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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요원 없는 레벨4 ‘진짜’ 자율차, 내달부터 달린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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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8호 12면

독일의 아우디가 개발 중인 완전 무인(無人) 자율주행차. 운전대와 페달이 없다. [뉴스1]

독일의 아우디가 개발 중인 완전 무인(無人) 자율주행차. 운전대와 페달이 없다. [뉴스1]

지난 8일(이하 현지시간) 구글 모기업 알파벳 산하의 자율주행차 개발 업체 웨이모는 세계 최초로 운전석에 안전요원이 타지 않은 ‘완전’ 무인(無人) 자율주행차 운행을 곧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르면 이달 중, 늦어도 11월부터다.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교외에서 약 300대의 호출 택시로 운영할 계획이다. 원격 운전 모니터링 시스템을 갖춰 운전석에 안전요원이 없어도 사고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아직 시범 서비스에 해당하지만 일반 소비자 대상 완전 자율주행차 시대의 리허설이라는 점에서 세간의 관심이 집중됐다.

언택트 시대 기술 경쟁 가속 #구글 웨이모 택시 11월 시범 운행 #크루즈·포드 등 미국 기업들 주도 #중국도 12조원 투입, 인프라 확충 #세계 시장 2035년 1335조원 전망 #현대차는 2023년께 상용화 계획 #부품·AI 관련 기술 개선 선결 과제

미국 최대 자동차 기업 제너럴모터스(GM)의 자율주행 부문 자회사 크루즈도 캘리포니아주 차량국(DMV)으로부터 무인 자율주행 시험 운행 허가를 받았다고 15일 발표했다. 크루즈는 그간 안전요원을 태운 자율주행차 180대를 시험 운행한 바 있지만 이번 승인으로 그중 5대는 무인으로 운행하게 됐다. 연내 투입할 예정이다. 크루즈의 댄 암만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주요 도시 거리에서 실제 활용하는 첫 무인 자율주행차가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웨이모 등 경쟁사처럼 인구 밀도가 낮은 교외나 실리콘밸리 내에서만 운행하는 것과 달리, 대도시인 샌프란시스코 전역에서 운행이 가능한 첫 승인을 받았다는 설명이다.

소비자 대상 완전 자율주행차 시대 리허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낳은 글로벌 언택트(untact·비대면) 열풍에 각국과 기업들이 무인 자율주행차 개발 경쟁에서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무인 택시 등으로 시장을 선점하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그만큼 유리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지금까지의 경쟁은 사람이 운전석에 타서 불완전한 인공지능(AI)의 자율주행 상황을 상시 또는 일시 지켜본 다음, 위기 때 개입하는 레벨 2~3 수준의 ‘부분’ 자율주행차 위주였다. 이젠 특정 지역에 한해 사람이 차를 제어할 필요가 없는 레벨 4, 어느 지역에서든 운전석에 아예 사람이 필요 없는 레벨 5 수준의 완전 자율주행차 시대를 더 빨리 열려는 본격 경쟁에 돌입했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현재 자율주행차 분야에서 가장 앞선 것으로 평가되는 미국이 이 같은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지난 3월 시장 조사 업체 가이드하우스인사이트가 매긴 세계 자율주행기술 종합 순위에서 나란히 1~3위에 오른 웨이모·포드·크루즈가 대표적이다. 21일 미 CNBC 방송에 따르면 이 가운데 포드는 레벨 4의 완전 자율주행 서비스를 2022년 상용화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고해상도 카메라와 레이더 센서, 레이저를 사용해 주변 지역을 지도로 구현하는 기술 등을 접목한 100대의 자율주행차를 이달부터 시험 운행하기로 했다.

중국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자율주행기술에서 웨이모·포드·크루즈를 바짝 뒤쫓는 것으로 평가되는 정보통신기술(ICT) 기업 바이두는 12일 베이징에서 자율주행하는 호출 택시 ‘아폴로 고(Apollo Go)’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바이두는 4월부터 후난성 창사를 시작으로 광저우·충칭·창처우에서도 이 택시 운행에 나선 바 있지만 인구 밀도가 가장 높은 베이징을 운행 지역으로 추가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미국처럼 무인 자율주행차에 도전하지는 않았다. 이들 택시는 운전석에 안전요원을 태우고 운행하고 있다. 그러나 리옌훙 바이두 CEO가 9월 공식 콘퍼런스에서 무인 자율주행 택시 시스템을 공개한 점을 고려하면 바이두의 무인 자율주행차 도입도 머지않은 것으로 관련 업계는 보고 있다. 중국 정부의 대대적 지원도 무시 못 할 요소다. 중국 정부는 2030년까지 자율주행차 분야에서 세계 1위에 오른다는 국가적 목표를 세우고 인프라 확충에 나섰다. 최근 약 12조원을 투입해 161㎞짜리 스마트 고속도로 건설에 나선 게 대표적이다.

