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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밍밍한 무알콜 맥주, 마실만한 거 없을까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황지혜의 방구석 맥주여행(54)

왜 맥주를 마시는가? 나는 상쾌한 풍미로 시작해 쌉쌀함과 톡 쏘는 탄산감으로 깔끔하게 마무리되면서 갈증을 씻어주는 맥주의 맛을 즐기기 위해서 마신다. 또 시나브로 취해가며 현실과 환상의 세계 사이에 발을 걸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느끼기 위해 맥주를 마신다.

내가 맥주를 마시는 이유는 무알코올 맥주를 마시지 말아야 할 이유와 상통한다. 무알코올 맥주는 대부분 즐길만한 맛이 아니고 취하지도 않는다. 취하지 않아야 하는 상황인데 톡 쏘는 맛이 필요하다면 차라리 탄산수를 마시는 게 낫다는 게 내 생각이다.

내 기호와는 달리 최근 들어 무알코올 맥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운전, 임신, 다이어트 등으로 알코올을 섭취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맥주를 마시는 기분을 내고 싶은 사람이 찾는다고 한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들은 잇따라 무알코올 맥주 시장의 큰 성장을 예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따라 대기업들도 앞다퉈 무알코올 맥주 신제품을 내놓고 다양한 무알코올 제품의 수입도 점차 늘고 있다.

무알코올 맥주가 맛없는 이유

맥주는 보통 상쾌한 풍미로 시작해 쌉쌀함과 톡 쏘는 탄산감으로 깔끔하게 마무리되면서 갈증을 씻어주는 맛을 즐기기 위해서 마신다. [사진 pxfuel]

맥주는 보통 상쾌한 풍미로 시작해 쌉쌀함과 톡 쏘는 탄산감으로 깔끔하게 마무리되면서 갈증을 씻어주는 맛을 즐기기 위해서 마신다. [사진 pxfuel]

주세법에 따르면 알코올 도수가 1% 미만일 경우 무알코올 음료로 분류된다. 무알코올 맥주에는 주세가 부과되지 않기 때문에 일반 맥주에 비해 가격이 싸고 온라인 구매 및 배송이 가능하다.

맥주의 맛을 유지한 채 알코올만 쏙 빠지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시중에 유통되는 대부분의 무알코올 맥주는 오래된 엿기름 맛이 지배한다. 단맛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지만 눅진한 향과 상쾌하지 못한 맛이다. 또 단맛이 아니더라도 균형 잡히지 않은 여러 맛과 향이 거슬리는 경우가 많다.

이는 무알코올 맥주의 제조과정에서 기인한다. 무알코올 맥주 제조 방법은 크게 세 가지다. 하나는 일반적인 맥주를 완성한 뒤 온도를 높여 알코올을 날려버리거나 여과를 통해 알코올을 제거하는 것이다. 이때 알코올만 제거되는 것이 아니라 맥주 맛의 핵심인 홉과 효모 등의 풍미도 사라지게 된다. 두 번째는 아예 알코올 발효를 하지 않고 맥주와 비슷한 맛을 내는 물질을 섞어 제조하는 방법이다. 이 역시 맥주 맛에 근접하다고 할 수 없는 맛이다. 마지막으로 알코올이 적게 생성되는 효모 등을 활용해 1% 미만의 도수가 나오도록 양조하는 방법이 있다. 세 가지 방법 중 이 방식으로 만든 무알코올 맥주에 가장 괜찮은 맛을 기대할 수 있다.

마실 만한 무알코올 맥주

국내 대기업이 내놓은 무알코올 맥주 중에서 알코올 도수가 있는 맥주와 견주어도 맛이 괜찮다고 할 정도의 제품은 찾기 어렵다. 해외의 기존 제품도 맛이 대동소이했다. 그런데 최근 무알코올 맥주 연구개발이 가속화하면서 좋은 평가를 받는 제품들도 나오고 있다. 애슬레틱 브루잉(Athletic Brewing), 서리얼브루잉( Surreal Brewing), 빅드롭(BIG DROP) 등 무알코올 맥주를 전문으로 만드는 양조장도 생겨났다.

그동안 페일 라거 스타일 일변도였던 무알코올 맥주가 IPA, 블론드 에일, 스타우트 등으로 다양화하면서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있다. 영국의 대표 수제맥주 양조장 브루독(BrewDog)은 올해 초 알코올 도수 1% 이하의 맥주만 파는 전문 펍을 열기도 했다. 무알코올 맥주 제품 카테고리는 앞으로 혁신이 일어날 만한 여지가 크다.

현재 국내에서 접할 수 있는 맥주 중 상대적으로 맛이 괜찮은 무알코올 맥주를 소개한다.

비트버거 드라이브(Bitburger Drive, 도수 0.0%)
독일 비트버거 맥주의 무알코올 버전이다. 일반 맥주 맛보다는 가볍고 밍밍하다는 느낌이 들긴 하지만 맥주 전문가들이 페일 라거 스타일을 흉내 낸 여러 무알코올 맥주를 시음하고 그중 가장 맛있다는 평가를 한 적이 있다.

클라우스탈러 클래식(Clausthaler Classic, 도수 0.5%)
독일 프랑크푸르트 암마인에서 무알코올 맥주를 전문으로 생산하는 양조장의 대표 제품이다. 무알코올 맥주에서 나는 불쾌한 단맛이 상대적으로 적다. 맥주를 완성한 후에 알코올을 날려버리는 방식이 아니라 양조할 때부터 낮은 도수의 맥주를 설계해서 만든다고 한다.

클라우스탈러 클래식. [사진 pixabay]

클라우스탈러 클래식. [사진 pixabay]

피코 벨로(Pico Bello, 도수 0.3%)
벨기에의 소규모 맥주 양조장 브뤼셀비어프로젝트에서 만든 무알코올 헤이지 IPA(Hazy India Pale Ale)다. IPA 특유의 과일향, 살짝 신맛과 깔끔하게 받쳐주는 쓴맛을 잘 살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소한의 알코올을 생성하는 효모 균주를 사용해 양조했다.

피코벨로. [사진 브뤼셀비어프로젝트]

피코벨로. [사진 브뤼셀비어프로젝트]

IPA 리베리스 2+3(IPA LIBERIS 2+3, 알코올 도수 0.0%)
독일의 리겔 양조장에서 만든 무알코올 IPA다. 2+3은 2가지의 특별한 효모와 3가지의 홉(아마릴로, 만다리나, 심코)을 활용했다는 뜻으로 풍성한 열대과일의 풍미를 느낄 수 있는 맥주다. 알코올은 피해야 하는데 IPA의 향을 즐기고 싶을 때 국내에서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제품이라고 평가받는다.

리겔 IPA 리베리스2+3. [사진 벨루가]

리겔 IPA 리베리스2+3. [사진 벨루가]

비플랫 대표·비어포스트 객원에디터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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