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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김에 방뇨, 마스크 분풀이···코로나에 지하철 난동 더 늘었다

중앙일보

입력

우리에게 친숙한 대중교통 수단인 지하철. 이 지하철 역사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이 폭언과 폭행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교통카드가 안 된다’부터 ‘마스크가 비싸다’는 이유까지, '고객'이란 이름으로 일부 승객들이 벌인 난동 사례를 들어봤다.

취중 방뇨에 직원 폭행, 끊이지 않는 지하철 난동

술김에 '화장실 출구가 안 보인다'며 주먹질

지하철에서 막말 불사. 김회룡기자aseokim@joongang.co.kr

지하철에서 막말 불사. 김회룡기자aseokim@joongang.co.kr

21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조오섭 더불어민주당 의원(광주 북갑)에 따르면 서울 지하철 1~8호선 역사에서 2016년부터 올 8월까지 지하철 직원을 상대로 한 승객의 폭언과 폭행 건수는 500건에 달했다. 한 달에 9번가량 직원들이 막말을 듣거나 손찌검에 시달리는 셈이다.

서울교통공사가 조 의원실에 제출한 5년간의 폭언·폭행 사례에 따르면 전체 누적 발생 건수의 65.8%(329건)가 주취폭력으로 나타났다. 2017년 20대 남성은 술에 취해 2호선 아현역에서 "화장실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면서 역사 여직원의 배를 때렸다. 일부 승객은 "화장실이 멀다" "화장실이 급하다" 등의 이유로 난동을 피웠다. 모두 술김이었다.

만취 승객의 난동 이유는 그야말로 다양했다. “내 바지가 틀어졌다”, “교통카드가 안 된다”는 이유로 난동을 피운 경우도 있었다. 지난 1월엔 8호선 중화역 직원들이 속앓이를 했다. 술에 취한 60대 남성이 대합실에서 소변을 보고 있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직원들이 출동해 말렸지만 돌아온 것은 욕과 주먹질이었다.

지하철서 담배 피우고

술김에 소변보고 담배피고. 김회룡기자aseokim@joongang.co.kr

술김에 소변보고 담배피고. 김회룡기자aseokim@joongang.co.kr

공사 직원들이 폭언을 들어야 했던 계기로는 부정승차(11%·55건)가 많았다. 다음으로는 지하철 이용자끼리 다투거나 시위 장소를 안내하는 등의 '질서저해'(9%·45건) 건이 뒤를 이었다.

질서저해 사례 중엔 '흡연'도 상당했다. 2017년 2호선 강남역에선 담배 때문에 소동이 일었다. 20대 남성 승객이 역무실 앞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을 보고 직원이 이를 말리자 폭행을 했다. 결국 이 승객은 현장 출동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열차 내에서 담배를 피운 사례도 있었다. 지난 1월 4호선 창동역엔 '열차 내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40대 남성에게 흡연 중단을 요구했는데 돌아온 것은 막말과 폭행이었다.

코로나에 '마스크 의무' 되자 늘어난 난동

코로나에 늘어난 마스크 분풀이. 김회룡기자aseokim@joongang.co.kr

코로나에 늘어난 마스크 분풀이. 김회룡기자aseokim@joongang.co.kr

올해 들어서는 '마스크 미착용'을 지적받은 승객들이 난동을 피우거나 주먹질을 하는 사례가 늘었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강서을)에 따르면 지난 5월부터 9월 말까지 마스크 미착용 단속은 3만2611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월 31일엔 7호선에서 60대 남성이 마스크 미착용으로 단속에 걸리자 “마스크를 잃어버렸다”고 둘러댔다. 직원이 지하철 편의점으로 안내하자 “비싸다”며 돌아와선 해당 직원에게 욕을 하고 때리려 했다.

지난 6월에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대합실 자판기 마스크 이용 문의가 들어와 직원이 자판기에서 마스크를 직접 뽑아줬지만 돌아온 것은 욕과 폭언이었다. “마스크를 써달라”는 말을 했다는 이유로 승객에게 맞거나 “손 소독제가 떨어졌다”는 말에 분노한 이용자로부터 폭언을 듣는 사례도 나왔다.

김현예 기자 hykim@joongang.co.kr,
삽화=김회룡 기자 aseo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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