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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도려내도 8년째 썩어"…조국 '비밀의 숲' 인용한 까닭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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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23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자신의 '감찰 무마 의혹'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23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자신의 '감찰 무마 의혹'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23일 윤석열 검찰총장의 '추미애 법무부 장관 수사지휘권 위법 주장'에 대해 "제가 몇 마디 하는 것은 예의에 어긋난다고 본다"고 답을 피했다. '감찰 무마 의혹' 재판에 출석하면서다.

이날 오전 9시 37분 서울중앙지법에 도착한 조 전 장관은 "오늘은 두 동료 비서관의 피고인신문이 있는 날"이라며 즉답을 피하고 "감사하다"는 말을 남기고 재판정에 들어섰다.

앞서 22일 대검찰청에 대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윤 총장은 추 장관의 지난 19일 라임 사태 및 장모·아내 사건 수사지휘권 발동에 위법 소지가 있다고 지적하며 "법리적으로 보면 검찰총장은 법무장관의 부하가 아니다"고 말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조국, 재판 출석 1시간 전 '페북' 글 올려

조 전 장관은 재판 출석 1시간 17분 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같은 글을 올렸다. [조 전 장관 페이스북 캡처]

조 전 장관은 재판 출석 1시간 17분 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같은 글을 올렸다. [조 전 장관 페이스북 캡처]

조 전 장관은 재판 출석에 1시간여 전인 오전 8시 20분쯤 자신의 페이스북에 "'비밀의 숲' 대화 일부, 공수처의 필요성" 이라며 드라마의 한 장면을 가져와 올렸다. 이 그림엔 아래와 같은 글이 담겨있다.

"썩은 덴 도려낼 수 있죠. 그렇지만 아무리 도려내도 그 자리가 또다시 썩어가는 걸 전 8년을 매일같이 묵도해왔습니다. 대한민국 어디에도 왼손에 쥔 칼로 제 오른팔을 자를 집단은 없으니까요. 기대하던 사람들만 다치죠"

법원, 백원우·박형철 증인 신문 진행

한편 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김미리)는 23일 '감찰 무마 의혹'을 받는 조 전 장관의 공판을 열고 함께 기소된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과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에 대한 증인 신문을 진행한다.

조 전 장관은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 재직 시절,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의 비위를 확인하고도 이에 대한 감찰을 부당하게 중단시킨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로 기소됐다. 그는 앞선 재판에서 "감찰을 부당하게 중단시킨 바 없다"며 관련 혐의를 전면 부인해왔다.

백 전 비서관과 박 전 비서관은 조국 전 장관의 공범으로 재판에 넘겨져 조 전 장관의 사건과 병합됐다. 검찰은 백 전 비서관이 유 전 부시장의 비위 사실을 금융위원회에 공개하지 않는 식으로 가담했고, 박 전 비서관도 이들의 지시를 받아들여 감찰을 방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유 전 부시장에 대한 증인신문은 조 전 장관 측이 유 전 부시장의 진술 조서를 증거로 사용하는 데 동의하면서 취소됐다.

이 밖에도 조 전 장관은 자녀의 입시 비리 관여 혐의로도 기소됐지만, 재판부는 감찰 무마 의혹에 대한 심리를 먼저 진행하고 있다.

고석현·이가영 기자 ko.suk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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