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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의 난' 한국테크놀로지, 상호 분쟁에 갑질 논란까지 겹쳤다

중앙일보

입력

조현식 한국테크놀리지그룹 부회장(왼쪽), 조현범 한국테크놀리지그룹 사장.연합뉴스

조현식 한국테크놀리지그룹 부회장(왼쪽), 조현범 한국테크놀리지그룹 사장.연합뉴스

형제간 경영권 다툼 중인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이 갑질 논란과 상호 분쟁까지 악재가 겹쳤다. 또 조만간 조현범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사장의 횡령 혐의 선고까지 예정돼 있어 4중고에 휩싸였다.

"납품단가 10년 동결" 논란 

22일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에선 지성한 한성실업(한성인텍) 회장이 증인으로 나와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의 자회사 한국아트라스BX가 부품 납품과 관련해 한성인텍에 갑질을 했다고 주장했다. 지 회장은 3년 전 한국아트라스BX에 배터리를 대량으로 납품하기로 하고 20억원을 들여 설비를 증설했지만, 주문은 소량에 그쳤다고 했다. 또 한성인텍이 납품한 산업용 배터리 사출물의 납품 단가를 10년간 동결했다고 주장했다. 40여년 간 자동차부품 제조업을 해온 한성인텍은 이로 인해 2018년 폐업에 이르렀고, 직원 45명도 일자리를 잃었다고 지 회장은 주장했다. 지 회장은 지상욱 국민의 힘 여의도연구원 원장의 아버지이자, 심은하씨 시아버지다.

이에 대해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배터리 사출물 단가는 재료비와 가공비로 나뉘는데, 재료비는 5차례 단가 인상이 있었고 가공비는 한성인텍에서 한번 인상을 요청해 1회 조정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또 "한성인텍의 설비 투자에 관여하지 않았고, 대량 주문을 약속한 적이 없다"고 했다.

이날 정무위는 조현범 사장을 국감 증언으로 채택했으나 나오지 않았다. 한국아트라스BX와 한성인텍 간 분쟁은 공정거래위원회 전원회의 심의를 앞두고 있다. 지 회장은 이날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증거는 충분하다. 공정위가 빨리 결론을 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주사 이름 바꿨다가 '낭패'  

이날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갑자기 "사명 변경을 검토하고 있다"며 "다음 주 상호 가등기를 할 예정"이라고도 밝혔다. 갑작스러운 사명 변경 검토는 지난 20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이 동명의 중소기업 한국테크놀로지가 한국테크놀로지그룹에 대해 "현재 사명을 계속 사용할 경우 하루당 일정액의 배상금을 지불하라"는 내용의 간접 강제신청을 인용(원고 승소)했기 때문이다.

타이어 제조업인 한국테크놀로지그룹과 샤오미 총판업을 하는 한국테크놀로지의 사명 분쟁은 지난해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옛 한국타이어그룹은 지난해 3월 지주회사인 한국타이어앤월드와이드의 법인 명을 한국테크놀로지그룹으로 바꿨다.

이에 2012년부터 '한국테크놀로지' 이름을 써온 중소기업 한국테크놀로지는 지난해 11월 상호 사용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법원은 지난 5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냈다. 단, 가처분신청을 인용했지만 "간판·광고·인쇄물·명함·보고서 로고 사용 금지"로 제한했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 관계자는 상호 가등기 신청에 대해 "여러 대응 방안 중 하나"라며 "법적 다툼은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 "실제로 명함 등에 한국테크놀로지 상호를 쓰지 않았다"며 "법원의 하루당 배상금 인용은 '어길 경우 단가 산정'이지 실제 벌어진 상황이 아니다"고 했다.

당시 한국타이어그룹은 타이어 제조업을 넘어 모빌리티(이동성) 테크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뜻을 담아 사명 변경에 나섰다. 재계에 따르면 조현범 사장의 의중이 강하게 반영됐다. 그러나 지주회사의 이름을 바꾼 지 2년도 되지 않아 사명을 다시 바꿔야 할 처지에 놓였다.

형제간 갈등에 '횡령' 선고까지 첩첩산중   

한국타이어 가(家)는 경영권을 놓고 형제간 갈등을 빚는 중이다. 발단은 지난 6월 조현범 사장이 아버지 조양래 회장의 지분 23.59%를 모두 승계하며 시작됐다. 지분 승계로 경영권이 조 사장으로 넘어간 듯했지만, 지난 7월 장녀 조희경 이사장이 서울가정법원에 조 회장에 대한 한정후견 개시 심판을 청구하며 갈등이 본격화했다. 아버지의 결정에 대해 "자발적 의사 결정이 가능한지 판단이 필요하다"는 게 청구 이유다.

경영권 갈등은 차남 조 사장에 대항해 연합전선을 구축한 장남인 조현식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부회장과 조희경 이사장 간 대결 구도다. 지난 5일 조현식 부회장은 서울가정법원에 아버지 조양래 회장에 대한 성년후견신청과 관련해 참가인 자격으로 의견서를 냈다. 단, 지분 10.82%를 소유한 차녀 조희원 씨는 의견을 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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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엔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를 받는 조현식 한국테크놀리지그룹 부회장의 항고심 마지막 공판이 열린다. 앞서 같은 혐의를 받는 조현범 사장의 공판은 모두 끝나고, 선고만 남겨두고 있다. 조현범 사장은 횡령 혐의로 지난 4월 1심에서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재계는 재판 결과에 따라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의 경영권 승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관측했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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