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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전 망신당한 선거 예측기관들 "이번엔 진짜 바이든 이긴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1일(현지시간) 격전지인 노스캐롤라이나 개스토니아를 찾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선거 당일 전까지 현장 유세로 유권자와 직접 접촉하는 전략은 변함이 없다. 4년 전 그의 패배를 예측했던 기관들이 이번에도 같은 전망을 내놓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1일(현지시간) 격전지인 노스캐롤라이나 개스토니아를 찾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선거 당일 전까지 현장 유세로 유권자와 직접 접촉하는 전략은 변함이 없다. 4년 전 그의 패배를 예측했던 기관들이 이번에도 같은 전망을 내놓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4년 전 '클린턴 압승'을 자신했다가 망신당한 미국 선거 예측기관들이 이번에도 '바이든 승리'를 점치고 있다. '트럼프 패배'를 내다봤다가 쓴맛을 봤지만, "이번에는 진짜"라며 똑같은 예측 결과를 내놓은 것이다.

"2016년에는 부동층, 제3후보 지지 많아" #"클린턴·트럼프 모두 비호감…지금은 달라" #"텍사스가 경합이면 민주당이 이기는 선거" #'샤이 트럼프' 많아 큰 승리할 거란 예상도

전국적인 총득표율보다는 주별로 승리해 가져가는 선거인단 수가 중요한 미국에선 여론조사 업체와 별개로 선거 결과를 예측하는 곳들이 따로 있다. 각자의 노하우를 가지고 예측 모델을 만들었는데, ^파이브서티에이트(538) ^쿡 폴리티컬 리포트 ^래리 사바토의 수정구슬 등이 대표적이다.

US뉴스앤월드리포트(US뉴스)에 따르면 이들 모두 2016년 10월 중순부터 선거 당일까지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승리를 예상했다.

버지니아주립대학 내 기관인 '래리 사바토의 수정구슬'의 경우, 당시 선거를 19일 남겨둔 시점에 "클린턴이 더 격차를 벌릴 것"이라고 봤다. 확보한 선거인단 수로 클린턴 352명, 트럼프 173명을 제시했다. 그러나 결과는 반대로 클린턴이 232명, 트럼프가 306명이었다.

이 기관의 운영자인 카일 콘딕은 2016년 당시 부동층과 제3후보 지지층이 많았던 점을 간과했다고 했다. 클린턴, 트럼프 할 것 없이 둘 모두를 싫어하는 사람이 늘면서 제3후보가 6%나 표를 가져갔는데, 이 때문에 결과적으로 트럼프가 당선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올해는 부동층과 제3후보 지지층이 그때만큼 많지 않다. 그래서 바이든이 안정적으로 우위를 지키고 있다는 게 콘딕의 주장이다. 로이터 등에 따르면 현재 부동층 비율은 4년 전의 절반에 못 미치는 8%에 불과하다. 그다지 높지 않은 국정 수행 지지도, 부진했던 2018년 중간선거 결과 등도 트럼프의 패배를 예상하는 요소라고 했다.

파이브서티에이트 역시 4년 전 이맘때 클린턴의 당선 확률을 85.5%로 봤다. 지금은 바이든의 당선 확률을 87%(21일 기준)까지 보고 있다. 트럼프의 당선 확률은 13%로, 9월 이후 점점 더 격차가 커지고 있다. 파이브서티에이트는 기본적으로 여론조사 결과를 평균 내고, 각종 경제 지표 등을 반영해 예측한다.

나다니엘 라키치 애널리스트는 2016년보다 두 후보 간의 지지율 격차가 더 큰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US뉴스에 밝혔다. 게다가 바이든은 격전지인 펜실베이니아·위스콘신 등에선 앞서고 있고, 심지어 텍사스·조지아·오하이오에서도 접전을 펼치고 있다. 라키치는 "만약 민주당 후보가 텍사스에서 경합을 벌이고 있다면, 그 선거는 접전이라고도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예측기관 중에 4년 전 트럼프의 당선을 맞춘 곳도 있다. 아메리칸대의 앨런 릭트만 교수다. 역대 대선 결과를 보며 자신이 13개의 핵심요소를 만들었다. ^집권당이 중간선거 이후 하원에서 다수당을 차지했는지 ^강력한 제3당이 출현했는지 ^장·단기 경제 상황이 괜찮은지 ^사회적 불안은 없는지 ^현직 대통령이나 상대 후보의 카리스마는 어떤지 등을 본다. 이 중 6개만 어긋나도 집권당은 그해 선거에서 진다는 이론이다.

리트만 교수는 2016년 대선에서 딱 6개가 어긋나면서 야당인 공화당에서 누가 나와도 당선될 거라고 봤다고 했다. 이번에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트럼프의 재선이 유력했는데, 올해 들어 코로나19로 경제가 휘청이고 인종차별 문제로 시위가 이어지면서 오히려 패색이 짙어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조지 HW 부시 이후, 집권 대통령이 재선에서 지는 첫 사례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대부분의 선거 예측기관이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승리를 점쳤지만, 트라팔가 그룹은 "(트럼프 대통령에겐) 여전히 숨겨진 지지층이 많다"며 이들 숫자에 따라 트럼프가 더 크게 승리할 수도 있다"고 20일(현지시간) 밝혔다. [AP=연합뉴스]

대부분의 선거 예측기관이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승리를 점쳤지만, 트라팔가 그룹은 "(트럼프 대통령에겐) 여전히 숨겨진 지지층이 많다"며 이들 숫자에 따라 트럼프가 더 크게 승리할 수도 있다"고 20일(현지시간) 밝혔다. [AP=연합뉴스]

반면 2016년에도 주요 경합 주에서 트럼프 승리를 예측했고, 지금도 재선 성공을 예상하는 곳도 있다. 여론조사 업체 트라팔가그룹이다.

로버트 카할리 수석 조사관은 20일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인단을 최소 270명대 확보했다"고 밝혔다. 각 주의 선거인단 총수가 538명인데 이미 과반을 넘겼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숨겨진 층이 얼마나 많은지에 따라 어쩌면 더 크게 승리할 수도 있다"고 했다.

트럼프 지지자들 사이에선 자신의 정치적 의견을 공유하려 하지 않는 분위기가 있는데, 이런 기류가 여론조사에서도 드러난다는 것이다.

워싱턴=김필규 특파원 phil9@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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