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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앱대리’ 3조 시장 잡아라…타다·우버·SKT도 ‘대리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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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SKT와 우버는 모빌리티 혁신을 위해 협업한다. 올해말까지 티맵모빌리티 주식회사를 분라해 세우고 합작번일 만들 계획이다. 국내 운전자 75%가 사용하는 ‘T맵’을 중심으로 모빌리티 혁신을 추진한다. [사진 SKT]

SKT와 우버는 모빌리티 혁신을 위해 협업한다. 올해말까지 티맵모빌리티 주식회사를 분라해 세우고 합작번일 만들 계획이다. 국내 운전자 75%가 사용하는 ‘T맵’을 중심으로 모빌리티 혁신을 추진한다. [사진 SKT]

대리운전 중개 시장이 모빌리티 업계 최대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타다 운영사인 쏘카·VCNC에 이어 우버·SK텔레콤 연합도 최근 대리운전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주요 모빌리티 플랫폼 사업자들이 속속 뛰어들면서 전화중개 위주이던 이 시장은 기술기반 플랫폼으로 무게 중심축이 확실히 이동하는 추세다. 이 시장에 먼저 진출한 카카오T대리(2016년 출시)와 신규 플랫폼들 간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이동 수요는 줄었다는데, 플랫폼들은 대리기사 중개 플랫폼에 왜 눈독을 들이는 걸까.

무슨 일이야?

· VCNC가 오는 28일부터 대리운전 중개 서비스 ‘타다 대리’를 시작한다. 지난 4월 타다 베이직 서비스 중단후 와신상담 끝에 내놓은  3가지 신규사업(중고차 판매·가맹택시) 중 하나다. 이미 대리기사 1000명을 확보했고 추가 모집 중이다.
· 중개 수수료는 15%. 카카오T대리(20%)나 업계 평균(22.7%)보다 낮은 수준이다. 최근 유치한 두둑한 신규투자금(600억원)으로 시장 장악에 나서는 모양새다.
· 우버·SK텔레콤 연합도 대리운전 중개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SK텔레콤은 올해 말 ‘모빌리티 사업단’을 분할해 세울 ‘티맵모빌리티 주식회사’(가칭)의 핵심사업에 대리운전을 넣었다. 이미 내부 테스크포스(TF)팀도 가동 중이다. 우버는 이 회사에 5000만 달러(566억원) 이상을 투자한다.

이게 왜 중요해?

국내 대리운전산업 현황.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국내 대리운전산업 현황.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 국토교통부 ‘대리운전 실태조사 및 정책연구’에 따르면 국내 대리운전 시장 규모는 올해 2조7672억원. 업체 수는 3058개, 운전자 수는 16만3500명이다.

· 기존 대리운전 시장은 운전자-대리운전업체-관제프로그램 업체로 구성돼 있다. 대리운전업체는 대리기사를 모집하고 콜센터를 운영한다. 관제프로그램 업체는 대리운전업체로부터 받은 콜을 대리기사에게 뿌려준다. 카카오모빌리티는 2016년 6월 대리운전업체와 관제프로그램업체를 합친 성격의 '카카오T대리' 서비스를 시작했다. 카카오T대리 플랫폼이 대리운전자와 이용자를 직접 연결한다.
· 3조원에 육박하는 큰 시장이지만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전환)은 더딘 편이다. 전체 대리기사 중 91.75%가 카카오T대리에 등록했지만, 아직은 전화호출을 찾는 이용자가 절대다수다. 업계는 ‘전화 대리’ 비중을 85~90%, ‘플랫폼 대리’ 비중을 10~15%로 추산한다.

왜 모빌리티회사가 대리를 해?