일본과 유럽 역시 적극적이다. 일본 도요타는 지난 2월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개발로 명성을 얻은 중국 업체 포니닷에이아이(Pony.ai)에 4억6200만 달러(약 5230억원)를 투자, 2024년까지 공동으로 완전 자율주행차를 내놓기로 했다. 8월엔 ICT 공룡 아마존과도 손잡았다. 세계 클라우드 시장을 장악한 아마존웹서비스(AWS)와 제휴해 자율주행차 등의 개발에 활용할 주행 정보 플랫폼을 구축하기로 했다. 독일은 2030년까지 완전 자율주행차의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폴크스바겐과 메르세데스-벤츠 같은 세계적인 자동차 기업들의 노하우를 극대화할 방침이다.

한국의 경우 지난해 10월 정부가 미래차 산업 발전 전략을 발표하면서 자율주행차에 대한 기존보다 구체적인 로드맵을 내놨다. 내년에 레벨 3, 2022년 레벨 4 수준의 자율주행기술에 도달해 시험 운행한 다음 2024년 상용화한다는 목표다. 다른 나라들처럼 인프라 뒷받침에도 나섰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월 세계 최초로 레벨 3 안전 기준 도입 방침을 발표하고 이를 7월 도입했다. 이로써 레벨 3 자율주행차의 국내 출시와 판매가 가능해졌다. 안전 기준에 따르면 레벨 3 차량은 운전자 탑승이 확인된 후에만 작동할 수 있으며, 자율주행을 하다가 운전자의 운전으로 전환이 필요한 경우 차내 경고 시스템이 작동한다.

국토부는 내년 정부 예산안에 160억원을 반영해 전국 4개 권역의 일반 국도 1만4000㎞ 구간을 아우르는 자율주행차용 정밀 도로 지도도 제작하기로 했다. 국내 자율주행차 개발의 선봉장인 현대자동차그룹은 20억 달러(약 2조2600억원)를 들여 미국 소프트웨어 업체 앱티브(Aptiv)와 합작 설립한 모셔널을 통해 사업 보폭을 넓히고 있다. 2023년 레벨 4 수준의 자율주행차를 상용화한다는 계획이다.

센서 인식력, 미국·독일 대비 30%대 수준

회계법인 삼정KPMG는 국내외에서의 이 같은 흐름에 힘입어 세계 자율주행차 시장 규모가 올해 8조5000억원가량에서 2035년 1334조원으로, 국내 시장은 같은 기간 1509억원에서 26조1794억원으로 각각 급격히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 조사 업체 가트너는 2023년 전 세계에 자율주행차가 74만5705대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2018년(13만7129대)의 5.4배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자율주행차 시장 경쟁력을 키우려면 선결 과제가 분명하다고 분석한다. 김용원 한국자동차산업연합회 안전환경본부장은 “한국은 현재 레벨 2~3 수준의 자율주행기술을 보유해 선진국에 뒤처지지 않았지만 문제는 부품과 AI 관련 기술”이라며 “예컨대 달리는 자율주행차의 AI가 감속이나 방향 전환 등의 의사결정을 하는 기준을 제시하는 차량 센서의 인식력은 미국과 독일 대비 최저 30%대 수준에 불과하고, 카메라 인식력도 떨어져 보완·육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플라잉카’ 개발 가속도 … 우버, 2023년 상용화 목표

우버 플라잉카.

우버 플라잉카.

가까운 미래를 장식할 교통수단의 새로운 패러다임은 땅에서 달리는 자율주행차뿐만이 아니다. 각국과 기업들은 하늘 길을 열기 위해 ‘플라잉카(flying car)’ 개발에도 도전하고 있다. 하늘을 나는 차가 상용화되면 이동시간 단축, 교통체증 감소 등 획기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모건스탠리는 세계 플라잉카 시장 규모가 2030년 3220억 달러, 2040년 1조5000억 달러(약 1700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의 우버는 2023년 플라잉카의 첫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용자가 스마트폰으로 호출하면 하늘에서 날아오는 자율주행 택시로, 승객 네 명을 태우고 시속 241㎞ 수준으로 비행하는 ‘헬리콥터+비행기’ 형태를 구상 중이다. 1차로 로스앤젤레스에서 댈러스까지 운행할 계획이다. 보잉도 자율주행으로 작동하는 길이 9m, 폭 8.5m의 플라잉카 시제품을 만들어 지난해 수직 이륙한 후 1분간 비행하고 착륙하는 데 성공했다.

유럽과 아시아도 들썩이고 있다. 유럽에선 에어버스와 아우디, 포르쉐 등이 플라잉카를 개발 중이다. 일본 업체 스카이드라이브는 도요타와 손잡고 만든 ‘SD-03’이라는 플라잉카의 시범 운행 장면을 지난 8월 공개했다. 다만 이 제품은 자율주행이 아닌 유인(有人) 플라잉카로 사람이 직접 조종한다. 2023년까지 두 명을 태울 수 있는 택시로 상용화한다는 계획이다.

한국은 현대차그룹이 지난해 9월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사업부를 신설하면서 ‘2028년까지 개인비행체(PAV)를 상용화하고, 나아가 전체 사업 비중의 30%가량을 UAM으로 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올 초 미국에서 열린 ‘소비자가전전시회(CES) 2020’에선 이를 위한 미래형 모빌리티 서비스 구상도를 발표하기도 했다. 지난 14일 취임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영상 메시지에서 “UAM 등으로 상상 속의 미래 모습을 더 빠르게 현실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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