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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 성추행 뒤 숨진 태한이 보고도 "레슬링"이라 한 부모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중학교 기숙사에서 집단 성추행을 당했다고 신고한 뒤 보름 만에 스트레스성 급성췌장염으로 숨진 고(故) 김태한 군. 김 군의 사망 이후 열린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에서 가해자로 지목된 학생들의 부모는 “주짓수, 레슬링 놀이를 하는 과정에서 엎치락뒤치락한 것”, “우리 아이도 피해를 봤다”고 진술했습니다.

[이슈언박싱]

중앙일보는 23일 태한이 사건 관련 학폭위 회의록, 태한 군의 생전 해바라기센터 상담 속기록 등을 입수했습니다. 최근 유족 측이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상황에서 상대방인 가해 학생 측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습니다. 이슈언박싱팀은 유족 측과 협의해 태한 군의 실명을 사용합니다.

사건 개요는 이렇습니다. 중학교 1학년 태한 군은 지난 6월 7일 전남 영광의 한 기숙학교에 처음 등교했습니다. 태한 군의 생전 진술과 유족 측에 따르면 기숙사 같은 방을 쓰고 있던 학생들의 성추행은 같은 달 10일부터 시작됐습니다. 가해 학생들은 태한 군에게 신체적인 접촉을 하고, 성행위와 관련한 질문을 던졌다고 합니다. 유사성행위에 동참할 것을 강요하기도 했습니다.

태한 군은 19일 학교에 이 같은 사실을 신고했습니다. 가해 학생 4명과 분리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태한 군 부모가 항의하자 학교는 26일 사안협의회를 열어 다시 논의합니다. 그 결과 가해자로 지목한 4명 중 3명에 대해서만 교외 특별교육 조치를 내렸습니다. 더불어민주당 김철민 의원이 전남교육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학교 측은 협의회를 열면서 추가 피해 사실을 기재한 e-메일을 받고도 이를 협의회 논의에서 누락했습니다.

태한 군은 가해자로 지목한 학생 중 한 명이 학교에 계속 등교한다는 사실을 같은 달 29일 알게 됐는데요. 당초 이들과 학교에서 다시 마주치거나 보복을 당할까 봐 걱정하고 있던 태한 군은 다음날 병원에서 급성췌장염 진단을 받습니다. 의사가 스트레스로 인한 병이라고 진단한 사흘 뒤 태한 군은 사망했습니다.

유족 측은 “태한 군이 학교에 신고한 이후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잠도 거의 못 잤다”며 “집단 추행이 스트레스성 췌장염으로 이어졌다”고 호소합니다. 그러나 태한 군 사망 이후 학폭위 회의에 참여한 가해 학생 부모들은 “쌍방이었다”, “아이들의 장난”이라는 답변을 내놓습니다. 학폭위 결과는 이렇습니다. 1명 전학, 3명 징계 유보.

태한 군을 성추행하고 폭행한 혐의를 받은 3명의 학생은 성추행과 폭행 혐의로 가정법원 소년재판부로 넘겨졌습니다. 유족은 최근 학교와 가해 학생들을 상대로 소송을 내고 급성췌장염과 집단 성추행의 인과관계를 입증하겠다는 입장입니다. 가해 학생에겐 어떤 처벌이 내려질까요. 그리고 학교는 왜 3명의 징계를 유보했을까요. 자세한 내용은 영상에서 확인하세요.

정진호·박사라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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