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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는 지금 신생대 4기 홀로세? “1950년 이미 인류세 시작”

중앙일보

입력

우주에서 바라본 지구의 모습. 미 항공우주국(NASA) 인공위성이 촬영했다. AFP=연합뉴스

우주에서 바라본 지구의 모습. 미 항공우주국(NASA) 인공위성이 촬영했다. AFP=연합뉴스

46억년의 지구 역사에서 지금은 신생대 제4기의 마지막인 홀로세(Holocene, 충적세)에 해당한다.
1만1700년 전에 시작돼 지금에 이르는 홀로세 동안 지구 생태계는 많은 변화를 겪었지만, 1950년까지의 변화는 1950년 이후의 변화에 비할 바가 못 된다.

미 연구팀 다양한 수치 자료 제시 #1만여년 장구한 홀로세 기간보다 #1950년 이후 에너지 사용 더 많아

지난 70년 동안 지구 생태계가 겪은 엄청난 변화는 인류 때문이다.
그래서 1950년 이후를 인류세(人類世, Anthropocene)라는 새로운 지질시대로 구분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최근 미국 콜로라도대학 연구팀은 '네이처 지구 환경 커뮤니케이션스'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인류가 새로운 지질시대인 인류세를 열었다는 구체적인 데이터 제시했다.
특히, 연구팀은 16가지 항목별로 과거와 현재를 비교하는 수치들을 열거했다.

13쪽짜리 단일 논문에서 이처럼 다양한 데이터를 열거한 것은 이례적이다.

16가지 항목별로 변화 분석 

독일 겔젠키르첸의 석탄발전소 굴뚝이 수증기와 온실가스를 내뿜고 있다. AP=연합뉴스

독일 겔젠키르첸의 석탄발전소 굴뚝이 수증기와 온실가스를 내뿜고 있다. AP=연합뉴스

▶식물이 활용할 수 있는 암모니아 등 반응성 질소의 대기 배출량은 1600년에서 1990년 사이 250% 증가했다. 미국에서는 반응성 질소 사용량이 1940년 토지 ㎡당 연간 0.22g이었는데, 41배인 9.04g으로 늘었다. 다량의 질소가 유출되면서 세계 연안에서는 산소 고갈로 생물이 사라진 데드존(Dead Zone)이 나타나고 있다.

▶댐·저수지 건설로 전 세계 길이 1000㎞ 이상의 강 가운데 23%만 중단 없이 바다로 흘러든다. 댐으로 인해 바다로 들어가는 퇴적물은 인간 문명 이전과 비교하면 18% 감소했다. 2017년에 등록된 5만8519개 대형 댐(높이 15m 이상) 가운데 1950년 이전에 건설된 것은 11.4%이고, 나머지는 1950년 이후에 건설됐다. 1950년 이후에 지어진 것들이 대형댐 총 저수량의 95.7%를 차지한다.

▶1904년 미국에는 도시 외부 포장 고속도로 길이는 225㎞였는데, 오늘날에는 430만㎞로 늘어났다. 여기에는 206억톤의 모래·자갈이 소비됐는데, 중국 만리장성을 짓는 데 들어간 석재 6억톤의 34배다. 전 세계 6400만㎞의 고속도로 건설에는 2000억톤이 모래·자갈이 들어갔다.

▶대규모 광산 개발도 지구환경을 변화시켰다. 전 세계에서 연간 740억톤의 석탄(관련 폐광석 포함)이 채굴된다. 미국의 경우 1950년 연간 9억톤의 석탄이 생산됐는데, 2010~2015년 사이 6년 동안에는 85억톤(연평균 14억톤)으로 늘었다.

▶대규모 영농은 토양 손실을 부채질한다. 현재의 경작지 토양 손실률은 자연 침식률의 30배 이상이다. 2001~2012년 남한 면적의 23배인 230만㎢의 숲이 사라졌고, 이 가운데 4%만 경작지로 전환됐지만, 전환된 경작지에서 발생한 토양침식은 숲이 사라진 곳 전체 침식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1950~1993년 DDT 260만톤 뿌려  

라오스 메콩강에 건설된 샤야부리댐. AFP=연합뉴스

라오스 메콩강에 건설된 샤야부리댐. AFP=연합뉴스

▶인류는 잔류성 유기 오염물질(POPs, 다이옥신·DDT·PCB 등)이나 인공 화학물질도 자연계에 대량 방출했다. DDT는 1939년에 살충 효과가 확인됐는데, 1950~1993년에 260만톤이 사용됐다. 전 세계 농약 사용량은 연간 400만톤으로 집계되고 있다. 대기 중 수은 농도는 산업화 이전보다 450%로 늘어났다.

▶전 세계 해안에는 방파제나 부두 시설, 제방 등이 수천 ㎞가 축조됐다. 이로 인해 가는모래 이동이 차단되면서 강 삼각주가 연간 수십~수백㎜ 속도로 가라앉고 있다. 전 세계 1000만㎢ 면적의 연안 습지 가운데 54~57%가 훼손됐다. 열대 연안의 맹그로브 숲은 새우 양식장과 양어장으로 대체됐고, 해안 침식은 심해졌다.