돈과 데이터를 상대적으로 쉽게 확보할 수 있다.
① 든든한 ‘캐시 카우(Cash Cow)’
· 카카오모빌리티가 지난해부터 가맹택시로 돈을 벌기 전까지 이 회사의 매출을 책임진 건 대리운전이었다. 대리운전자를 연결할 때마다 20%씩 수수료가 들어오는 구조를 짰다. 대리 외엔 별다른 유료서비스가 없던 2017년과 2018년 카카오모빌리티 매출은 각각 167억원, 536억원이었다.
·차두원 차두원모빌리티연구소장은 “정부가 요금을 규제하는 택시와 달리 대리운전은 자유롭게 가격을 정할 수 있어 수익 면에서 유리하다”고 말했다.

② 모빌리티 앱 이용자가 대리도 부른다
· 택시나 내비게이션 앱 이용자들 중 상당수가 대리기사를 호출할 가능성이 크다. 운전면허가 있고, 원거리 이동수요가 있는 소비자들이기 때문.
· 쏘카·VCNC가 타다 앱으로 확보한 이용자는 173만명. SK텔레콤·우버 연합의 내비게이션 티맵 가입자는 약 1800만명이다. 티맵 택시 이용자는 월 75만명이다. 이미 모빌리티 앱을 쓰는 사용자에게 필요할 법한 대리기사 호출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타깃 적중률이 높아진다.

타다대리 기사 용 앱에 나오는 이미지. [사진 타다]

타다대리 기사 용 앱에 나오는 이미지. [사진 타다]


③ '내 차를 남이 운전'하는 데이터 확보
· 모빌리티 서비스의 비즈니스 모델은 운전자와 차량소유자에 따라 크게 4가지로 나뉜다. 남의 차를 남이 운전(택시 호출), 남의 차를 내가 운전(차량 공유), 내 차를 내가 운전(내비게이션, 중고차 거래), 내 차를 남이 운전(대리운전). 대리운전은 내 차를 남이 운전하는 대표적 서비스다.
· 한국과 일본은 대리운전이 산업적으로 활성화 된 시장이다. 미국처럼 인구 밀도가 낮고 국토가 넓은 나라에선 이동 거리가 지나치게 길어져 대리운전 시장이 크기 어렵다. 국내 대리운전 앱 사업자는 '내 차를 남이 운전하는 영역의 데이터'를 상대적으로 쉽게 확보할 수 있다는 의미다.
· 모빌리티 스타트업 레인포컴퍼니 권오상 대표는 “모든 이동을 종합적으로 서비스하는 MaaS(서비스형 모빌리티·Mobility as a Service)를 구축하기 위해선 자가운전자 데이터 확보가 필요한데, 대리운전 서비스가 그 창구가 될 수 있다”며 “대리운전은 사업진출이 상대적으로 쉽고 수익률도 높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플랫폼 노동 문제는 과제

지난 14일 '타다' 대리운전시장 진출 반대 촉구하는 한국노총 기자회견에서 관계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4일 '타다' 대리운전시장 진출 반대 촉구하는 한국노총 기자회견에서 관계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리운전 중개 플랫폼의 미래가 장밋빛인 것만은 아니다. 대리기사의 처우와 보호에 대한 플랫폼의 책임은 갈수록 무거워지고 있다.
· 고용노동부 경기지방노동위원회는 전국 대리운전노동조합이 “카카오모빌리티는 교섭 요구에 응하라”며 낸 ‘시정신청’을 최근 받아들였다. 카카오모빌리티는 대리운전 기사의 사용자가 자신인지 아닌지 따져봐야 한다며 교섭을 거부했지만, 사용자가 맞다고 본 결론이다. ‘중개’만 할 뿐이라는 플랫폼 쪽 항변이 갈수록 설득력을 잃어가는 중이다.
· 쏘카·VCNC도 비슷한 상황이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지난 14일 타다의 대리운전 진출 반대 입장을 밝혔다. 타다 베이직 서비스 중단 이후 일자리를 잃게 된 타다 기사들에 대한 책임을 충분히 지지 않은 상태에서 대리운전 시장에 진출하면 안 된다는 취지다.

박민제 기자 letm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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