떠올리면 간단합니다. 소셜 마케팅은 선한 행동 변화를 이끄는 활동이에요. 앞서 말했던 유한킴벌리의 ‘우리 강산 푸르게 푸르게’ 같은 캠페인처럼요. 공익사업은 기업 혼자만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사회문제에 정부와 협업하는 겁니다.

사회문제는 세계적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정말 많이 발생하고 있어요. 그중에서 전 세계가 공통으로 해결하자는 목표를 추렸습니다. 이를 지속가능발전목표(UN SDGs·Sustainable Development Goals)라고 해요. 빈곤 퇴치, 기아 종식 등 2030년까지 달성하자고 유엔이 정한 17개 목표입니다. SDGs를 살펴본 공연초 6학년 학생들은 17개 중 ‘물과 위생’(26명) ‘기후변화 대응’(24명)을 비롯해 해양과 육상을 합쳐 생태계 보전(22명) 등에 큰 관심을 보였죠.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쓰레기는 쓰레기통에 버리기, 길가 쓰레기 줍기, 분리수거 잘하기 등 노력한다”“지구를 위한 일을 많이 한다”“물을 많이 쓰지 말고 세제·샴푸 등도 적게 쓴다”“플라스틱 사용을 줄인다” 등의 의견을 냈죠.

SDGs에 관해 종일쌤은 “식음료 제조사인 네슬레는 아프리카 농민 50만 명에게 일자리를 주고, 영양가 높은 음식을 만들어 제공했죠. 화장품을 만드는 아모레퍼시픽은 저소득 한부모 여성 가장의 창업을 돕고, 여성 암환자에게 회복 자신감을 심어줬고요. 이런 활동은 기업 혼자만 하는 게 아니라 국제기구·정부·시민단체 등과의 협업이 필수죠. 기업이 기술을 제공하고, 정부가 규칙을 다듬고, 시민단체가 문제 현장에 달려가는 등 서로의 역할을 나눕니다”라고 설명했어요.

왜 기업이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고 문제 해결에 참여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생각을 나눴죠. 김서연 학생은 “기업과 사회가 연결되었기 때문”, 유하람 학생은 “기업은 사회를 통해 이윤을 얻었기 때문에 공동체 의식으로 당연히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고 해결에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죠. “주도할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 박준형 학생, “사회를 좋게 하기 위해서는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참여를 촉구한 김하진 학생도 있고요.

황여진 학생은 ‘여러 사회문제 중 기후문제를 해결하는 기업을 만들고 싶다’며 환경보호 프로젝트 포스터를 만들었다.

황여진 학생은 ‘여러 사회문제 중 기후문제를 해결하는 기업을 만들고 싶다’며 환경보호 프로젝트 포스터를 만들었다.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기업이 CSR을 할 때 고려할 점이 있습니다. 사회에 공헌하는 거니 무조건 다 좋은 활동일까요. 그렇지 않겠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실행할 때는 먼저 대상자 중심인지 살피고, 둘째로 성과를 측정하며, 셋째로 오래 계속할 수 있는지 지속성을 고려해야 해요. 또 활동하기 전에 기업이 어느 정도의 자원을 사용할 수 있는지, 활동 예상 기간과 범위도 결정해야 하죠. 지현쌤은 “좋은 의도가 항상 좋은 결과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에요”라고 강조했습니다.

더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CSR을 열심히 하는 기업을 흔히 가치 있는 기업이라고 말하죠. 이와 같은 기업에 우리가 직접 영향을 미칠 수도 있습니다. 종일쌤은 “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걸쳐 태어난 Z세대의 경우 소비할 때 90%가 사회적으로 도움이 되는 제품을 구매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76%는 사회에 해를 끼친다고 판단되는 기업 제품은 구매하지 않는다”고 덧붙였죠. 가치 있는 기업의 이익이 늘어나면 기업도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데 신경을 더 쓰겠죠. 신수헌·안진경 등 여러 학생들도 “그 기업의 물건·서비스를 애용할 것”“스스로 현명한 소비를 하겠다”고 말했어요.

서울 공연초 학생들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 영상을 본 뒤 만든 다양한 사회적 기업 포스터. 이 영상은 소년중앙 유튜브 채널 소중TV로도 볼 수 있다.

서울 공연초 학생들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 영상을 본 뒤 만든 다양한 사회적 기업 포스터. 이 영상은 소년중앙 유튜브 채널 소중TV로도 볼 수 있다.

CSR을 잘하는 기업을 선택하는 현명한 소비 외에 여러분이 직접 사회문제 해결에 나설 수도 있습니다. 현재 17세 학생이자 유명한 환경운동가인 그레타 툰베리가 그 예죠. 툰베리는 8세부터 환경문제에 관심을 갖고, 15세 때부터 본격적으로 기후변화 대책 마련 운동에 나섰어요. 또래 청소년들이 보다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학교를 찾아가 연설하기도 했고, 유엔 정상회의에도 섰죠. 2019년엔 타임의 ‘올해의 인물’로 선정됐습니다.

온라인으로 수업을 진행한 5명의 선생님은 “사회적 약자와 배려, 그리고 CSR의 개념에 대해 실제 기업 관계자분들의 설명을 들으면서 학생들은 그것이 현재 직접 이루어지고 있고 의미 있는 개념이라는 것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또 사회와 학교가 떨어진 것이 아니라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도 깨달을 수 있는 수업이라 평했죠. 학생들은 ‘내가 CEO가 된다면 어떨까’ 고민하고 전문가가 하는 일, 그 일을 선택하게 된 과정, 그것이 사회에 미치는 선한 영향 등에 대해 들으며 진로도 생각해 볼 수 있었고요.

내가 기업의 사장(CEO)이라면 어떤 회사를 만들고 싶은가요. 또 어떤 사회적 책임을 하고 싶은가요.

내가 기업의 사장(CEO)이라면 어떤 회사를 만들고 싶은가요. 또 어떤 사회적 책임을 하고 싶은가요.

지금도 시시각각 진행 중인 기후변화는 여러분의 미래에도 큰 영향을 미칠 사회문제죠. 진희쌤은 “사회적으로 무엇이 이로운 활동이고, 책임 있는 활동인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며 “그중에서 본인이 당장 실행 가능한 것들을 적어보면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죠. 고수진 학생은 “나 같이 평범한 사람도 그레타 툰베리처럼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응원(?)을 받았다”고 소감을 밝혔는데요. 공연초 선생님들은 “함께하는 우리 사회를 위해 나의 위치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탐구하고 실천하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라고 말했죠. 지현·종일·진희쌤은 “내가 무엇에 관심이 있고, 무엇부터 할 수 있을까 고민해 보고 주체적으로 행동에 나설 수 있다면 앞으로 멋진 시민, 나아가 기업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응원했습니다.
글=김현정 기자 hyeon7@joongang.co.kr, 자료=박재준 공연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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