▶플라스틱 생산은 1950년대에 연간 200만톤이었는데, 현재는 3억5900만톤으로 늘었다. 이 가운데 매년 480만~1270만톤가량이 바다로 들어온다. 미세플라스틱은 북극 설원까지 바람에 날려가면서, 지구 전체에 없는 곳 없이 분포하고 있다. 미세플라스틱은 진정한 인류세의 상징물이 됐다.

▶인류가 매개·합성한 광물·유사화합물의 종류는 18만개가 넘는데, 대부분은 1950년 이후에 만들어졌다. 지구의 지질학적 과정에서 만들어진 광물 종은 5300종에 불과하다.

콘크리트 생산량 연간 270억톤

브라질 열대우림에 발생한 산불. EPA=연합뉴스

브라질 열대우림에 발생한 산불. EPA=연합뉴스

▶1950년까지 시멘트 생산량은 연간 1억3000만톤, 콘크리트 생산은 연간 10억톤 수준이었다. 현재는 매년 시멘트 40억톤, 콘크리트 270억톤을 생산한다. 시멘트 생산 과정에서는 탄산칼슘을 가열하는데, 탄산칼슘에서는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가 다량 배출된다.

▶인류는 1750년 연간 900만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했는데, 배출량은 1850년 2000만톤, 1950년 53억톤으로 늘어났다. 2017년에는 361억톤을 배출했다. 강력한 온실가스인 메탄(CH4)의 농도는 1950년 1162ppb(10억분의 1)에서 2017년 1850ppb로 상승했다.

▶인류와 가축·가금류의 생물량(biomass)은 탄소 기준으로 1억6500만톤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10만 년 전 야생 포유류·조류의 생물량 4000만톤의 4배가 넘는다. 오늘날 지구 상 포유류 생물량의 96%는 사람과 가축이, 조류의 70%는 가금류가 차지한다.

▶인간이 배출하는 이산화황 등 황 함유 가스는 자연적 순환의 2~3배를 초과한다. 이산화황의 연간 배출량은 1억톤 수준인데, 오염저감기술 덕분에 향후 배출량이 줄어들 전망이다. 수계에서 부영양화를 일으키는 인(燐) 배출량도 자연적 순환의 3배가 넘는다.

▶20세기 후반부터 외래종의 침입이 대폭 증가했다. 침입종은 인간이 생태계를 교란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신호다.

▶1945년 핵무기 실험이 시작된 이래 1952~1980년에 500여 차례 핵실험이 진행됐고, 대기로 방사능이 방출됐다. 인위적 방사성 핵종은 전 지구에서 검출되는 인류세의 징표다. 세슘137 약 300㎏, 스트론튬90 약 120㎏, 플루토늄239 2900㎏이 방출됐다. 플루토늄239의 경우 반감기가 2만4110년으로 길어 향후 10만 년 동안 탐지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크루첸 교수가 처음 제안한 지질시대

노르웨이 스발바드 인근 바다 얼음 위에 북극곰이 올라서 있다. AFP=연합뉴스

노르웨이 스발바드 인근 바다 얼음 위에 북극곰이 올라서 있다. AFP=연합뉴스

이와는 별도로 연구팀은 1950년 이전 홀로세 동안 인류가 사용한 에너지양은 14.6 제타줄(ZJ, 제타(zetta)는 10의 21승을 의미, 줄(joule)은 에너지 단위)이었는데, 1950년 이후 인류가 사용한 에너지는 이보다 더 많은 22 제타줄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1980년 이후 북극해에서는 매년 300 입방 ㎞(2750억톤)씩 바다 얼음이 사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남극·그린란드 등 육지 빙하도 연간 6650억톤(2012~2016년 평균)씩 사라지면서, 해수면은 연간 3.07㎜(1993~2015년 평균)씩 상승하고 있다.

연구팀은 "이 같은 데이터는 1950년경 지구 시스템이 실질적으로 기존 홀로세에서 떨어져 나왔음을 강력하게 뒷받침하는 것"이라며 "현재 인류세를 특징짓는 다양한 지질학적 기록도 수집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구 지질시대 구분과 인류세. 중앙포토

지구 지질시대 구분과 인류세. 중앙포토

한편, 인류세가 학계에서 정식 지질시대로 등록되려면 국제 층서위원회(International Commission on Stratigraphy)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인류세는 오존층 연구로 노벨화학상을 받은 네덜란드 출신의 폴 크루첸 교수가 지난 2000년 처음 제안한 용어다.

인류가 환경에 미친 영향으로 인해 새로운 지질시대가 이미 도래했고, 이는 기존의 지질시대와는 구별돼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크루첸 교수는 지난 2008년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석좌교수로 임명되기도 했다.

폴 크루젠 교수.

폴 크루젠 교수.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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