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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한 구조조정’ 이겨낸 LG디스플레이, 7분기 만에 흑자전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LG디스플레이가 지난해 8월 준공식을 연 광저우 OLED 팹. [사진 LG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가 지난해 8월 준공식을 연 광저우 OLED 팹. [사진 LG디스플레이]

LG의 '아픈 손가락'이었던 LG디스플레이가 7분기 만에 적자에서 벗어났다. 사업 개편에 따른 체질 개선뿐 아니라 애플의 신작 '아이폰12'에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을 납품하는 등 호재가 이어진 덕분이다. 스마트폰과 디스플레이 사업에서 대규모 적자를 면치 못했던 LG 입장에선 희소식이다.

대규모 적자 끝, 1600억원 영업이익 

22일 LG디스플레이는 올 3분기(7~9월) 실적이 매출 6조7376억원, 영업이익 1644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LG디스플레이가 분기 영업이익을 기록한 건 2018년 4분기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LG디스플레이는 연간 적자 1조3590억원, 올 상반기(1~6월) 적자도 8790억원을 기록했다.

7분기 흑자 기록한 LG디스플레이.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7분기 흑자 기록한 LG디스플레이.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재계 안팎에선 LG디스플레이의 실적을 놓고 최근 2년간 강도 높게 실시한 조직개편 작업이 일정 수준 효과를 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지난해 LG디스플레이는 임원 약 25%를 희망퇴직 형태로 줄였다. 임직원 수 역시 2018년 말에는 3만 명이 넘었지만, 2만 6200명(올 6월 기준)으로 약 14% 감소했다.

LG디스플레이의 흑자 전환에는 애플도 한몫했다. 아이폰12에 LG디스플레이의 6.1인치 OLED 패널이 1800만대가량 들어가기 때문이다. LG디스플레이는 대형 OLED 패널은 전 세계 업체 가운데 독점 생산하지만, 중소형 OLED 패널에선 시장 진입이 상대적으로 늦었다.

LG디스플레이가 6.1인치 OLED 패널을 납품한 아이폰12. [사진 애플]

LG디스플레이가 6.1인치 OLED 패널을 납품한 아이폰12. [사진 애플]

이날 실적 공개 후 컨퍼런스콜에서 서동희 LG디스플레이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중소형 OLED에서 전략고객 대상 신제품 생산이 확대돼 의미 있는 손익개선 효과가 나타났다"고 밝혔다. 여기서 '전략 고객'은 애플을 일컫는다. 애플은 상대적으로 까다로운 품질 조건을 내걸지만, 그만큼 부품업체에 마진을 챙겨주는 편이다.

비대면 경제 특수에 애플 효과까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도 LG디스플레이에는 뜻밖의 호재였다. 재택근무, 온라인 수업이 늘어남에 따라 간판 제품인 OLED TV뿐 아니라 노트북·태블릿 등 IT 제품 수요가 기대 이상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LG디스플레이는 애플 아이패드에 들어가는 LCD 패널을 납품한다.

이날 LG디스플레이가 공개한 부문별 매출 비중에서도 IT 제품용 패널이 43%로 가장 많았고, 그다음 TV용 패널이 28%, 모바일 및 기타 비중은 29%로 집계됐다. 서동희 LG디스플레이 CFO는 "TV용 LCD 패널은 기존 계획대로 중국 광저우 공장을 제외하곤 상당 부분 정리하고, 국내 LCD 공장은 태블릿·노트북 용도로 추가 전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호영(가운데) LG디스플레이 대표가 취재진 질문에 앞서 2020년 경영 목표를 밝히고 있다. [사진 LG디스플레이]

정호영(가운데) LG디스플레이 대표가 취재진 질문에 앞서 2020년 경영 목표를 밝히고 있다. [사진 LG디스플레이]

이번 실적 발표로 정호영 LG디스플레이 대표는 3분기 만에 투자자·시장과의 약속을 지키게 됐다. 그는 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소비자가전쇼'(CES 2020)에서 "하반기에 실적 정상화 흐름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정 대표는 지난해 9월 LG디스플레이의 사업구조 개편, 적자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긴급 이사회를 거쳐 CEO로 선임됐다.

부채비율은 아직 높아 

다만, LG디스플레이가 재무 측면에서 안심하기엔 아직 이르다. 순차입금(총차입금에서 보유 현금을 뺀 금액)이 11조원을 넘고, 부채비율(자본 대비 부채 비중) 역시 192%다. 중국 광저우 공장 건설 과정에서 늘어난 부채를 줄이는 것이 앞으로 LG디스플레이의 과제다. LG디스플레이는 "최악의 상황에 대한 시나리오를 전제로 선제적인 재무관리 활동을 지속해 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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