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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청 "13명 사인 심혈관·뇌혈관 등…독감백신 연관성 없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2일 오전 서울 한국건강관리협회 건강증진의원 서울동부지부에서 한 시민이 독감 예방 접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2일 오전 서울 한국건강관리협회 건강증진의원 서울동부지부에서 한 시민이 독감 예방 접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질병관리청(질병청)이 인플루엔자(독감) 예방접종 후 사망 사례 26건에 대해 사망과 독감 백신 간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다고 23일 밝혔다.
질병청은 “예방접종 피해조사반 회의에서 사망 신고사례 26건을 심의한 결과, 백신 접종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확인되지 않았다”며 “예방접종을 중단할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질병청은 최근 사망 신고가 잇따르자 이날 예방접종 피해조사반 회의와 예방접종 전문위원회를 열고 독감 접종과 사망 관련성, 국가 백신접종 중단 필요성 등을 논의했다.

23일 오후 1시 기준으로 독감 백신 접종 후 사망 신고된 인원은 36명이다. 예방접종 피해조사반은 36명 중 22일까지 보고된 26명에 대해 역학조사 및 사인(死因)을 밝히기 위한 부검 결과를 검토했다.
인플루엔자 예방접종 후 중증 이상반응은 24시간 내에 급성으로 증상이 나타나는 아나필락시스가 대표적으로, 피해조사반은 사망 사례의 백신 접종과 아나필락시스 간 직접적인 인과성을 파악하고, 다른 기저질환(지병)에 의한 사망 가능성을 함께 살펴봤다. 이를 종합적으로 판단할 때 “26건 사례 모두 사망과 예방접종과의 직접적인 인과성은 매우 낮은 것으로 피해조사반이 판단했다”고 질병청은 전했다.

아나필락시스는 특정 식품, 약물 등의 원인 물질에 노출 후 수분, 수 시간 이내에 호흡곤란, 혈압 저하 등이 일어나는 중증 알레르기 반응이다.

26건 가운데 20건의 중간 부검 결과에 따르면, 13건은 사인이 심혈관질환(8명), 뇌혈관질환(2명), 기타(3명)로 확인됐다. 7건은 추가 검사 진행 중이다. 유가족의 요청으로 부검을 하지 않은 6건 중 4건은 질병사(3명)와 질식사(1명)로 나타났다.

독감백신 접종후 사망신고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23일 오후 김포시 뉴고려병원에서 의료진이 접종할 백신을 점검하고 있다. 뉴스1

독감백신 접종후 사망신고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23일 오후 김포시 뉴고려병원에서 의료진이 접종할 백신을 점검하고 있다. 뉴스1

피해조사반은 또 백신 동일 제조번호에서 사망자가 2명씩 4건, 총 8명이 나온 것과 관련해서도 예방접종과의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백신 재검정 또는 봉인(사용중지)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앞서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22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만약 같은 제조번호에서 추가 사망자가 나오면 어떻게 되느냐”고 묻자 “해당 제조단위는 봉인조치하고, 접종을 중단하면서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재검정을 요청할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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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후 같은 제조번호에서 추가 사망자가 나왔고, 정 청장 말대로 접종 중단 여부에 관심이 모아졌지만 2명의 사망건이 독감 접종과 인과관계가 없다고 본 것이다.
전병율 차의학전문대학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같은 제조번호 백신이 15만 개 정도 생산된다”며 “이 백신이 전국으로 배송돼 접종이 이뤄지며 우연의 일치로 사망자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동일 제조번호에서 사망자 2명이 나왔더라도 기저질환 관련된 사인이 확인됐다면 독감 접종과 무관하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질병청은 동일 제조번호 사망자 8명의 사인을 구체적으로 공개하진 않았다.

질병청은 “현재 코로나19가 유행하는 상황에서 독감까지 동시유행하는 위험성을 낮추기 위해 인플루엔자 예방접종 사업을 지속하도록 피해조사반이 권고했다”며 “24일 예방접종 전문위원회를 열어 국가예방접종 향후 접종 계획을 추가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 19일부터 시작된 만 70세 이상 어르신 대상 무료 접종은 계속 진행될 전망이다. 다만 예방접종 중단 또는 보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질병청 관계자는 “접종 지속 권고는 피해조사반의 의견이고, 예방접종 전문위원회에서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며 “정부는 백신과 사망 간 연관성이 확인되지 않은 만큼 접종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이지만, 24일 전문위원회 회의 결과에 따라 최종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한 병원에 독감 예방접종 일시중단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뉴스1

서울의 한 병원에 독감 예방접종 일시중단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뉴스1

일단 24일 오후까지는 독감 접종이 진행되지만, 실제 병의원에서는 접종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 대한의사협회가 23~29일 일주일간 독감 예방접종을 잠정적으로 유보하라고 회원사에 권고하면서 일부 의료기관에선 이날부터 접종을 중단했다.

질병청에 따르면 독감 백신 접종 후 신고된 사망자는 23일 오후 1시 기준 36명으로, 22일 25명에서 11명 늘었다.
70대 17명, 80대 이상 12명, 40~50대 2명, 40대 미만 2명, 60대 1명, 연령 미상 2명 등이다. 지역별로는 서울·경남 각 5명, 전남·경북 각 4명, 대구 3명 등이다.

독감 백신 접종 후 22일까지 신고된 이상반응은 총 789건으로, 유료 접종자가 204건, 무료접종자가 542건이다. 증상별로는 국소 반응 147건, 알레르기 179건, 발열 155건, 기타 283건이었다.

백민정·이태윤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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