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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조 왕건 스승' 희랑대사 조각상, 국보로 승격

중앙일보

입력

국보로 승격 지정된 합천 해인사 건칠희랑대사좌상(정면). [사진 문화재청]

국보로 승격 지정된 합천 해인사 건칠희랑대사좌상(정면). [사진 문화재청]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초상조각인 ‘합천 해인사 건칠희랑대사좌상’이 국보로 승격됐다. 신라 말∼고려 초에 활동한 희랑대사의 모습을 본뜬 조각이다.

문화재청은 21일 “10세기 전반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합천 해인사 건칠희랑대사좌상’을 보물(제999호)에서 국보(제333호)로 승격 지정했다”고 발표했다. 희랑대사는 후삼국 통일과 불교학 발전에 공헌한 학승(學僧)이다. 『가야산해인사고적』에 따르면, 태조 왕건(재위 918~943)이 920년대 말엽 후백제군과의 해인사 인근 전투 때 고전을 면치못하자 해인사 주지인 희랑대사를 스승으로 모시고 도움을 요청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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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채정은 “지정조사 과정에서 이루어진 국립문화재연구소 보존과학연구실의 조사 결과, 이 조각은 얼굴과 가슴, 손, 무릎 등 앞면은 건칠(乾漆ㆍ삼배 등에 옻칠해 여러 번 둘러 형상을 만든 기법)로, 등과 바닥은 나무를 조합해 만들었고 후대의 변형 없이 제작 당시의 원형을 잘 간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건칠기법이 적용된 ‘희랑대사좌상’은 육체의 굴곡과 피부 표현 등이 매우 자연스럽고, 마르고 아담한 등신대 체구, 인자한 눈빛과 미소가 엷게 퍼진 입술, 노쇠한 살갗 위로 드러난 골격 등이 매우 생동감이 넘친다. 지금 봐도 화려한 색감은 18세기 조선 후기에 복원·채색된 결과로 보인다.

‘희랑대사좌상’은 ‘흉혈국인(胸穴國人, 가슴에 구멍이 있는 사람)’이란 별칭으로 불리기도 한다. 가슴에 작은 구멍(폭 0.5cm, 길이 3.5cm)이 뚫려 있어서다. 문화재청은 “이 흉혈은 해인사 설화에 의해 희랑대사가 다른 스님들의 수행 정진을 돕기 위해 가슴에 작은 구멍을 뚫어 모기에게 피를 보시한 것으로 알려져 왔다. 하지만 고승의 흉혈이나 정혈(頂穴, 정수리에 난 구멍)은 보통 신통력을 상징하며, 유사한 모습을 ‘서울 승가사 석조승가대사좌상’(1024년, 보물 제1000호)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문화재청은 15세기 한의학 서적 ‘간이벽온방(언해)’와 17세기 공신들의 모임 상회연(相會宴)을 그린 ‘신구공신상회제명지도 병풍’, 그리고 가야문화권 출토 목걸이 3건 등 총 5건을 보물로 지정했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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