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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의 신비를 밝힌다] `미로훈련` 한 쥐 꿈속에서도 학습 반복

중앙일보

입력

인간이나 대부분의 동물은 인생의 약 3분의1을 잠잔다. 왜 우리는 그토록 많은 시간을 잠을 자는데 쓸까? 진화적인 관점에서 보았을 때 잠자는 것은 위험한 현상처럼 보인다.

잠자는 동안 외부의 적에게 공격 당하거나 잡아먹힐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잠은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쥐의 경우 2~3주 이상 계속 잠을 못자게 하면 죽는다.

오랫 동안 잠에 대한 연구가 진행됐지만 해답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쉽게 생각하면 잠은 몸에 필요한 에너지 등을 재충전하는데 쓰인다고 생각할 수 있다. 숙면을 취한 뒤에는 보통 재충전되었다거나 체력이 회복됐다고 느낀다.

그러나 휴식은 깨어있는 동안에도 가능하고, 잠자는 동안 무엇이 재충전되는지도 아직 명확하지 않다. 잠은 연속적이지 않다.

잠은 전체 잠자는 시간의 20~30% 동안 눈동자가 빠르게 움직인다는 렘 수면 (Rapid Eye Movements; REM-sleep) 기간과 그렇지 않은 나머지 70~80% 이상의 논렘 수면 (non REM-sleep) 시간으로 나뉘어진다.

렘 시간과 논렘 시간 때의 뇌의 활동은 아주 다르다. 렘 시간에는 뇌의 활동이 활발한 반면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활동이 거의 없다. 대부분의 꿈은 렘 시간대에만 꾼다.

우리가 잠든 직후 뇌는 논렘 시간대로 들어간다. 이 때 몸을 뒤척거리면서 뇌의 활동은 점점 줄어든다. 1시간이나 1시간 30분 정도 뒤에는 뇌의 활동이 점점 활발해지면서 렘 상태로 들어간다.

그런 뒤 10~40 분 뒤에 뇌는 다시 논렘 상태로 돌아간다. 이러한 사이클은 잠자는 동안 4~5회 반복된다. 마지막 렘 상태가 끝나면 뇌가 완전히 잠에서 깬다.

그래서 꿈을 꾸는 날이면 꿈의 종류가 4~5 가지나 된다. 그러나 우리는 보통 마지막 렘 상태 때 꾼 꿈만 기억한다.

왜 우리는 꿈을 꾸는 것일까? 이것도 역시 명확한 과학적 해답이 나와 있지 않다. 이에 관련해 최근에 재미있는 실험결과가 나왔다.

낮에 쥐에게 복잡한 미로의 길을 찾도록 훈련시키고, 동시에 해마라는 뇌의 한 부분에 전극봉을 꽂아 뇌의 활동을 기록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훈련받은 날 밤에 자는 동안의 쥐의 해마의 활동을 기록해 보았더니, 같은 날 낮에 기록되었던 것과 같은 뇌 활동형태가 발견됐다.

게다가 잠자는 동안의 활동패턴은 모양은 같지만 오히려 낮에 훈련할 때보다 훨씬 빠르고, 수십번 반복적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이러한 같은 패턴은 논렘 상태가 아닌 렘 상태에만 나타났다. 이는 낮 상황을 녹화해두었다가 밤에 꿈을 꾸면서 빠르게 반복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만약 이 해석이 맞다면 결국 꿈이라는 것은 꿈꾸기 전에 경험하거나 배운 것 또는 풀어야 하는 문제들을 기억하도록 다시 한번 되풀이 하는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겠다.

이 가설을 뒷받침하는 사실 중 하나는 인간이 성장하면서 렘과 논렘 상태간의 비율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갓 태어난 아기는 잠자는 시간의 50% 이상을 렘 기간으로 보내게 되는 데, 많은 것들을 배우고 기억해야 하기 때문에 렘 기간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성장과 함께 렘 기간의 비율은 점점 줄어 10~13 세가 되면 어른과 비슷한 20~30%가 된다.

10~13세는 인간의 뇌 발달이 끝나는 시기이다.

따라서 잠을 잘 때 렘이 차지하는 비율과 꿈이 인간의 뇌 발달에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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