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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전부터 흔들렸던 한국 기업…돈 덜 벌고, 더 빌렸다

중앙일보

입력

지난해 기업의 전반적인 건강 상태를 보는 성장성·수익성·안정성 지표가 모두 나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의 매출액 증가율이 마이너스로 떨어졌고, 돈을 벌어 이자도 갚지 못하는 기업의 비중도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전에도 상당수 기업이 경기 둔화로 충격을 받고 있었다는 의미다.

부산항에 쌓여있는 컨테이너들. 연합뉴스

부산항에 쌓여있는 컨테이너들. 연합뉴스

한국은행이 21일 ‘2019년 기업경영분석’을 발표했다. 한은이 비금융 영리법인기업 74만1408개를 상대로 조사한 지난해 성적표다. 전반적인 성장세 둔화가 수치로 확인됐다. 일단 2019년 국내 기업의 매출액증가율은 0.4%로 2017년(9.2%)·2018년(4.0%)보다 큰 폭 낮아졌다. 1년 동안 기업을 굴렸는데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한 셈이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의 매출액 증가율이 2018년 4.0%에서 -1.7%로 떨어졌다. 하락 폭이 2015년(-4.1%) 이후 역대 두 번째로 컸다. 전자·영상·통신장비, 화학제품, 석유정제 등이 특히 나빴다. 기업 규모별로는 대기업이 2018년 2.7%에서 2019년 -2.3%로, 중소기업이 5.9%→4.2%로 하락했다. 경제의 중심축인 제조업과 대기업이 특히 어려웠다는 의미다. 한은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 둔화와 미·중 무역분쟁의 영향으로 반도체와 무선통신기기, 디스플레이 등의 수출이 특히 부진했다”고 말했다.

돈 벌어 빚 못 갚는 기업 비중 역대 최대치  

수익성도 나빠졌다. 2019년 전체 기업의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4.2%로 2018년보다 1.4%포인트 하락했다. 제조업이 2018년 7.3%에서 2019년 4.4%로 낮아졌고, 비제조업도 4.3%에서 4.0%도 소폭 하락했다. 제조업의 경우 전자·영상·통신장비 업종을 중심으로 하락 폭이 컸다. 장사도 안 되는데 팔아서 남는 것도 별로 없었다는 의미다.

이자보상비율 역시 낮아졌다. 이자보상비율은 영업이익을 금융비용(이자)으로 나눈 값이다. 기업이 돈을 빌려 이자를 갚을 수 있는 능력을 보는 지표다. 2017년 537.4%였던 이자보상비율은 2018년 470.9%, 2019년 326.5%로 큰 폭 하락했다. 구간별로 보면 100% 미만 기업 비중이 2018년 35.2%에서 지난해 36.6% 증가했다. 2009년 조사를 시작한 이후 최고치다.

코로나 전부터 흔들렸던 한국기업.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코로나 전부터 흔들렸던 한국기업.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100% 미만이라는 건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내지 못한다는 의미다. 이자보상비율이 3년 연속 100%에 못 미치면 한계기업으로 분류한다. 올해는 상황이 더 나빠질 가능성이 높다. 한은은 지난달 전체 외부감사기업 중 한계기업 비중이 2019년 14.8%에서 21.4%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들 한계기업의 예상부도확률도 높아지고 있다. 예상부도확률은 주가로 평가한 기업의 자산가치가 1년 안에 갚아야 할 빚 이하로 내려갈 확률을 말한다.

지난해 기업의 부채비율은 115.7%로 2018년(111.1%)보다 약간  높아졌다. 회사채 순발행 금액이 2018년 6조3000억원에서 15조9000억원으로 증가한 게 영향을 미쳤다. 한은 관계자는 “회계기준 변경 영향으로 운수업 등 서비스업의 부채비율이 높아진 것도 반영됐다”고 말했다.

총자산증가율 2018년 5.8%에서 6.1%로 소폭 상승했다. 제조업(5.1%→3.3%)은 하락했지만, 비제조업(6.3%→8.1%)의 큰 폭 상승했다. 부동산 가격 상승에 따라 건설업(3.3%→6.8%)의 증가율이 두드러졌다.

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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